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스(δο?λο?)는 희랍어로 "종", "노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로서 종 같은 마음으로 나라와 이웃을 섬기자 며 신학교 다닐 때 결성한 모임인데 오랜 세월 변함없이 뜻 있는 일을 하며 서로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갈 즘에 이 둘로스 모임에서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는 뜻을 지닌 흑산도를 가게 되었다. 흑산도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흑산도 일주여행을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바로 이 흑산도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실학자 정약전의 유배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꼭 한번 들러보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천주교 신자였던 정약전이 신앙생활을 했던 사리성당과 후학들을 길렀다는 沙邨書堂(사촌서당)을 답사할 수 있었다.
정약전은 정약용의 친형이자 신유사옥의 피해자로,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실지로 조사하고 채집한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魚類學書)인 자산어보를 남겼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라는 뜻이라 한다. 자산어보는 수산동식물 155종에 대한 각 종류의 명칭?분포?형태?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사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중요한 문헌 중의 하나이다.
황인경의 "목민심서"란 소설에 이런 일화가 있다.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용이 귀양이 풀려 고향에 돌아왔다. 18년의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심혈을 기울여 5백 여권의 책을 저술했지만 그 당시 제자들 외에는 읽어준 사람도 없었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정약용은 “후세에 알아 줄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소중히 간직하여 다음 대(代)로 이어지게 하라"는 간곡한 당부를 하였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약용은 형인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생활 중에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자산어보가 집안 일을 하던 박 서방이란 사람이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신방을 꾸미기 위해 도배지로 사용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약용은 큰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문헌을 도배종이로 사용을 했기 때문이다. 벽에 붙여진 보이는 것만이라도 다시 베껴서 복구를 서둘러 시도했지만 어찌 원래의 문헌을 되찾을 수 있었으랴~!!
하지만 복구된 그 문헌으로서의 자산어보지만 지금 우리나라 중요한 문헌 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정약전이 쓴 그대로 잘 보관되었더라면 훨씬 더 귀한 문헌으로서의 공헌을 했을 것이 틀림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담양이 품고 있는 소중한 자산을 바로 아는 것이다. 그 자산은 바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이다. 우리 담양은 다른 고장에 비해 공기 좋고 물 좋은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또한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있다.
그러나 늘 가까이 대하는 대나무요 자연이다 보니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자산어보와 같은 귀중한 문헌을 도배종이 취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너무 홀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또한 정약용과 정약전은 어떤 사람인가? 당대의 실학자로 훌륭한 인재들이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쟁에 희생이 되어 국가를 위하여 헌신하지 못하고 유배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쳐야 했다. 이것 역시 자산어보를 도배종이 취급했던 것처럼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혹여 오늘 우리들도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 네 편, 내 편이 아닌 우리로서, 담양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진지한 논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의견은 수렴하여 담양을 발전시키는데 우리 모두가 힘을 함께 모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