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우리나라 상황에서 교육문제는 대통령,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교육감, 학교관계자 등을 비롯한 그 누구도 쉽게 풀 수 없는 난제 중에 난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토록 어렵다는 교육문제에 대해서 감히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그 누구도 벗어 날 수 없는 눈앞에 닥친 절박하고 가장 중요한 현실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에서 우리나라 교육문제 정답을 찾자는 것은 아닙니다. 찾을 수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그러나 마음속에만 묻어놨을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해서 서로 논의정도는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담양군에서 지역학교 교육 문제업무를 맡아본 계기로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교육문제는 국가적 문제에서 지역적 문제로 옮겨가고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즉 자치단체가 주축이 되어 지역현실에 맞게 특색있는 자치교육이 펼쳐져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대도시 인근 농촌지역에서 지역을 떠나는 가장 주된 이유가 자녀교육 문제 때문입니다. 더 이상 교육문제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단지 서울대등 서울 소재 일류대와 일류학과를 목표로 한 1%를 위한 명문고 교육으로 나머지 99% 학생들이 주눅이 들고 몸과 마음이 희생 되게 하는 교육도 더 이상 있어서 안 됩니다. 知,德,體를 갖춘 건강하고 건전한 인재를 지역에서 길러 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제기나마 해보고자 3번으로 나누어서 (1. 퇴보하는 교육환경, 2. 1%를 위한 교육, 3. 우리교육이 나아갈 방향)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의 글에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 또한 어떤 방법으로든지 생각을 밝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교육환경 상 어쩔 수없다고 체념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상당할 것입니다.
1. 퇴보하는 교육 환경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작년에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영화다.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서울 말죽거리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내 고등학교 시절과 거의 같은 시기라서 상당히 흥미롭고 관심 있게 보았다.
영화라서 조금은 과장되었겠지만 빡빡 깍은 머리, 까만 교복, 교련선생 등 억압된 우리시대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내용을 나름대로 사실에 기초해서 잘 표현 해놓았다.
주연배우로 나왔던 권상우가 같은 동료학생들을 괴롭히는 패거리들과 싸움 끝에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면서 울부짖으면서 내 뱉은 말!
“ 대한민국 학교 ×까라고 해!”
30년 전인 내 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속에도 간직되어졌음직한 말이다.
“비버리힐즈의 아이들”
미국 L.A 상류사회 고등학교학생들을 배경으로 한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에 T.V에서 방영한 외화드라마다.
나는 그 드라마를 상당히 흥미 있게 보았다. 그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우리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너무 자유스럽고 다양한 취미활동과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자라나는 그 애들이 너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못했지만 그 당시 막 태어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처음으로 이민을 고민 해 본적도 있다. (물론 그 학교는 미국에서도 상류층 자제만 다니는 학교로서 그 당시 우리나라 학교 상황과는 비교하기 힘들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애들이 커서 고등학교 시절이 되면 그 보다는 못 하겠지만 우리 고등학교 시절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다양한 취미활동과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 믿고 마음을 접었다.
내년이면 어느새 우리 큰애가 고2가 된다.
내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한 세대가 변한다는 세월인 딱 30년 차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현실을 대강 알고 있었지만 우리 큰애가 다니면서 직접 겪어보니 참으로 놀랍고도 안타까웠다. 그래도 우리 큰애가 다니는 학교는 공립학교라 그리 심한 편도 아니다. 한 세대가 변해버린 30년 동안 내가 꿈꾸었던 ‘비버리힐즈의 아이들’처럼 다양한 취미 활동과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고등학교 로 변화 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 때 보다 더 억압된 학교생활( 우리 때는 그래도 오후 6시면 칼같이 학교를 나설 수 있었다.) 하루 잠자는 시간만 빼고 오로지 학교에 남아서 학과공부와 시험에만 매달려 있었다. (모두가 3년 동안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렵다는 고시도 합격 할 것이다.) 녹일 듯한 펄펄 끓는 청춘의 모습이 아니라 학과공부와 오로지 내신등수에만 억매여 있었다. 그들의 축 쳐진 어깨를 보았을 때 애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넘어 30년이 지나서 더 퇴보해버린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분노했다.
자녀교육문제에 대해서만은 오로지 일류대를 향한 집단최면에 빠져 버린 광적인 우리나라 학부모와 일류대 출신만이 활개를 치는 사회적 현실이 이러한 교육환경을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니다. 어떤 부모나 아이들에 대한 기대로 자기 아이들이 1%안에 들기를 확신하고 바라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99%는 항상 남아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학부모들이 1% 아이들의 학부모가 아니라 99%아이들의 학부모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대부분 학부모가 1%를 위한 교육에만 목매여 있다. 1% 때문에 99% 학생들이 얼마나 주눅이 들고 학교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까지 해치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부모모들 마음속에도 ‘비버리힐즈의 아이들’에 나오는 것처럼 내가 꿈꾸었던 고등학교시절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사회와 학부모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까지 쭉 처진 어깨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다음호에는 단 1%를 위한 교육이 이어집니다.) /박철홍(담양군 정책협력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