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제 고등학교 시절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저의 적성을 전혀 모르고 대학진학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우리 부모님들은 공부 좀 하는 남학생은 의사, 아니면 검, 판사 여학생은 선생님, 공무원 그게 최고의 바람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에 가서야 저의 적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학력고사를 보아 학교를 옮기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니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현재 같은 우리나라 교육상황에서는 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을지라도 대부분 저와 같은 갈등을 한 번 정도는 겪어 봤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자기 적성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시대나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학생들의 적성을 과학적으로 세심하게 파악하고 그 적성에 따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만한 교육여건이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명문 대학 진학률로만 10대 명문, 20대 명문 리스트를 만들어 자녀들을 이들 학교에 진학시키려합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학교를 이런 순서로 등급을 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세상은 우리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간판보다는 실력과 사람 됨됨이를 중시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이상적이라고만 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더디지만 현재 그런 방향으로 우리 사회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현재 중, 고등학생이 사회생활을 할 때쯤이면 훨씬 더 그런 사회 쪽으로 진전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부모들은 지금의 시각 더 나아가 지난날 당신들이 살아온 시각으로만 자녀들을 교육시켜가고자 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우리나라 교육정책 담당자들도 학부모 눈치만 보면서 아니 더 앞장서서 그러한 것을 북 돋우고 있습니다.
유명대학이 인생에서 성공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성공의 확실한 문을 열어주지는 않습니다. 학부모나 고등학생들에게도 명문대 진학만이 인생의 참된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식시켜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자녀들의 적성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파악하여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베트남을 식민지화하고서, 각급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건강한 신체를 단련할 기회를 차단하고, 독립 투쟁의식을 끄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 학생들처럼 1주일에 두 시간에 불과한 체육활동으로 어떻게 엄청난 체력이 필요로 한 21세기 글로벌 리더들이 만들어 질 수 있고 세계와 경쟁 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현재의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잡아둘 것이라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켜야 합니다. 이 일은 각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현실화시킬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단 1%의 명문대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획일적인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의 人性을 북돋우고,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우수하게 완주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때 체력을 튼튼하게 해놓고 폭넓은 교양과 독서를 통해 창의력과 균형감각을 길러 대학에서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밤새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진짜 공부는 대학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에 갈 때 만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거나 대학을 졸업하면 교육의 개념이 없습니다. 진정 대학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 외워 제끼는 암기식 지식이 아니라 창의력과 체력 그리고 균형감각 입니다.
저는 이러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앙집권적인 획일적인 교육정책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중앙집권 식 명문대 진학만을 최고로 치는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병들게 하는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각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그 지역 특성에 맞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내어 지금과 같이 오로지 명문대를 향한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자기 적성에 따라 여러 가지를 선택 할 수 있는 폭넓은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여론조사를 해보아도 자치단체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자녀교육문제가 가장 높게 나옵니다. 요즈음 각 자치단체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구 감소문제도 교육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각 자치단체가 예산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각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문제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만 이 정도가지고 교육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서울 강남구 등 일부 부유한 자치단체를 제외한 각 자치단체들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는 완전한 자치교육을 실시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중간단계로 교육비 일정부분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운영은 전폭적으로 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일부자치단체에서는 그런 시도가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중앙정부에서도 교육격차 해소 차원으로 88개 군에 1개씩 우수고교 육성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완전 자치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가장 크게 문제 되는 것이 열악한 지방재정입니다. 또 교육전문가들의 부족으로 자치단체장이 바뀌어 질 때마다 변화되는 일관성 없는 교육 등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을 지라도 자치교육 제 전면적인 시행만이 오로지 명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단 1%의 학생들만을 위한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떠한 교육이 좋고 어떠한 교육이 나쁜지에 대한 기준이나 평가항목은 아직은 없습니다. 그 시대와 각자의 토양에 맞는 교육이 가장 좋은 교육일 것입니다. 올바르고 참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박철홍(군 정책협력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