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처음부터 '죽녹원'으로 쓰고 있다. 竹綠苑 조성 당시 문화레저관광과에서 공식적으로 표기한 명칭이다. 그러나 이후 군청내에서도 부서마다 '죽녹원' 또는 '죽록원'으로 각기 다르게 표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또 지역언론이나 플래카드·간판을 만드는 광고사들도 각각 편할대로 쓰다보니 정작 어느 것이 맞는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것들도 다 유명세 탓이라고 치부하고 "쓰던대로 죽녹원으로 쓰면되지 무슨 걱정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뒤따른다.
얼마전 담양을 찾은 서울 H대학 국문학과 김 모 교수는 죽록원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토록 훌륭한 관광명소가 명칭 하나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고 어떤 홍보물에는 '죽록원', 또다른 안내간판에는 '죽녹원'으로 표기되어 있는 등 혼선을 주는 것은 둘째치고 도대체 어법상 맞지도 않는 표기를 행정에서 버젓이 쓰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는 것.
때마침 죽록원에서 김교수를 만났던 모 기자가 "군에서는 관광지 고유명칭으로 생각하고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죽녹원'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뭐 큰 문제가 되겠습니까" 했더니 김 교수왈 "그것은 말이 안됩니다. 고유명사도 적용되는 것이 따로 있지 무조건 갖다 붙인다고 다 통용되는 게 아닙니다. 한자로 '竹綠苑'이라 이름지었으면 한글로는 당연히 '죽록원'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우길걸 우겨야지요." 그리고는 한글맞춤법 두음법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아울러 요즘 컴퓨터 언어로 인해 한글교육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도 곁들였다.
죽록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공장소이자 교육 현장이며 이를 관리하는 담양군의 얼굴이자 관광담양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비단 김 교수의 이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공공기관에서는 항상 올바른 한글 표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참에 군에서도 확실하게 정리를 해주기 바란다.
정히 '죽녹원'으로 우기고 싶다면 차라리 입구에 걸린 '竹綠苑' 간판을 떼어내 버리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