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아침 대한항공편으로 평양(순항)공항에 안착했다. 필자는 평양공항이 아닌 간이 비행장(?)으로 착각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무엇인가 착각 속에서 평양공항을 간이공항으로 잘 못 쓴 것 아니가 의심하면서 보고 듣던 것을 요약해서 적어본다.
한 나라의 국제공항이 공항 아닌 활주로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착륙과 이륙(着陸 離陸)만을 유지하는 간이 비행장이라 적어도 큰 실례는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혹시 다른 곳에 仁川국제공항에 버금가는 공항이 있는지는 몰라도…!
평양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확 트인 지평선을 달린 기분이다.
북측에서 제공한 버스에 분승한 우리 일행은 앞에서 안내하는 보안서 차량을 따라 운행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넓은 들에는 추수가 한창이다. 작업장에는 모두가 집단화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모처럼 허리를 펴 우리 일행에 손짓으로 환영의 의사를 보내준 그들은 우리 모두의 한민족임을 강하게 나타낸다.
平壤시 근교에서는 많은 젊은 남녀 청년들이 기복(起伏)이 심하고 굴곡으로 통행에 지장이 있는 포장도로를 정비하고 있는 작업반(?)을 볼 때 남쪽에서도 마을 단위로 실시하는 치도(治道)사업이 떠오른다. 그런데 필자는 젊은 작업반(?)이 일하는 도로는 의외로 도로 폭이 넓고 길이도 5∼6km 이상 되는 것으로 보아 유사시에는 전투기의 이착륙 활주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시내는 극히 한산하다. 오고 가는 행인도 극히 적고 특히 차량운행은 의외로 적다. 그러나 보행자 수도 남한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으나 그들의 눈동자 또는 행동자체는 활기찬 모습이다. 이밖에도 아침저녁 출퇴근 시 승강장에는 그들의 질서 있는 두 줄 서기로 차례를 기다리는 수준 높은 공중도덕에 필자는 탄복했다. 북한에는 흡연을 억제하거나 금연을 제한한 곳이 없어 어디서나 담배를 피울 수가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버린 담배꽁초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곳이 바로 平壤거리다. 그래서 평양은 곧 공원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우리 방문단 일행은 18일 오전 만경대 김일성 주석 생가와 주체사상탑, 개선문과 동명왕릉을 둘러보았고 영재 과외활동시설인 만경대, 학생소년 궁전에서는 초등학생들의 특별활동 수예, 음악 등등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거리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대형사진이 걸려있고 가는 곳마다 혁명구호가 쓰여있다.
거리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외는 너무나 한산하고 조용하다. 달리는 승용차도 낮에는 몇 대만을 볼 수 있을 뿐!
평양시의 밤거리는 중요 몇 개소의 거리를 제외하고는 암흑가요 죽음의 거리요 공포의 거리다. 가로등을 비롯 상가에도 전혀 불빛하나 흘러나온 곳이 없어 시내 변두리와 번화가로 알려진 평양시의 小路(?)길은 한마디로 未知의 세계다. 북쪽 주민들의 눈동자는 살아있고 거리를 활보하는 걸음 거리는 역시 활기차다. 비록 잘 먹지 못하고 입지는 못할 형편의 체제에 살고있으나 그들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자유! 필자는 북한에서 생각마저 망각 속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먼저 결론부터 적고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들"
이제 남과 북은 거리가 좁혀져 가까운 형제로 치닫고 있다.
10월 17일 저녁 5·1경기장에 우리 일행이 안내되어 입장하자 수 만 명의 북측관중이 기립박수로 열렬한 환영이 10여 분간 계속된다. 관중석 중앙에 마련된 특별석에 남쪽식구 2백여 명.
평양시내 전경을 새긴 카드가 전광판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면서 천지를 진동하듯 거대한 합창으로 우리를 환영한다. 8시 정각 아리랑 노래와 함께 8만 명의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여성단체가 집단으로 한복, 운동복 등을 입고 컴퓨터 그래픽처럼 나타나 대오를 만들고, 날고, 뛰고, 쌓고, 춤추고, 노래하고, 외치고, 기뻐하면서 엑스터시에 빠져드는 듯했다. 15만 명의 관중석을 가진 경기장은 얼마나 넓다는 것인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들은 수난의 민족비극과 현재의 강고함, 미래에 대한 비전, 사회주의에 의한 연출기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그 배경은 카드섹션과 영상과 특수효과로 초대형 화면을 연출하는 기법은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일제 때 우리 민족의 수난기를 보여줄 때는 우리에게 익숙한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노래가 주제음악으로 나온다. 새로운 출발기를 보여주는 집단 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환상적이었다. 어린 아이들의 웅장한 모습. 2∼3명씩 줄넘기를 하면서 동시에 집단 줄넘기의 묘기, 사람 몸이 60도 각도로 공중으로 쏘아 올려진 뒤 포물선을 그리며 그물 위로 낙하하는, 상상을 뛰어넘은 곡예! "번영하는 내 나라" "더 높이 더 빨리"에서 보여준 5층 탑 쌓기" "통일 아리랑"에서 살풀이 장구소리와 8만 명의 그래픽 춤을 볼 때는 가슴부터 창자 속까지 흔들리는 진동을 느꼈다.
아리랑 축제는 7만 명이 하나의 기계처럼 흔들림 없는 일거일동 한치의 틈새도 없이 음악 속에서 펼쳐진다.
우리를 안내한 여성들의 열정적 설명에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식대로 산다는 그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는 그들에게 물었다. 언제쯤 통일이 될 것 같냐고, 바로 나온 대답이 우리 민족이 합심만 하면 통일의 날은 크게 당겨진다는 것이었다. 남과 북은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나 북측이 상처받고 또 치유하고 갈등의 과정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북은 여전히 김일성 주석의 영향력 아래 살고,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 아래 강성대국을 꿈꾸는 사회였다.
아리랑 대공연은 북한이 21세기의 걸작이라고 주장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웅장함과 치밀함, 그리고 완벽함은 세계 어느 나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것 같다. 개별성과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예술관념으로 보면 결코 걸작일 수밖에 없다. 이 걸작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의 일사불란한 완벽함에는 과연 그들이 그 동안 얼마나 시련을 겪었을까? 필자는 착찹하였다. 자유민주주의 정서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북측은 변화하는 평양보다는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모습이 대동강의 흐르는 물줄기처럼 옛 모습 그대로의 1인 체제는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대동강에 흘러 보내는 그 날 통일은 온다는 그 생각!
우리 일행은 평양 양강도호텔에 여장을 풀고 곧바로 관광길에 나섰다.
평양은 더 이상 외부세계와 단절된 절대의 고도(孤島)는 아니었다.
호텔과 음식점에서 남측 방문객을 환대하며 술을 따라주는 20대 젊은 여성들의 활달함에서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어 이것도 통일의 첫 수확으로 알고 보람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