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방장스님과 노행자(盧行者)는 그 깊은 밤중에 황매산사(노행자가 머물렀던 사찰)에서 떠나 방장스님이 노구(老軀늙은몸)를 이끌고 제자를 손수 조각배에 태워 노를  저어 양자강을 건너게 해 주고 아침 새벽에 산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왠일입니까 방장스님이 아침공양을 나오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가서 보니 방장스님의 가사와 발우(밥그릇)가 없어진 것입니다. 밥그릇을 전해 주었으니 밥을 자시러 나가시지 못하신 것입니다. 온 700대중이 벌집 쑤신것처럼 난리가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당시의 사정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황매야실발가사(黃梅夜失鉢袈裟) 하니, 칠백웅도부작가(七百雄徒不作家)로다. 막도춘풍무피차(莫道春風無彼此)하라, 남지결과북지화(南枝結課北枝花)로다. (황매산사의 밤중에 가사와 발우를 잃어 버렸으니, 칠백명의 수행자들이 마치 여왕벌을 잃어버려 온 도량에 웅웅거리며 어지럽게 날아다녀 집을 짖지 못하는 격이 되었다. 봄바람이 평등한 것 같아도 피차가 없다고 말을 마소, 다 같은 나무가지 일지라도 남쪽가지는 열매가 맺혓는데, 북쪽 가지는 이제 꽃이 피는도다.)

쉽게 말하면 남쪽가지는 노행자의 이미 깨달은 법이 양자강 남쪽에서 많이 번창한 것을 표현했고, 북쪽가지는 양자강 북쪽에서 교화를 펼친 신수대사의 법인데 아직 미숙한 것을 표현한 것이고, 한그루의 나무는 황매산사의 방장스님 회상 같은 법을 말함. 춘풍무피차는 같은 봄바람이라도 근기에 따라 다르게 깨닫는다는 표현이고, 한 회상에서 같은 법을 공부했음에도 깨달음의 법은 남쪽으로 간 노행자 법과 북쪽에서 교화한 신수스님의 법이 차이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온 대중의 숫자를 파악해 보니 방아 찧는 노행자가 행방불명인 것이다 방장스님께서 전해주신 속내도 모른채 대중들은 발우 가사가 없어지고 노행자가 없으니 누구나 노행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노행자를 찾으러 온 산중은 물론이거니와 양자강 남쪽까지  범법자 수색하듯 전 대중이 찾으러 나갔습니다.  마치 양자강 남쪽 저어 건너편에 아스라이 노행자가 바위 위에서 앉아 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을 목격한 혜명장군(수행자중 근력이 세고 힘을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로 기운이 세어서 별명을 장군이라 붙여 부른 이름)이 질풍같이 달려가 황소 같은 눈을 있는대로 크게 부릅뜨고 위아래로 훑어보며 욕을 해대면서 “이 도둑놈아 어째서 우리 방장스님의 가사와 발우를 도둑질해 갔느냐 어서 빨리 내놓치 못하겠느냐” 라고 사람을 죽일듯이 가사 발우를 뺏으려하니,

노행자 말이 “이 가사 발우는 하나의 신표에 지나지 않도다. 여기에 무슨 법이 있다고 이렇게 사람을 해칠듯이 구느냐. 아나 이 가사 발우를 가져 가려면 가져 가거라” 하며 바위에 던져 주었습니다. 그러자 혜명장군이 가사 발우를 가져 가려고 발우를 들으니 이 가사 발우가 바위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 힘센 장군일지라도 이것을 떼려고 온 힘을 다했지만 바위가 흔들릴 정도라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혜명장군이 갑자기 공포심이 생겼습니다. 이러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분기탱천했던 마음이 순간에 바뀌어 말을 바꾸었습니다.  "행자시여, 저는 행자님의 가사 발우를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옵고 행자님의 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저에게 법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노행자는 잠시동안 있다가 하는 말이,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하라. 선도 생각지 말고(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라고 한 말) 악도 생각지 말라(죽일듯이 가사 발우를 빼앗으러 달려왔던 생각). 선악을 초월한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상좌(혜명장군을 지칭)의 본래면목(근본마음)이냐” 했다.

혜명장군이 그 말 한마디에 도를 깨달았다 합니다.
이것이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이란 말의 출처입니다. 여기에서 선악을 초월한다는 말은 중도(中道)를 표현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팔만대장경을 말씀하셨지만 중도 하나를 중생들에게 깨우쳐 주시려고 오셨다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일화에 해답이 있습니다.
한번은 스님과 선비가 우연히 만나 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채소거리를 사가지고 오는데 그 선비는 고기 파는 푸줏간에 들러 그 주인에게 하는 말이 “어이 거기 등심 중 깨끗한 부분으로 한 근만 뜨게” 하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말은 누가 들어도 무슨 고기가 깨끗한 부분이 있고 더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고기 파는 주인이 하는 말이 “나리 나릿님께서 말씀하신 깨끗한 부분으로 한근 뜨라고 하셨는데 더러운 부분을 말씀을 해주시면 깨끗한 부분으로 떠 드리겠습니다.” 하니 선비가 어리둥절 하였답니다. 고기파는 주인이라도 이렇게 재치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스님도 그 말 한마디에 크게 깨달았다 합니다. 근본은 본래 선악 시비가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우리 문화 담양시민에 일체 선악시비를 떠나 몸과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져 정신과 물질이 함께 아름답고 풍요로워 진다면 이것이 진정한 ‘불사선 불사악’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