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활동 폭이 넓은 A모씨는 5·31 지방선거 예비후보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자 신경을 집중했다.
일부러 옆 방에 들어가 어떤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계산은 누가 하는지,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잠시 뒤 A모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전의 상황을 낱낱이 보고했다. A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밀리에 활동하는 선거부정감시단원 중 한 명이다.
물론 가정된 한 사례이지만 5.31 지방선거 후보들에겐 현실이 될 수 있다.
5·3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담양군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부정감시단의 암행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정체를 숨기고 불·탈법 선거를 감시하는 선거부정감시단원들은 지역 곳곳에서 은밀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부정선거감시 활동이 완장을 차고 떼를 지어 다니는 단속반을 흔히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공개선거부정감시단원은 최소화하고 정체를 감춘 단속인력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는 비공개 감시단원들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침을 일선 선관위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담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를 대비해 공개선거부정감시단원 등 단속요원을 대상으로 한 실무교육을 마치고 전진 배치한 상태이며 이중 일부는 공개감시단원으로 활동하고 나머지 인력은 정체를 감춘 채 공천헌금 수수나 금품·향응제공, 비방·흑색선전,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대규모 불법선거운동조직 운영 등 중대선거사범들을 적발한다.
군 선거관리위원회는 비밀리에 비공개 감시단원들을 모집해 이미 부정이 일어날 만한 곳에 은밀히 심어 뒀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당원이 아니고 정보력이 뛰어난 지역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감시단의 활동기간은 선거 전 120일부터 선거 뒤 30일까지로 모두 150일이며 이들은 소정의 활동비를 미리 지급 받고 제보내용에 따라 수당과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함께 모이는 일이 없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선관위 내에서도 담당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1대 1로 관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부정선거감시단원들의 활동으로 인해 예비 후보들은 극도로 언행에 조심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지인들은 물론 잘 모르는 이들이 선거에 대해 관심을 표명할 때 반갑기보다는 내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부정선거감시단원들의 지나친 감시 활동도 후보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기초의원 후보자들의 경우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인해 선거구가 확대됨에 따라 자신의 지역은 물론 타 지역에까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데 면전에서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비롯 매시간 전화로 후보자들의 동태를 점검하는 등 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있지만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꾹 참고 있는 상황이다.
한 후보는 "후보자들 스스로 금권 선거 자행시 당선되더라도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며 "부정 선거 감시단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탈·불법 행동에 대해서만 감시업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