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금지를 지시, 시민단체를 정권의 들러리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인 정부에 대해 시민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3일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행자부가 보조금을 수단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억압하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이를 추진케 하는 것은 국가정책과 행정권 남용”이라며 “행자부 장관은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문제의 행자부 지시 내용은 지난 2일 행자부 자치행정팀이 주관한 전국 16개 시·도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 자료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행자부 소관 업무 중 하나로 한미 FTA 체결을 적극 지원하고 파상적인 대국민 홍보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상공회의소 주관 FTA 포럼 등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한미FTA 반대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지 △소속 직원이 한미FTA 반대운동에 동참하지 않도록 복무관리 철저 △오는 22일로 예정된 총궐기 투쟁이 과격시위로 확산되지 않도록 공무원 동요방지 등을 지시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참여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보조금으로 관변단체를 육성하고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국민을 동원하던 군사독재정권의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국민의 절대다수가 한미FTA 졸속추진을 반대하고 있으며 국가와 국민의 장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이같은 협상 추진에 반대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반응이 분노의 수준까지 이른 것에는 거버넌스(민간협치)의 과제를 전면 부정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연대회의는 “시민사회는 정구너의 이해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이며 안정적 시민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민관협력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해 왔고 이를 합리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며 “국가는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지원할 의무와 시민 참여, 협력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거버넌스를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삼을 것을 세계 각국에 권고하고 지원하고 있는 UN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시민사회와 국가 간 협력과 협동의 개념이 실종됐다는 사실은 한심한 일”이라며 “참여정부의 반개혁적이며 퇴행적 행정이 계속되는 한 시민단체의 저항과 비판은 거세지기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의신문 이재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