"깨끗한 물을 먹고 사용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나 봅니다. 무더위에 물 걱정만 안 해도 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만약에 개인들이 돈 들여서 했다면 아마 사단이 나도 골백번 났을 것인디 군에서 헌게 냅두고 보고만 있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나무그늘을 찾은 주민들의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같은 불만의 발단은 군이 대방리 1구 송정마을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6월 1억3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상수도용 관정에서 마치 황톳물을 타 놓은 것 같은 탁한 물이 나오자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 채 수돗물 공급을 중단, 이에따른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
이곳 관정은 준공검사시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검사에서는 적합판정을 받았으나 막상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탁한 물이 쏟아져 나오자 수돗물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보수작업에 들어갔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올해 2월 11일, 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1/4분기 수질검사 결과 색도와 탁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인체에 유해한 대장균군이 다량 검출됐으며 어린아이들에게 청색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경우에 따라서는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용도폐기 될 우려조차 안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급기야 군에서는 관정수 공급을 중단하고 임시방편으로 전에 사용했던 계곡수를 다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나 일부 주민들은 고무호스로 물을 받아 사용하거나 옆집에서 물을 길어다 먹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당초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금년 2월 실시한 1차검사 결과에 대해 채수과정에서 채수병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15일 후 다시 검사한 결과 적합 판정이 나온 만큼 주민들이 사용하는 식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단지 탁도가 잡히지 않아 원인을 분석중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채수과정을 역추적해본 결과 1차검사시 채수지점과 2차검사시 채수지점이 서로 다를뿐만 아니라 검사 시료로 쓰였던 원수조차 서로 다른 것으로 밝혀져 수질검사가 다분히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1차 수질검사를 위해 채수한 지점은 마을회관 앞 수도꼭지. 이곳은 새로 판 관정수를 사용하는 곳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사용하던 계곡수와는 수원이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당시 새로 판 관정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을 사용한 가구는 전체 33가구 중 기존에 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던 6∼7가구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대다수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계곡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지 않고 몇몇 주민들이 쓰고있는 관정수에 대해서만 수질검사를 했다는 결론이다. 그러다가 수질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자 다시 2차검사를 실시했는데 2차검사는 1차검사 지점과는 다른 계곡수를 사용하는 마을 주민 우모씨 집 수돗물을 시료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관련 주민 A씨는 "일반적으로 수질검사의 취지는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식수에 대해 적합 여부를 판단코자 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대다수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지 않고 몇몇 가구가 사용하는 관정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한 것은 본래의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진 행위"라며 "주민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형식적인 검사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편의주의 행정의 단면"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주민은 "1차검사에서 대장균과 질산성질소가 과다검출됐다면 마을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이야기인데 면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한테서도 이런 이야기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마을주민 중 아직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가구들이 있는데 하절기 수인성전염병 예방차원에서라도 이들 지하수 사용 가구에 대한 수질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1차 검사에서 부적합판정을 받은 관정에 대해서는 이미 단수조치를 취했고 문제점을 해결코자 그라우팅 공사를 비롯해 수중 모터를 점검하고 청소를 한 후 자체적으로 수질검사를 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며 "최근 의뢰해놓은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 시공업체에 재시공토록 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정호에 대해서는 수질검사 의무는 없으나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수질검사를 실시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담양군 관내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마을은 123개소. 그러나 이들 상수도에 대한 수질검사 업무를 맡고있는 직원은 단 한명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인력충원이나 검사방법의 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형식적인 수질검사를 탈피하기는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고 따라서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식수위험으로부터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정종대 記者
▲1억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상수도용 관정이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자 보수공사를 이유로 6개월째 수돗물 공급을 중단, 주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사진은 수북면 대방리 송정마을 상수도 저수탱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