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까페)에서 정부의 한미 FTA추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참여연대, 졸속 한미FTA 협상 반대 입장밝혀
독소조항 포함 우려...협정내용 등 정보공개가 우선
“우리 정부의 감독과 조정기능을 그 누가 신뢰합니까? 그런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통해 내부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한미 FTA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공개 졸속 추진 중인 현재의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등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을 정부는 국민의 여론 수렴과 국회의 견제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절차와 내용의 투명한 공개가 전제되지 않은 협상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FTA를 추진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익을 지키면서 높거나 낮은 국익에 맞는 FTA를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의 모습을 보면 통상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외통수에 자신을 몰아넣고 도박을 하려는 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정부와 여러 차례 면담을 했지만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협상의제로 중요치 않다’,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언론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한 내용이 아닌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보 독점과 이중적인 언론플레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에서야 ‘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 예고되는 등 정부는 이전까지 한미 FTA에 대한 내부적 대비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며 “협상 자체에 대한 합의보다 협상 이후 부작용에 대비하고 역량을 마련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경애 변호사(민변 한미FTA 소위원회 위원)는 “국회에서 한미FTA 특위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19명의 의원이 17개 협상분야를 다룬다는 것은 대단히 부족하고 또다시 국회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한미 FTA와 관련한 정부의 정보공개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특히 권 변호사는 투자부문을 예로 들며 한미 FTA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투자분야에서 정부는 한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1차 협상 당시 미국과 특별한 이견 없이 합의해버렸다”며 “세이프 가드는 무시됐고 공공정책과 사법주권이 무력화 될 수 있는 ‘투자자 국가소송제’를 합의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국가소송제’는 개별기업이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허용하면 투자기업이 투자유치국의 여러 요인들에 의해 투자가 방해받았을 때 투자유치국 상대로 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투자자 국가소송제’는 이미 시민사회가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했지만 정부는 협상 포함 여부에 대해 함구하다 지난 5월에 와서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정부는 ‘투자자 국가소송제’의 대상이 환경, 보건의료 등 공공정책이 아니라는 점과 우리 기업도 미국에서 똑같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차별 대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공공정책을 문제 삼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처장은 “교섭력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포괄적 FTA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FTA 형식 역시 국제적 표준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한미 FTA 협상은 준비과정부터 매우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이며 졸속”이라며 “정부 내에서 조차 소수에 의한 배타적, 독단적으로 협상을 추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정부 내에서 한미 FTA에 대한 특별대책팀이 꾸려졌다고 하지만 미국과의 어떤 공동연구도 없는 상태”라며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 조율이 없고 국민여론 수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충격요법을 통한 내부 개혁은 말도 안된다”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없는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은 그 자체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 처장은 “△정부의 FTA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철저히 외면된 점 △정부간 합의사항이라 통합협정문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점 등은 한미 FTA 과정의 큰 문제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려진 한미 FTA 협상 내용에 대해 공동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향후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통합협정문 공개와 관련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이며 오는 9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FTA와 관련해 정부를 모니터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부를 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임종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찬진 변호사(민변 한미FTA 소위 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권경애 변호사(민변 한미FTA 소위 위원), 이태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기사제공 시민의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