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서포도회 총무를 역임한 농민 박래선 씨가 폭염피해로 상품성을 잃은 자신의 포도밭을 둘러 보며 상심에 젖어 있다.

수입포도·체리 영향 소비감소, 출하가격 해마다 곤두박질
올해 폭염 피해로 수확량 감소···엎친데 덮친격
농가 절반 폐업에 포도축제도 흔들, 경쟁력 제고 대책 절실

한·칠레, 한·미 FTA 등으로 외국산 포도가 밀려오면서 문을 닫는 국내 포도농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지역 포도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담양 고서 포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고서면은 90여 농가가 42.4ha 면적에서 포도를 재배해 연간 3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전남의 대표적인 포도 주산지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칠레산에 이어 미국산, 페루산까지 외국산 포도가 급속히 시장을 잠식해 출하가격이 해마다 곤두박질치며 포도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3~5월까지 수입된 포도가 저장됐다가 7월에도 시판될 뿐만 아니라 미국산 체리가 국내산 포도출하 시기와 겹쳐 수입이 되면서 국산 포도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내 조기출하 물량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됨에 따라 출하초기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산 포도끼리 소비 경합이 심화되는 등 올해도 가격약세가 전망되는 상황에 지역 포도 농가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러한 포도가격 하락세 등 수익성 감소로 담양군은 지난해 포도농가 123호 중 37%에 해당하는 45농가가 폐업 지원을 신청했으며, 고서면만 보면 전체농가의 절반가량이 포도농사를 포기했다.

이에 군은 지난해 폐업신청으로 인해 포도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작년 공판장 가격으로 5kg에 1만4000원 가량 하던 포도가 7000원 가량으로 반 토막 나며 올해도 폐업농가가 속출, 현재까지 13농가(고서 8, 남 1, 창평 4, 대전 1)가 추가로 폐업지원을 신청한 상태다.

폐업지원금은 FTA 때문에 재배·사육을 계속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한 품목에 대해 정부가 3년간 순수익을 지원하는 것으로 피해보전직불금 지원대상품목으로 인정된 품목이다.

하지만 폐업지원금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해 장기적으로 농가 경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 올해 포도 농사의 경우 폭염에 따른 강한 햇볕으로 포도알이 화상을 입는 고온 피해가 고서면을 중심으로 관내 상당수 포도농가 과원에서 발생하며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대폭 감소, 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이와관련 고서포도 농가 박 모씨는 “포도의 경우 낙과나 폭염 피해 등에 대한 보상 기준이 없어 농업재해보험을 통한 피해 복구도 여의치 않아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FTA로 인해 국내 포도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군이 적극 나서 고사 직전에 몰린 관내 포도농가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포도산업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군 친환경농정과 관계자는 “FTA 등으로 수입산 포도가 밀려 오면서 관내 포도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군에서도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농가에서 재배 중인 캠벨 품종은 당도나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잃은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청포도나 거봉 등 품종갱신을 통해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작장해의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연작으로 인한 토양 병·해충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다양한 토양관리 기술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연작에 따른 품질저하 및 생산량 감소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격년제로 실시중인 ‘고서포도축제’도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군비 보조 70%에 자부담 30%로 실시되는 축제인 만큼 농가 수 감소는 축제규모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개방으로 인한 포도농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국산 포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뚜렷한 대책없이 폐업만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 포도 시장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김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