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전기료와 사용처를 꼼꼼히 비교한 박씨는 에어컨을 과도한 전기료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박씨는“에어컨을 사용한 건 사실이지만 미리 사용시간에 따른 요금까지 계산해 사용했다”며 황당해했다.
박씨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전기료를 계산할 때 누진세라는 개념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74년부터 과도한 전기사용료를 자제토록 하기 위해 도입된 누진세는 전기를 일정량 이상 사용했을 때 기본료와 전력량 요금을 단계별로 추가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주택이 100kwh 이하의 전력량을 사용했을 경우 기본요금 370원, 전력량 요금(원/kwh) 54.6원이 부과되지만 301~400kwh를 사용할 경우에는 기본요금 3330원에 전력량 요금(원/kwh)은 235.2원이 부과된다. 누진세만 놓고 비교한다면 전력량 요금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누진세는 가정에서 나오는 총 전기요금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에어컨의 기종에 따라 게재되어 있는 전기요금은 실제 납부해야 하는 전기료와 다르게 나타난다.
누진세가 도입된지 20년이 지났지만 박씨의 경우처럼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피해아닌 피해를 입는 주민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에어컨 등 전력소비량이 많은 기기들이 사회 전반으로 보급되면서 누진세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서민들이 가계에 타격을 입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정주부 이모씨는“지난해 여름 전기료 고지서를 받고 누진세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느꼈다”며“에어컨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요즘의 추세에 따라 누진세를 재조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기료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는 주민들의 불만에 시달려야하는 한전도 해마다 곤란해하는 것은 마찬가지.
한전 담양지사는“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면 전기료가 과다 부과된 것이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친다”며“해마다 누진세에 관련된 홍보자료를 내거나 전력소비량이 급증할 경우 미리 통보하는 등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누진세는 전력 과소비 제재뿐만이 아니라 소득재분배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는 제도”라며“최근 전력소비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만큼 누진세를 미리 꼼꼼이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