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안에 호남 안에 갇히면 미래 없다 ”
필자는 고향이 화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양을 내 고향 화순 못지않게 좋아하게 됐다. 필자가 선비골 담양을 처음 접한 시기는 어린 시절이지만, 필자의 가슴속에 화순 못지않게 분명하게 각인한 것은 약 2년전쯤 일이다.
28년간의 서울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낙향해서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의 객원기자를 하면서 담양의 정자 문학을 전국에 소개하면서부터다.
당시, 담양군은 민선 3기 2년차에 접어들어 생태도시와 대나무신산업화로 전국에서 유명해 지고 있을 때라, 젊은 층이 주로 보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담양에 대한 소개를 특집기사화하기로 했다.
필자는 그때 담양군이 갇히지 않고 열린 미래지향으로 살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자치행정의 새로운 희망을 보았으며, 농도 전남지방이 ‘관광 미래랜드’로 발전될 가능성을 목격했다.
그 희망은 담양의 뛰어난 풍경을 지속가능한 생태도시화 정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234개 자치단체 모두가 탐낼 만한 ‘생태도시’라는 브랜드( 필자가 파악하기에 이 생태도시 브랜드 가치만 해도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으리라 판단한다)를 담양군이 선점을 했던 점에서 솟아났다.
또한,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줄 알았던 담양 대나무를 신산업화 해내고 대나무 하나 가지고 바다건너 외국인들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미래의 밝은 전망성 때문이었다.
반면, 화순탄광에서 간조해줘야 남광주시장이 설 정도였다는 내 고향 화순의 검은 황금자원은 석유와 가스 등 대체연료에 밀려 이미 사양화돼 있었다.
화순의 과거 정치 십년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조차 없이, 공사 인사 비사(秘事)등 소위 ‘삼사비리’로 형제간에 집안간에 선후배간에 원수가 될 정도로 ‘비참지경’이었다.
나랏돈을 야금야금 빼돌려서 표밭만 관리하고 친위조직만 챙기느라 ‘화순생각’이 화순과 광주 사이 너릿재 안에 갇혀만 있었지 지구촌 한 가족 시대 속에서 살아갈 만한 고을 브랜드조차 단일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유독 담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앞에서 열거한 담양에서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새로운 희망을 본 이유들 때문에 담양의 선거결과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결과가 놀랍게도 필자가 당초 생각했던 바와는 다르게 나왔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공정선거문화가 실종된 채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 혼탁선거였다는 점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담양군민의 신성한 선택의 결과라고 판단돼 외지인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지만, 이런 선거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가 여러 언론이나 담양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처럼, 다른 이유가 개입돼 있다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선거결과가 이미 나왔으니 과정은 전혀 무시한 채 무조건 결과에만 따르고 승자는 아량을 베풀어 패자를 감싸고 패자는 승자를 도와 화합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현상은 더욱 큰 문제일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과정이다. 선거과정의 중요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만인평등 법치사회의 근간이기도 하다.
호남은 잘 아시겠지만,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근대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경부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영남권과 한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수도권 등에 공장도 회사도 기업도 인구도 집적돼버린 탓으로 호남은 소외되고 낙후돼 왔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물산의 절반가량을 한양 등 중앙으로 실어 날랐던 천혜의 농사터요 육지와 바다의 농어업 공동 생산터였는데도 말이다.
호남은 농수산업을 아직도 생산개념으로만 판단하면서 가공이라든가 관광이라든가 하는 미래지향적 발전전략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담양은 달랐다. 민선 3기에 접어들어 타 자치단체와는 차별화된 정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대나무 한 가지만으로도 호남 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생태도시라는 단일 브랜드 통일 행정 덕분에 내일로 미래로 성큼 성큼 발전되고 있었다.
문제는 담양군이 의욕적이요 차별화된 정책으로 잘 살아보겠다면서 세계화해 보겠다는 미래성이나 뜨거운 열정이 담양 밖의 많은 사람들은 인정해주고 있는데, 막상 등하불명 격으로 담양 안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 중 한가지로,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서울 등 도시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고향 호남지방 선거는, 혈연 지연 학연 등 과거 연줄과 모임연 코드연 취미연 현대 연줄의 ‘연줄에 갇혀’, 1인1표제의 숭고한 취지가 조직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점일 것이다.
갇힌 연줄 안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자들은, 법대로 해야 될 법조인, 사실대로 써야 될 언론인, 진실대로 살아야 될 양심인들까지 다종다양하여 더욱 걱정이다.
‘나를 따르라’며 깃발을 든 사람들의 특징은, 안살림과 내부사정 등에 소홀하거나 간섭하지 않으려 하는 점들이다. 오히려 자신이 책임진 조직과 집단의 미래를 위해 전진 또 전진만 하려고만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 성향 때문에 내부적으로 조금은 비난 받을 만한 여지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 미래지향적인 지도세력들이 좌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을 내 선장이 열 명 이상이어서, 범죄집단으로까지 내몰리는 비리자치단체가 셋 중 하나 정도여서, 마인드가 지역 안에 갇히어서, 등등의 이유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주변 고을들이 부지기수인데도 말이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류길수
-1957년 전남 화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
-코리아헤럴드 등 언론계 종사
-한국소설가협회원(필명/류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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