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28일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터키와 밧모섬 그리고 그리스를 다녀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16일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였는데 그 다음 날인 오전 7시가 되어서야 목적지인 터키 아디나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일행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발자취를 답사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시작했던 시리아 안디옥을 시작으로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지와 사도 요한의 유배지였던 밧모섬(바투모스)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를 순례하였습니다.
터키와 그리스 지역을 순례하면서 보니 특히 터키지방의 모든 건물에 태양열 시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안내하던 현지 가이드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터키에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태양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처해진 악조건이 결국은 환경을 사랑하는 격이 되었으니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현명한 판단을 했다는 것입니다. 전력이 부족하면 원자력발전소 같은 발전소를 건설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태양열을 이용하려는 현명한 판단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붉게 떠올라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땅의 햇빛, 이 땅의 바람과 물, 이 땅의 들판과 산에서 나는 자연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석유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우라늄을 수입하며 우리의 경제를 압박 당하면서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말입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코드만 뽑아도 15%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니 원자력발전소 1-2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건물마다 각 가정마다 태양열 시설을 한다면 분명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6일 간의 터키에서의 순례를 마치고 사도요한의 유배지였던 밧모섬(Patmos)을 순례하고 다시 밧모섬에서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순례한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였는데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대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고 맛이 있었습니다.
아테네를 비롯하여 그리스는 지진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진에 대비하여 튼튼하게 건물을 건축하였기 때문에 사망자가 48명에 불과하였는데, 그것도 주인이 임의로 용도변경을 한 건물이 무너져 44명이 사망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사도 바울이 말씀을 외쳤던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페리클레스(Perikles)라는 정치가가 “우리 아테네가 살 수 있는 길은 파르테논 신전을 건축하는 것”이라 역설하였지만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반대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페리클레스는 "나 혼자서라도 하겠다" 고 하자 자존심이 강한 아테네 시민들이 호응을 하여 파르테논 신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지진으로 무너져 아무 볼품없는 기둥만이 서 있는데 세계 각지에서 이 무너진 신전을 보기 위해서 모여들고 있습니다. 관람요금이 15,000원인데 1년에 1,000만 명이 다녀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파르테논 신전의 관람수입이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페리클레스라는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가 한 사람 때문에 그리스는 엄청난 경제적 유익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오후 2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고 저녁 6시가 되면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루에 6시간 정도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 소득은 ＄20,000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관광수입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우리 담양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담양의 파르테논 신전은 무엇일까? 담양의 도심은 경제활동이 마비되어 경제가 어렵다고 너도나도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담양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자는 바로 대나무와 생태도시가 파르테논 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담양의 페리클레스로서, 그에 호응하는 민중이 되어 대나무와 생태도시를 지키는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땅, 로마의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굳건히 지켰던 땅, 1,000년을 기독교문화로 꽃피웠던 성지(聖地)가 이슬람화 되어 버린 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 입장에서 미래의 한국교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 담양의 파르테논 신전인 대나무와 생태도시를 꼭 지켜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돈은 세상을 지배합니다. 그러나 돈보다 강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깨어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함께 아름다운 담양을 만들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