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청성 지역 인삼 농가가 노랑병으로 인해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노랑병은 7∼8월 고온기에 생기는 생리장애로, 잎이 노랗게 색이 바래면서 광합성 작용을 제대로 못해 뿌리가 크지 못하는 인삼에 치명적인 병이다.
"토양 속 나쁜 성분 걸러내는 필터 역할"
노랑병에 걸리면 인삼의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져 사실상 한해 인삼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 이 노랑병은 대부분 논에 심은 인삼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하원(50·청성면 궁촌리)씨는 “논 1천600평에 심은 인삼 중 절반인 800평의 인삼밭에서 노랑병이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라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삼밭이 그런 상태인 것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삼농회(회장 주재인) 육경환 총무는 “밭에 심은 인삼은 괜찮지만, 논에 심은 인삼의 95%가 노랑병이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논에는 벼를 재배하기 위해 비료가 많이 투여돼 습하고 염기가 많아 노랑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빨리 군 차원에서 노랑병에 걸린 인삼 농가를 파악하고, 응급조치 및 자체 예방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매년 이와 같은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기술센터 이영수 인삼 담당자는 “아직 초기단계라 조금 더 지켜보고 수치를 파악한 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5일마다 전용약재를 살포하고, 키토산 등을 주입하는 응급조치를 취하면 조금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논에 심은 인삼에 노랑병이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대나무 숯이 노랑병을 예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5년 전에 노랑병으로 인해 500평의 인삼밭을 다 버렸던 설용선(덕지리 이장)씨는 똑같은 논에 지난해 11월 대나무 숯을 뿌리고 로터리를 쳐서 인삼밭을 조성했다. 하지만, 대나무 숯 때문인지 올해는 노랑병이 거의 걸리지 않아 좋은 인삼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설용선 이장의 설명이다.
금산농업기술센터 인삼약초시험장 성봉재 연구원은 “대나무 숯이 나쁜 성분을 흡수하고 걸러내는 필터효과를 하면서 그런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봉재 연구원은 노랑병을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토양검증을 사전에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노랑병은 거의 인삼에 맞지 않는 토양성분에 기인한다고 보면 된다”며 “인삼 사전 예정지의 흙을 15cm 깊이에서 판 후, 농업기술센터에 맡겨 토양검증을 해서 인삼을 심어도 되는 환경인지 미리 파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양검증에는 보통 토양산도, 유기물 함량, 인산함량, 가리, 칼슘, 마그네슘, 염농도 등 일곱 가지를 점검하는데, 토양산도, 인산, 가리와 마그네슘의 비율이 정상치를 벗어나면 노랑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 성 연구원의 설명이다. /옥천신문 황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