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대가 취했다는 말이고 이는 대가 물을 좋아하는 관계로 통상적으로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인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로 정했다. 그리고 이날을 대를 심는 날로 정하여 마을에서는 모두가 아침부터 낮까지 공터와 마을 뒤에 대를 심었다.
대 심기가 끝나면 즐거운 점심식사와 함께 마을에서 미리 마련한 '대잎술'을 마시면서 화전놀이와 함께 흥을 돋구었다. 대는 물을 좋아해 우수기에 심으면 잘 자랐기 때문에 남방지역에서는 죽취일을 단오제보다 더 큰 명절로 꼽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 당시에는 모내기에 앞서 못자리를 끝낸 농민들은 마을에 잡괴(雜魁)의 침입을 막고 동절기에는 바람막이를 위한 죽취일 행사를 벌였으며 그날은 모든 사람이 술에 취해 죽취(竹醉)가 인취(人醉)로 변했다. 마을과 마을 사람이 저마다 주고받은 술 한 잔이 1919년 기미년 만세사건(삼일운동)과 연관되자 이때부터 일제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특히 담양을 비롯한 인근 지방에서는 삼일운동에 가담했다가 옥살이에서 풀려나온 애국지사들이 '죽취일'을 이용, 술에 취한 것처럼 '대한독립만세'를 선동했고 많은 주민이 합세하자 이를 우려한 일제의 탄압이 노골화되면서 1923년경에 죽취일이 폐지되고 대나무 식수운동도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필자는 담양의 문화와 역사를 논할 때 마다 '마을 있는 곳에 대밭 있고, 대밭 있는 곳에 마을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과거에 '죽취일'이 없었다면 오늘의 담양을 과연 '竹鄕'이라 할 수 있을 것인지!
필자는 1970년대부터 '竹醉日'의 부활을 수차 건의하였으나 묵살당했으며 혹자는 기록도 없는 죽취일은 말쟁이들이 지어낸 한갓 소리에 불과하다며 괴변으로 치부해왔다. 뒤늦게나마 담양군과 대나무문화연구회에서 제1회 죽취일 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한 필자로서는 예수님의 부활 못지않은 감회를 받았다.
대나무 심기, 대통술 담그기, 대나무 요리 체험, 대나무 놀이체험, 대나무 악기 및 국악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로 부활한다 하니 군민들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해가 거듭할 수록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이해섭 (담양향토문화연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