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보내며 월요일만 기다리지! 몸을 움직이니 건강에도 좋고 한바탕 장구를 치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니까!"
올해로 벌써 4년째 공공도서관 평생교육 농악반에서 장구를 치고 계시는 남상렬 할어버님의 말씀이시다. 8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쩡쩡 울리는 그의 장구가락은 젊은 청년 부럽지 않다.
매주 월요일 도서관 휴관일을 이용,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노인 농악반이 운용중이다. 25명의 회원 중 환갑을 맞으신 분이 제일 막내이지만 도서관 2층에 마련된 '동아리방'은 쌀쌀함이 감도는 가을날에도 그 후끈함이 식을 줄 모른다.
젊은 시절 '큰애기' 때부터 장구를 쳤다고 하는 막내 박영자 할머니는 "화전놀이 가면 항상 내가 장구를 쳤지 근데 여기 와서 정식으로 다시 배우고 있어"라며 '제대로' 배운다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계셨다.
"월요일 날 아침 먹고 버스 타고 나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재미있으니까! 즐거운 맛이 있으니까 사는 것도 재밌제!"
수북 오정리에서 버스를 타고 '싸목싸목' 나오신다는 학생회장 정구남 할머니(69)는 농악반 자랑에 자뭇 진지하시다. "우리 노인네들이 참 복 받았습니다. 여기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한바탕 두드리고 나서 조금씩 준비해온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한 달에 4번 만나는 것이 너무 아쉽죠"
평생교육 농악반은 단순한 여가생활을 넘어 '프로'에 가깝다. 원을 그리며 주위를 돌던 행렬은 어느새 태극형태도 되고 십자모형도 된다. 한명 한명이 각자의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다시 하나의 소리가 되어 모양을 그리며 모였다 흩어졌다. 우리네 춤사위가 모두 그렇듯 쉬운 것 같으면서 결코 녹녹치 않다.
이런 실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공공도서관 농악반은 지난 9월 전남 평생학습 축제 학습동아리에서 전남도교육감상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찍이 예술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고 많은 곳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양정봉(82)씨가 '동아리'의 선생님이시다.
때마침 동아리방을 찾은 최형식 군수는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군요" 라고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농악은 농촌의 애환을 담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르신들 모두 활력이 넘치시는 것 같아 정말 좋습니다". 어느새 최군수를 둘러싼 학생들은 한마디씩 건넨다. "징이랑 꽹과리, 북은 다 개수가 맞는데 장구가 몇 개 부족합니다" 말을 이어 받은 유우종 씨는 "서한숙 도서관장이 바닥도 설치해주고 시설 전반이 모두 좋아졌다"며 "하지만 모두들 월요일만 기다리다 여기 나오니 장구 쟁탈전이 벌어지고 맙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장구와 장구채 몇 개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의 '조용한 아우성'을 갈무리했다.
이에 최군수는 장구지원은 물론 난방이며 건강체크 등을 물으며 대동한 이문섭 사회복지과장에게 '각별한 신경'을 당부했다.
"오랫동안은 치지 못해! 하지만 틀리지 않으려고 신경쓰면서 하다보면 치매예방도 되는 것 같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니까 여간 운동되는게 아니라니까"라며 농악예찬론을 펼치시는 김용인 할아버지(72), "여기서 신명나게 한바탕 놀고 나면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아"라시며 또다시 다음 월요일을 기다리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