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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기러기도월 수진 스님(담양 용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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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2  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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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사는 새벽 4시에 아침 예불을 온 대중 약 15명이 합동으로 30분 기도하고 30분 좌선(坐禪) 한다.

스님이 대중에게 설명하기를 “무릇 좌선을 할 적에는 운동이나 무용, 요리 등 각종 업무에 기본 즉 기본자세가 있듯이 좌선에도 앉는 자세가 있다.”

첫째 식사를 조절하고 하루생활의 많은 생각일랑 일단 접어놓고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주위환경을 조용하게 한 다음 두툼한 좌복(방석) 위에 앉는데 허리띠는 풀어 놓고 좌쪽 발목을 우측 허벅다리 위에 올린다.

손 자세는 단전 밑에(배꼽 밑 3Cm) 오른손을 그 위에 왼손을 포개고 양손 엄지손가락 지문을 같이 맞댄다.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는데 몸의 균형은 앉은 채로 앞뒤로 약간 흔들어 보고 다시 좌우로 조금 흔들어서 중심을 잡는다.

너무 몸에 힘을 주지 말고 귀는 어깨와 수직, 코는 배꼽과 수직으로 맞추며 혀는 입천장 중앙에 살짝 대고 입을 다물며 눈은 감지 말고 반절쯤 떠서 앞 1m 전방을 바라본다.

생각은 “내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내 몸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만법은 하나로 돌아오는데 하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등등...

이렇게 해서 하면 할수록 고요해지면 이것이 최고의 좌선법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최고의 안식처가 된다. 일어날 적에는 급히 일어나지 말고 그 고요한 경지를 어린아이 보호하듯 항상 안정을 가지고 생활한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만가지의 잡다한 생각도 따라서 고요해진다.

비유하자면 흐리고 탁한 물속에서는 밑바닥을 보기 어려우나 물이 맑아지면 저 밑바닥을 다 볼 수 있듯이 마치 도적을 보아야 도적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번뇌망상이라고 생각되면 그 망상을 없앨 수 있고 괴로움이 있으면 그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치매라는 것도 정신의 착란 증세에서 오는 것이니 마음을 오래 오래 모으는 연습을 하다보면 치매는 사라지고 앞길이 밝아지며 죽음의 저승사자를 볼 수 있어 물리칠 수 있고 앉아서 임종을 맞기도 하고 서서 맞기도 하며 등운봉 선사처럼 물구나무 서서 괴팍스럽게 임종을 맞기도 한다. 이것이 좌선하는 목적이지만 이런 내용은 차치하고 좌선하다 보니 옛 싯귀가 생각이 난다.

고요하고 적적한 밤 밤늦도록 앉았으니
큰법당이 그대로가 적멸보궁 자연일세
무슨일로 서쪽바람 갑자스레 불어닥쳐
조용하던 온 대지를 송두리째 흔들으니
늦은밤 겨울바람 추운줄도 모르고
기러기떼 맑은소리 하늘높이 퍼져가네.

여기에서 ‘무슨일로 서쪽바람’이란 우리나라에서 볼 때 부처님 탄생지인 인도가 서쪽이다 보니 부처님이 거기에서 태아나 불교를 전파하면서 온 세상을 흔들어 놓았으니 본래 사람이 태어날 때 자연스런 마음에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걸림없이 나왔는데 무엇하려 성인이랍시고 이 세상에 나와서 우리들을 번거롭게 하느냐. 이런 말씀은 경지가 높은데서 하는 말인데 우매한 중생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 오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불교는 이렇고, 유교는 어떠니 그런 망상을 이르킬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또 ‘찬바람 헤치며 날아가는 기러기’란 인연과 자연의 이치를 모두 모아서 한마디로 한 말이다. 기러기는 겨울이면 대장이 막대기를 물고 선두에 서서 앞으로 날아가고 뒷 기러기가 따라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날아가는 것도 공기의 저항이 있어 날아가는 것이고, 소리도 공기가 있어 소리의 파장이 우리 귀(耳)의 고막인 수정채를 움직여서 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삼라만상이 자연의 인연법으로 있는 것이다는 것을 기러기 소리내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님이 이 싯귀(詩句)를 통해서 현 시국을 표현한다면 조선왕조 최초 서양 사절단 여행가인 미국인 퍼시벌 로웰(1955∼1916)은 우리나라를 표현할 때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 했듯이 자연스런 삼천리 방방곡곡 금수강산 행복의 나라였는데 무슨 일로 어쩌다가 한 여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여풍(女風)이 갑작스럽게 불어 이 추운 주말의 날씨에 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젋은 청년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나 우리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흔들어 놓으니 하루 속히 사태가 수습되어 본 위치, 본 자리로 각자 돌아가 평상심을 찾아야겠다.

진도의 세월호 앞바다는 원한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전처럼 파도는 철석이고 기러기는 춥던 덥던 북쪽을 찾아 날아가는데 억울한 영혼들은 제 갈길 몰라 정처없이 헤매이고 일개 여인이 벌려놓은 이 사태는 마음만 답답하다.
어렵다면 어려운 일, 쉽다면 쉬운 일, 모두가 한조각의 오욕 때문에 버러진 일, 그렇지만 고요한 아침의 나라 변함없이 지금도 태양은 뜨고 있다.

세월호 앞바다는 무정하게 파도만 말없이 넘실넘실
지리산의 어머니품 한강수는 도도히 흐르는데
기러기는 무심하게 새벽하늘 찬공기를 마셔가면서
구만리 장천 자연의 노래를 힘도차게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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