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불선원 정보(正寶)스님

▲ 천불선원 산들바다 발효식품

정보(正寶)스님,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재소자 교화사업에 ‘큰 뜻’
자신 낮추고 상대방 배려하는 “존경합니다” 인사법 전파

창평 슬로시티 사찰음식 명인으로 명성이 높은 정보(正寶)스님을 뵙기 위해 창평면 오강리 천불선원을 찾았다.

먼저 선원을 방문해도 좋은지 스님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로 밝고 청아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님의 첫마디는 “존경합니다. 환영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님의 깊은 마음이 기자에게 전해지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천불선원은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주위 환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잘 가꾼 정원 화단에 스님의 깔끔한 성격이 엿보인다.

마침 이날은 천불선원의 큰 행사인 104위 화엄성중(華嚴聖衆) 점안식을 봉행한 직후여서 스님께서는 업무 뒷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바쁘신 중에도 반갑게 기자를 맞으며 시원한 차 한잔을 내 놓으신 스님은 대뜸 “어제 104위 화엄성중 점안식을 봉행하는데 의식을 마치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장대비가 쏟아지는 거예요. 그동안 가뭄이 심해 농사다 뭐다 농촌에 근심 걱정이 많았는데 참석하신 신도님들이 박수를 치며 얼마나 좋아 하시든지...”

그러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시는 스님을 마주하며 어쩌면 스님의 신통한 염력(念力)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기자가 “요즘 사찰음식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푸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손수 담근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이 인기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 놓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법문을 들으러 온 신도들을 위해 공양을 내 놓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며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데 착안해(할머니께 전수받은 비법과 스님의 연구 약 20여년) 본격적으로 사찰음식을 내놓게 됐습니다.”

스님은 이어 “사찰음식은 흔히 ‘어머니 밥상’이라고 하지요. 인공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도 어머니의 손맛이 온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산이나 들, 바다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나온 잎, 줄기, 열매, 뿌리 어디하나 버릴 것 없는 식자재 밥상은 맛과 건강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자연보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스님은 또 “지난해 가을 창평 슬로푸드축제 컨테스트에 오강리 마을대표로 나가서 대상을 차지했지요. 그리고 올해 대나무축제 때에는 14개 음식 부스 중 산들바다 사찰음식이 가장 잘 했다고 축제 관계자로부터 칭찬받았다”며 다시한번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여 주셨다.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제철나물과 채소 등 온전히 천연재료로 꾸리는 담백한 정성, 심성을 담은 정보스님의 사찰음식은 기름지거나 인공조미료 범벅인 속세 음식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맛과 영양을 따지기 보다는 키우고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것조차 수행의 과정으로 보는 스님의 평소 마음가짐이 기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듯 했다.

이처럼 스님은 평소 장류와 장아찌, 견과류, 양갱, 선식 등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천연재료로 사찰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사업에 사용한다고 한다.(남자교도소, 여자교도소, 자매결연 10명 영치금 등)

그런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매월 수십만원에서 백여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보통 사람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건만 한 달에 세 번 광주교도소를 방문해 법회 및 정신교육을 통해 많은 남성, 여성 재소자들이 가족과 소통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고 참회하며 새 삶을 살려는 희망이 보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스님은 광주 천불선원에서부터 시작해 20여년전 창평면 오강리에 세계불교 세심종 광주전남도지부를 설립하고 이웃주민과 관내 노인당 등에 20여년째 음식과 과일, 떡과 팥죽 등 나눔의 실천과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자비행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스님이 수행 중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다름아닌 재소자 교화사업이다.
1980년대 후반 기도 중에 “현재의 지옥이 어디인가”라는 자문자답에 그곳은 ‘교도소’라는 답을 얻었고 지금까지 종교위원으로 남다른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광주교도소 교정위원, 법무부 교정 중앙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포교와 출소자 재활지원 그리고 사회복지사업에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청소년 선도 및 범죄 예방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천불선원 방 한켠을 가득 메운 장애인협회 감사패를 비롯 법무무장관 표창, 교정대상 자비상 수상,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 수여하는 21세기 한국인상·인물대상(종교사회교정공로 부문) 등 다수의 수상 흔적이 스님의 지난 이력을 말해 주고 있었다.

참다운 수행(修行)과 공덕(功德)이란 사찰이 불전에서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서 쌓아가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며 불법의 진리를 바르게 깨닫고 자신이 스스로 참다운 공덕(功德)의 길을 가며 그로 인해 두사람, 세사람 더 나아가서는 만중생(萬衆生)이 바른 삶의 길과 공덕의 길을 갈 수 있게끔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평소 지론이다.

스님은 참다운 공덕과 자신의 득도를 위하는 길이 깊은 산중에 앉아 참선의 길도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기보다 순리에 순응하며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중생을 구제하는 교정교화사업의 큰 뜻을 품는데는 당연히 수행자로서 보살행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천불선원을 나서는 순간 문득 평소 일을 즐기시는 정보스님의 말씀이 떠 올랐다.
“언제라도 할 일이면 지금하자. 누구라도 할 일이면 내가 하자. 내가 하는 일이라면 더 잘 하자. 인생은 가위 바위 보. 돌아가는 길목에서 극락을 찾았습니다.”/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