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실은 담양출신으로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판소리 명창이며 이날치, 김채만에 이어 서편소리를 오늘날까지 이어준 서편제의 대부이다.
김소희, 한애순, 임춘행 등 수많은 제자들이 그의 소리를 배웠으며 ‘열사가’ ‘해방가’와 같은 창작판소리를 작곡해 전승시킨 창작판소리의 효시를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해방 후 좌우익 간 이념논쟁 속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홀연히 월북, 분단의 역사적 상황하에 남한에서는 그동안 박동실의 예술활동과 위상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북한에서의 그의 예술활동은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최근들어 남한에서도 그의 예술활동과 위상을 주목한 연구자료가 많이 발표되고 있으나 월북 이후 북에서의 행적을 자세히 서술한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이 글은 북한에서 최고의 예술인으로 대접받았던 공훈배우이자 인민배우였던 박동실 관련 행적과 업적을 자세히 기록한 북한측 자료이며 원본에 충실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가족 버리고 고향 떠난 외로운 천재”
대대로 藝人집안에서 태어나 9살에 소리를 처음 배운 박동실은 불과 1년만에 ‘춘향가’를 완전히 소화해 당대 판소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고 이후 남한에서는 서편소리와 창작판소리 대부로 우뚝 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고 월북이후 북한에서는 그를 “값 높은 인생길을 찾은 인민배우 박동실”로 평가.
인민배우 박동실(1897-1968)은 1910년대-1960년대 중엽에 우리나라 민족음악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활동한 재능 있는 창극가수였고 음악교육자였으며 작곡가였다.
그는 1997년 9월8일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대판리(현. 봉서1구 *남한측 자료에는 담양읍 객사리 241번지)에서 대대로 음악에 조예가 있던 가정에서 태어나 음악적 영향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의 아버지는 판소리를 잘 부르는 민간가수였고 외할아버지 배희근은 우렁찬 목소리와 늠름한 풍채, 호방한 성격으로 소리판을 휘어잡던 서편제 명창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었다.
박동실이 아버지의 지도아래 정식 소리공부를 시작한 것은 9살때부터. 남다른 음악적 소질과 좋은 목청을 가졌던 박동실은 소리공부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춘향가》 전곡을 완전히 소화하였고 어린 박동실의 이같은 소리재능은 금새 소문이 나 당시 음악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3살 나던 그를 제일 먼저 청하여 무대에 올린 곳은 창극단체《양명사》였다. 1905년에 서울의 원각사 무대에서 김창환의 지도아래 새로운 근대음악극인 창극 《춘향전》의 첫 공연이 있은 후 여러 지역에서 《협률사》라는 명칭을 단 창극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판소리의 본고장이라고 일러오던 전라도에서는 광주에 《양명사》라는 큰 창극단체가 조직되고 지방유지들의 후원아래 1,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까지 설립되어 관중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1909년 8월경 광주 북문안에 세워진 양명사 극장은 비록 지붕을 이엉으로 덮은 임시건물이었으나 원각사를 본따 돌 무대를 설치한 비교적 넓은 무대와 분장실을 갖추었고 객석도 층계 형식으로 된 1층(중앙통로를 계선으로 좌우 양옆을 남자석, 여자석으로 구분)과 다락 형식으로 세운 2층 관람석을 가지고 있었다. 이 극장을 거점으로 하여 이미 원각사의 창극에 참가한 경험을 가졌던 명창 김넉넉(담양군 수북면 출신)을 총지휘자로 창조집단이 창극 《춘향전》을 준비하여 상연하였다. 총연출은 김넉넉이 맡았고 창군으로 박홍진, 정학진(19세기 말엽의 후기 8명창중의 한사람인 정창업의 아들), 이도령역에 한승태, 춘향 어머니역에 박장원, 향단역에 박화섭, 사또역에 박재실, 방자역에 전일도 등이었다.
13살의 소년 박동실은 주인공 춘향역을 맡았다. 원각사에서의 첫 《춘향전》 공연때 춘향역을 맡았던 심명언이 16-17세 소년이었음을 상기하면 양명사에서 13살의 박동실이 춘향역을 맡았다는 것은 당시 그의 소리와 재능이 매우 뛰어났었고 그로인해 당대 명창들의 확고한 인정을 받았음을 잘 알게 해준다.
박동실의 소리 기량은 이 시기 명창 김채만(1865-1911)의 본격적인 지도를 받으면서부터 더욱 세련되었다. 그는 서편제 판소리의 대가라고 일러오는 이날치(1820-1892)의 제자였던 김채만을 통하여 《심청가》,《적벽가》 등을 배워 능숙하게 부르게 됨으로써 박유전, 이날치 이래 서편제 판소리의 법제를 계승해나가는 전도가 촉망되는 명창후계자의 한사람이 되었다.
박동실이 10대의 어린 나이에 ‘판소리5가’중 여러 작품들을 완전히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달리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재능이려니와 그 수련을 위하여 기울인 꾸준한 노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박동실의 가창 활동은 20살 되던 1910년대 중엽부터 더욱 본격화된다. 그는 1916년부터 10여년간 화순협률사(남원에서 조직된 단체), 리리협률사를 비롯한 여러 창극단체들에 망라되어 전국 각지로 순회공연을 다녀 협률사 무대에서 앞 과정의 종목들에 편성되는 판소리의 한 두 대목을 부르기도 하고 뒤 과정의 창극 《춘향전》에서 춘향역이나 또한 극을 끌고 나가는 주도자인 창군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창군이란 당시의 말로 ‘창대하는 사람’ 이라는 뜻이며 그가 부르는 노래를 ‘방창’ 이라고 불렀다. 창극에 창군이라는 주역배우가 있게 된 것은 초기의 창극이 아직 무대 음악극으로서 극작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던데 따른 것으로 선행한 판소리의 대본과 음악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즉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3자의 입장에서 아니리(말)나 노래조로 엮어 나가던 극적 정황묘사, 사건 발전경로, 주인공의 처지와 움직임, 옷차림새 등을 창극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직접 가창할 수 없었던 까닭에 그것을 맡을 주역배우로 창군을 설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창군은 창극의 극적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인도자이며 해설자인 동시에 가창예술의 높은 구현자로서 공연성과를 좌우하는 기본 주역이었으며 흔히 집단내의 가장 우수한 명창을 선발하여 담당하게 하였다.
박동실이 이러한 창군의 주역을 담당 수행한 것은 그가 20대에 벌써 당당한 명창들의 대열에 섰음을 말해준다. 1930년대에 들어와서 그는 부안협률사 등에서 창극공연에 몇 차례 참가한 외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판소리 및 창극배우 후계자들을 육성하는 사업에 쏟아 붓는다.
그는 1931년 여름부터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1936년 중엽-해방전까지의 기간에는 청진, 서울 등지에서 후진 육성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미 어릴때부터 판소리를 비롯한 노래공부를 하면서 풍부한 성량과 높은 예술적 기량을 가지고 5가(판소리 5개작품)에 정통한 국창으로 알려졌던 박동실은 자신의 판소리 수련과정과 창조, 실천을 통하여 체득한 경험과 지식에 기초하여 수많은 후진을 육성하였다.
그의 지도밑에 공부한 수많은 제자들 중에는 1940년대 부터 해방후에 이르는 기간동안 판소리 유산의 대를 이어오거나 창극무대에서 각광을 받은 재능있는 명창들이 적지 않았다. 서편제 판소리류파의 창시자인 박유전으로부터 시작한 서편제의 판소리 《춘향가》,《심청가》,《수궁가》,《적벽가》등은 이날치에서 김채만, 공창식(1887-1936)등을 거쳐 박동실로 이어졌으며 이것은 또 박동실을 통하여 후대 가수들에게로 그 명맥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가 키운 제자들 중에서 공기남, 임소향, 조상선, 김소희 등은 이미 1940년대부터 판소리 및 창극의 주역배우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었다. 예컨대 명창 공창식의 아들로 이미 아버지를 통하여 소리를 배웠던 공기남(1917-1971)은 1935년경부터 박동실의 본격적인 지도를 받으며 더욱 기량을 연마하여 판소리 5가에 능통한 명창으로, 여러 창극작품의 주역배우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임소향과 김소희 역시 박동실이 품을 들여 키운 수제자들로서 8.15해방 전에 이미 명성을 날렸었다. 해방 전 조선옷을 입고 제나라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일제의 무지한 탄압의 대상으로 되고 있던 수난의 시기에 판소리 및 창극 가수 후진을 육성하는데 바쳐진 박동실의 음악교육 활동과 정력적인 노력은 당시의 진보적이며 양심적인 음악가들의 예술활동과 더불어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책동으로 인멸되어가던 전통적인 민족음악 유산들을 지켜내고 계승발전 시키기 위한 애국애족적인 투쟁의 일환인 것으로 여겨져 대단히 긍정적인 의의를 가진다.
8.15해방은 일제의 조선강점 첫 시기부터 눈물겨운 가창생활을 해오며 망국노의 설움과 수난자의 울분이 골수에 사무쳤던 박동실에게 크나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8.15해방을 맞이한 소리꾼 박동실은 일제하 뜻대로 펼치지 못한 소리 활동을 해방된 조국 남한에서 자유롭게 펼치고자 했으나 좌익성향 예술인으로 의심받아 당국의 심한 견제와 감시 등으로 또다시 좌절감을 맛보고 보다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된 북행을 결심.
해방직전의 수개월간 조상선, 공기남, 임소향, 우창균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농촌지역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3일 후에 조국 광복 소식을 접한 박동실의 가슴은 크나 큰 격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제는 우리 세상이 왔다! 우리가 이땅의 주인이다!” 라고 소리높이 외치고 또 외치며 종일토록 서울의 거리들을 뛰어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방의 이 시각 우리 창악인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박동실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안고 일을 찾아하기 시작, 동료들과 함께 공연수익금으로 저축된 자금을 모아 일제의 패망을 전후하여 심히 영락된 국민들의 생활에 보탬을 주고자 인민위원회로 찾아 가기도 했으며 해방과 함께 설립된 민족음악인 단체인 ‘국악원’, ‘국극사’에 창극《춘향전》을 무대에 올리기도 하고(1946. 1. 5) 창극배우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미군정에 의해 감행된 사회주의 경향의 인민위원회와 진보적인 교육 문화단체들에 대한 탄압과 해산, 음악창작과 공연활동에 대한 억압 등은 이 땅의 주인으로 마음껏 노래하고 창작하고 싶었던 박동실에게 “보라 ! 이 땅은 네가 주인이 아닌 땅이다. 너의 재능조차 받아줄 대지가 못된다.”고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 그의 독창적인 작품활동이 시작되고 미군정과 그에 협조하는 자들을 조소, 단죄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하게 된다. 뜻이 통하는 동료들과 함께 사회주의 진영의 편에 서서 투쟁에도 참가하고 한편으로는 음악활동을 펼쳐 나가는 과정속에서 박동실에게 체포령이 내려지고 이에 박동실은 해방된 땅에서 또다시 피해 다니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단가 형식의 노래《인민군 서울입성 환영가》를 부르며 인민군을 위한 위문공연도 하고 여러 환영모임에서 공연활동을 벌여나갔다. 인민군의 후퇴가 시작되자 박동실은 “평양에 가서 노래도 짓고 후진들도 키우자. 그래서 민족음악을 발전시키는데 나의 적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자”는 생각으로 단신 북행길에 오르게 된다.
박동실은 북행 후 현지생활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와 노동당 문예정책을 접하게 되고 이때부터 판소리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접목한 새로운 창작활동을 펼치게 된다.
북한에 들어간 박동실의 첫 3년(한국동란기)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만포에서 국립예술극장 협률단에 입단하면서부터 사회주의 음악예술인의 영예를 안은 박동실은 사회주의에 깊이 빠지게 되고 손수 곡조와 가사를 지은 단가 형식의 창작가 《김장군을 따르자》를 내놓게 된다.
당시 국립고전예술극장에는 박동실과 함께 남한에서 음악활동을 하다 들어온 안기옥, 정남희, 조상선, 임소향, 공기남, 박남복 등을 비롯하여 김진명, 홍탄실, 김관보, 김영원, 강갑순 등 서도와 남도민요에 뛰어난 성악가들과 민족악기 연주가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박동실은 이들과 함께 인민군과 인민들을 고무하기 위하여 다채로운 민족음악 소품들과 창극 《춘향전》《리순신장군》등을 창작해 무대에 올렸으며 재능있는 민족음악의 후진을 키우는 사업과 민족음악 유산들을 복구정리 하는 사업도 적극 펼쳐나갔다.
전쟁 3년간 박동실은 자신의 창작적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하여 많은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그는《보천보 출진》《비봉산 포위섬멸》등의 판소리 대본과 음악을 창작했으며 또한 가요《추수를 급히 하자》를 비롯한 여러편의 성악작품들도 창작하여 내놓았다. 북한에서 박동실의 첫 음악활동 기간이 된 전쟁 3년간은 그의 생활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온 시기였다. 북한에서의 박동실은 음악예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와 삶을 누리며 민족음악을 사회주의 사실주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한 민족음악가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음악예술을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아 발전시키는데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했으며 민족고전음악을 전공한 오랜 음악가로서 자신의 재능과 정력을 남김없이 기울였다.
이것은 그가 1950년대 약 10년간에 창작하여 내놓은 많은 작품들을 통하여 잘 알 수 있다. 그는 수백년간 전래되어 오던 판소리 양식을 토대로 《녀성영웅 조옥희》《해군영웅 김군옥》《력사가》등 9편의 작품들을 내 놓은데 이어 판소리를 함축한 장가 형식의 작품《조국해방실천사》《새로운 조국》《조국의 기발》《사회주의 좋을시구》《승리의 10월》《백발의 결의》등 10편을, 단가 형식의 작품《김장군을 따르자》《해방의 노래》《단결의 노래》《금강산휴양의 노래》《조중친선》등 수십편을 창작하여 무대에 올렸다. 그가 대본 및 가사까지 직접 지어 내놓은 이 작품들은 전통적인 고전음악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북한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다. 그중 《보천보 출진》 《녀성영웅 조옥희》 등은 판소리로 혁명적 주제를 해결한 초기 작품들로서 북한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의의를 갖게 되는데 이 작품들은 공훈배우 공기남, 임소향에 의하여 전후시기에도 여러차례 공연됐다.
그는 또한 독창과 제창, 합창 등을 배합하여 독특한 악곡형식으로 창작한 《8.15후 남한 충의가》 등의 작품들을 통하여 전통적인 민족고전 음악형식의 현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박동실은 이 시기 북한 인민들이 사랑하는 민족고전 작품인 《춘향전》《심청전》 《흥부전》 《선화공주》 등 20편을 창극화하여 무대에 올리는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또 1954년 3월-6월 기간과 1956년 10월에 중국을 방문하는 예술단의 지도성원으로서 창극 춘향전, 심청전을 가지고 수개월간 베이징, 남경, 항주, 심양, 연변 등지에서 진행된 순회공연에 참가하였으며 중국 월극단 배우들에게 창극 춘향전을 전습해 주는 사업을 지도하기도 하였다.
박동실은 1956년부터 평양음악대학에서 교원, 민족음악연구사로 재직하면서 민족고전음악의 후진들을 키우는 것과 함께 민족음악을 사회주의적 미감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였다. 박동실은 원래 봉건시대때 부터 남도창과 같은 탁성을 배워 전수한 오랜 고전음악가였지만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기존 창법을 탈피, 탁성을 없애고 맑고 부드러운 소리와 그 발성법 확립에 앞장섰다. 그는 이 시기 북한 당국의 창극현대화 방침에 따라 평양음악대학의 창조집단과 함께 창극 춘향전을 현대화 하는 사업을 진행, 탁성을 제거하고 남녀성부를 구분하며 가사에서 한문투를 없애기 위한 사업 등을 맡게 된다. 이와함께 전통적인 성악 유산들을 수집 정리하고 연구 분석하는 음악과학연구사업도 추진해 여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갑을 계기로 공훈배우 호칭을 받은 박동실은 몇 년후 북한 예술인 최고의 영예인 인민배우 호칭까지 받아 가장 존경받는 예술가로써 명성을 얻었고 그가 완성한 ‘판소리5가’는 북한에서 국보처럼 여기는 ‘민족음악대전집’에 실리게 되지만 그는 월북 후 단 한차례도 찾지 못한 고향을 뒤로한 채 71세를 일기로 타계하고 만다.
1957년 9월 그의 환갑을 계기로 북한당국은 박동실에게 공훈배우 호칭을 수여하였고 몇해가 지난 1961년 7월27일에는 인민배우의 최고영예를 안겨주었다. 인민배우 호칭을 수여받은 날 박동실은 “오래 짓눌렸던 우리나라의 유구한 민족음악은 해방된 조국에서 밝은 빛을 받고 우후죽순처럼 자라 활짝 꽃피었습니다. 아마도 옛 사람들이, 아니 지척에 있는 남녘땅 동포들이 우리의 창극, 우리의 대민족관현악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음악가들의 대열인들 또 얼마나 장성하였습니까.” 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고혈압으로 고생하면서도 후대에 전통고전음악 유산을 길이 보존하는데 헌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67년 5-9월 기간에는 오랜 제자들인 공기남, 임소향, 조해숙, 신우선 등과 함께 개성시의 관음사에 들어가 그들에게 ‘판소리 5가’를 재전습시키고 녹음, 보전하는 사업을 마침으로써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있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박동실은 1950년대 초엽부터 1960년대 중엽까지의 기간에 민족음악의 후진을 교육 육성하는 사업에도 힘을 기울여 우수한 민족성악가들을 많이 양성하였으며 1956년초에는 부모잃은 전쟁 고아였던 박영선, 박영순을 맡아 그들의 친아버지, 스승으로서 민족음악의 대를 이어갈 음악가로, 교육일꾼으로 키워 내기도 했다.
일제 식민통치 첫시기부터 시작하여 미군정하의 남한땅에서 그리고 북한에서 오랜기간 민족음악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였던 박동실은 말년에 접어들어 수년간 가정에서 병치료를 하게 되며 그가 키운 수양딸 박영선(본명 오영선,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원)과 사위 김철현(4.25예술영화촬영소 공훈배우)과 함께 여생을 보낸 뒤 1968년 12월 4일 71세를 일기로 사망하게 된다.
박동실은 그렇게도 염원하던 조국의 통일과 고향인 담양땅을 다시는 보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그의 육성과 제자들의 가창으로 귀중히 보존된 ‘판소리5가’는 북한에서 ‘민족음악대전집(판소리작품편)’으로 편집 간행(1997년 예술교육출판사)돼 전통적인 민족고전음악을 보존, 계승 및 연구하는데 있어 국보적인 가치를 지닌 귀중한 자료로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