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의원과 의회사무과 직원, 기자 등 16명으로 구성된 연수단 일행은 중국 북경에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몽골에 도착, 4일간을 보냈다.
중국은 이미 한국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나라일 뿐만 아니라 담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다녀왔으므로 별도로 기술하지 않고 아직은 신비한 나라, 그러나 연수단 일행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 준 몽골을 중심으로 취재기를 게재한다.(편집자)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은 나라 몽골
연수 3일째인 11일 일행은 9시 30분 발 울란바토르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북경공항으로 향했다.
일행을 태운 몽골항공(MIAT) 소속 여객기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초원지대 위를 날아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2시간 15분, 그러나 몽골에서는 하절기인 5월부터 10월까지 썸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관계로 대합실 시계는 12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은 마치 우리나라의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의 작은 규모로 국제공항이라고 표현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 초라했다.
그러나 공항에 내려선 순간 우리 일행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몽골 현지 가이드와 공항 관계자가 나와 일행을 공항 귀빈실로 안내하고는 음료와 과자를 내오는 등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
일행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사건은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지 여행사에서 정부의 높은 사람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이뤄졌다고 한다. 덕분에 일행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입국절차를 쉽게 마치고 들뜬 기분으로 몽골 땅에 발을 내딛었다.
광활한 대지 위에 달랑 건물 한 동이 전부인 공항청사를 뒤로 승합차에 몸을 싣고 10여분 달리자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붉은 영웅'이란 뜻의 울란바토르는 인구가 약 70만 명으로 몽골 전체 인구의 30%이상이 이곳에 몰려 산다고 한다. 또 시내에는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으나 대다수의 몽골인은 아직도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산다는 말도 덧붙였다.
잠시후 울란바토르 시가지 중심에 들어서자 제법 번화한(우리나라 수준으로 보자면 보잘 것 없지만) 거리가 나타났는데 이 거리 이름이 '서울의 거리'다. 서울시가 울란바토르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약 5㎞에 이르는 이곳 도로를 포장해줬다고 한다. 서울시는 또 서울의 거리 도로포장을 완공한 기념으로 도로변 공원에 '서울정'이라는 아담한 정자도 지어놓았다.
서울의 거리를 지나면서 유난히 많은 한국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비록 외형은 낡고 볼품 없는 차량들이었지만 현대마크가 선명한 차량들이 버스·택시 할 것 없이 몽골의 중심가를 누비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버스는 신세계백화점이라는 한글을 그대로 부착한 채 시내버스로 운행되고 있는가 하면 범퍼에 소형 태극마크를 붙인 택시도 보였다.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일행에게 가이드는 몽골에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의 60%이상이 한국에서 수입된 중고차라고 귀뜸 했다.
러시아풍의 건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도심거리를 지나노라면 한글간판을 단 식당과 가게들이 자주 보인다. 현재 몽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1200여명. 그들은 몽골에서 호텔과 식당, 유통, 운송, 심지어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터를 잡고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제고시키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뉴욕타운'이란 이름의 한인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일행은 차 한잔을 마시면서 연수방향을 논의하고 본격적인 몽골 연수 일정에 돌입했다.
몽골의 심장 수흐바토르 광장
몽골은 아시아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는 내륙국으로 북서쪽으로 옛 소련과 접하고, 남동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이전부터 외몽고라고 부르던 지역이 거의 여기에 해당되는데, 면적은 156만 6600㎢로 우리나라의 약 7배에 이른다. 인구는 약 200만 명 정도로 전라남도와 비슷하고 도시를 벗어나면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구의 절반인 100만 명 가량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고 나머지는 전국에 흩어져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국민 1인당 GNP가 500달러를 조금 넘는다고 하니 세계적인 빈국인 셈이다.
점심을 마친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로 2차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자이승 전승기념탑'을 찾았다.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원지대에 자리한 이곳에는 마침 졸업식을 마친 몽골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념촬영을 하고 샴페인을 터뜨리는 등 졸업을 자축하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졸업축하파티와 비교하면 다분히 초라하고 순수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소 측은한 느낌도 들었다. 몽골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학생이 갑자기 일행들을 향해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반가운 나머지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느냐고 묻자 자신을 한국어학과 졸업생이라고 소개했다.
자이승 기념탑을 뒤로 몽골 정부청사가 자리하고 있는 시내 중심가 수흐바토르 광장에 도착했다. 마침 광장에서는 우리나라 보이스카웃을 연상케 하는 제복을 입은 어린 청년들이 배낭을 짊어진 채 깃발을 앞세우고 발대식을 갖고 있었다. 무슨 행사냐고 묻자 일종의 배낭여행이라고 설명한다. 배낭을 메고 도보로 곳곳을 여행을 하면서 나라사랑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광장은 몽골혁명의 아버지 수흐바토르가 1921년 7월 10일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민정부를 수립한 것을 기념해 1946년 7월 11일 몽골 정부가 그의 동상을 세우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울란바토르의 중심부에 있는 역사적인 광장으로, 이 곳에서 동서로 피스 애비뉴(평화의 거리)가 뻗어 있고, 남으로는 토라강(江)이 흐른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수흐바토르 광장은 울란바토르의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종합청사, 독립 영웅들의 묘지, 역사박물관, 중앙우체국, 외무부 청사, 국립오페라하우스, 몽골대학교, 자연사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일행들이 자연사박물관 견학을 마치고 나올 즈음 자이승 기념탑에서 만났던 졸업생들이 이곳 광장에서 또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혁명기념일을 비롯해 각종 국가 차원의 행사가 열릴 때는 광장 가운데 있는 수흐바토르의 동상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로 가득 차며, 결혼식을 끝낸 신랑 신부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몽골의 정치·경제·문화의 1번지로 불리며,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몽골 관광의 출발점으로 인식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일행은 수흐바토르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1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라마교 절인 간단 사원을 찾았다. 이 사원은 1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규모는 몽골 최대이다. 사원 안에는 여러 개의 절이 있으며 불교대학도 있다. 특히 미그지드 장라이시그 절에는 20톤이나 되는 큰 불상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라마교는 티베트 불교의 일파로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칸은 라마교에 심취해 국교로 정하고 이 종교를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후일 퇴폐와 방탕으로 흐른 라마교는 원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큰 원인이 됐다고 한다.
이날 연수일정을 마친 일행은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 코리아타운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보야지 호텔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 역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 사장은 재몽골 한인상공인회 회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종업원들도 간단한 한국말은 잘 알아들었다.
전문성 갖춘 소수 정예 조직
연수 4일째 일행은 울란바토르 시내 암아르 거리에 있는 몽골 문화관광부를 찾았다. 허름한 3층건물인 이곳은 정부청사의 별관으로 교육·문화·과학·자연·환경부가 들어서 있고 장관 한명에 각 부처별로 차관들이 업무를 관장한다고 한다. 관광업무는 주로 교육부 외국정책담당 소관으로 직원은 과장을 포함해 4명이다.
이곳 별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총 70명으로 각 과당 평균 인원이 3명이라고 한다. 달랑 3명이 국가의 정책을 기획하고 수립·집행까지 모두 한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3층 회의실에서는 마침 지방정부와 화상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과장급 공무원의 한달 급여가 12만원에서 15만원에 불과한 빈국에서 화상회의라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국토가 워낙 넓다보니 회의에 참석하려면 하루종일 차를 타고 와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의 국가직 공무원은 총 14만명으로 아직 사회주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에 국영 서커스단원들도 국가직 공무원으로 등록되어있어 실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극소수라고 한다. 국가재정이 빈약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아무튼 몽골의 행정조직은 전문성을 갖춘 소수정예 조직으로 외무·경제·법무 등 총 11개부처로 구성돼있다.
76명으로 구성된 국회와 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아이막별로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별도의 의사당이 없이 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원시의 모습 간직한 테렐지 국립공원
문화관광부 방문을 마친 일행은 몽골의 3대국립공원 중 하나인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울란바토르 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90㎞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199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몽골인의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길로 초지에 묻혀 멀리서 보면 길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구분이 안될 정도다. 초원을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지는 이 도로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가는 길에 아직은 물이 덜 오른 초지에 소나 말 그리고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몽골은 국토 전체가 높은 고원지대로 표고가 약 1600m에 달하며 국토 중앙부에서 동부에 걸쳐 목축에 알맞는 대초원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하루를 함께 보낸 탓인지 처음엔 서먹해하던 가이드 볼가 양도 이젠 제법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일행과 친숙해져 있었다. 여기에는 정금연 부의장의 한국어 특별지도(?)도 한몫 했다.
볼가 양은 2000년에 울란바토르 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볼가 양은 한국을 동경하고 있으며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는 말로 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대신했다.
2시간 남짓 초원을 달린 버스는 테렐지 국립공원 입구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배기에 멈췄다.
언덕배기에는 오보(Ovoo)라는 돌무더기 탑이 서있다. 탑 가장자리에 푸른색 천을 매달아 놓은 모습이 우리나라 성황당 옆에 있는 돌무더기와 흡사하다. 가이드는 국립공원에 들어가기전 이곳 오보에 돌을 얹고 무사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고 가자며 일행을 오보로 안내했다. 야트막한 초원 언덕에 주로 있는 오보는 몽골인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오보 돌무더기 위에 돈·담배 등을 놓고 합장(合掌)한 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주위에 있는 돌을 주워다 오보 위에 올려놓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가 한 채 있는데 '아트샵'이라는 간판을 걸고 몽골 민속공예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양털이나 말가죽 제품으로 다소 조잡스러워 보였다. 전통의상 차림의 이곳 처녀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그 몽골처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촬영에 응해줬다.
감사의 표시로 2달러를 놓고 왔는데 잠시 후 그 처녀가 쫓아와서는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고는 휭하니 달려가 버린다. 손에는 2달러 짜리 귀거리가 남겨져 있었다. 공짜는 싫다는 표시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전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몽골인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테렐지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초원지대에 띄엄띄엄 놓여있는 게르와 말을 돌보는 유목민들이 보이고 중생대의 화강암지대 위에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와 깎아지른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영락없이 거북의 형상을 한 거북바위에 다다르자 어떻게 알았는지 현지주민 두 명이 흙먼지를 날리며 말을 몰아온다. 이들은 일행에게 다가와서는 사진을 찍을 것을 권유한다. 1달러 짜리 지폐 한 장씩을 쥐어주고 촬영을 정중히 거절하자 이들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멋진 말타기 묘기를 보여주면서 자리를 떠났다. 1달러라도 반드시 그 값어치를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간간이 숲 사이로 하얀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햇볕은 따가운데 바람이 세다보니 날씨는 서늘했다.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몽골은 습도가 낮고 건조해서 빨래가 쉬이 마른다고 한다. 강한 자외선 탓에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란다.
수양버들로 뒤덮힌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관광객을 위해 숙소로 조성된 UB-2 구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갑자기 가이드가 차를 세우더니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꺾어와서는 꽃 이파리를 하나씩 떼어 먹어보라고 권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에델바이스다. 상큼한 향이 혓바닥을 자극한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약초라고 했다.
UB-2 구역에 이르자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말을 타기 위해 모여있고 현대식 숙소인 코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여러 채의 게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관광객이 원한다면 낙타나 말을 탈 수도 있으며 게르나 코지,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수도 있다. 1일 숙박료는 숙박인원에 따라 다르며 한국 돈으로 3만원에서 5만원선.
현지에서 주문한 양고기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일행은 말을 타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 경험한 승마는 두려움도 잠시 이내 즐거움으로 변했다. 관광객들에게 시달린 탓인지 말들은 눈치가 비상했다. 주인이 다가오면 달리는 시늉을 하다가 주인이 멀어지면 이내 딴청을 부렸다. 그 과정에 웅덩이 곁을 지나던 말 한 마리가 고개를 웅덩이에 쳐 박는 바람에 주용호 과장이 낙마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주 과장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다친 데 없이 무사했으나 일순간 일행을 긴장시킨 사건이었다.
1시간 가까이 승마를 즐긴 일행은 양고기 요리를 먹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르에 들어갔다. 게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몽골인의 전통가옥으로 이동식이다. 몽골인은 흰색을 숭상하기 때문에 하얀색이 많다. 몽골인은 게르 내에서 먹고 자고 손님을 맞이한다. 곧 삶의 터전인 것이다. 몽골인은 이동이 잦은 유목민인 관계로 게르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0분밖에 안 걸린다. 게르를 설치할 때는 먼저 108개의 붉은색 장대를 이용해 방사형으로 천장을 꾸미고 기둥을 세운 다음 벽면을 버드나무 장대와 나무판으로 조립한다. 이 위를 양털이나 낙타털로 만든 휄트(felt)로 덮으면 근사한 집이 완성된다.
몽골의 겨울은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몹시 추운 날씨가 지속되므로 게르 내 난방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대부분 동물의 배설물을 난방용 연료로 쓴다. 초원에 널려 있는 말·소·양의 배설물을 주워다 바짝 말려서 추운 겨울에 때는 것이다. 냄새가 나지 않고 화력도 좋아 쇠까지 녹일 정도라니 놀랍기도 하다.
양고기를 장작불에 굽기 시작하자 어느새 하늘에는 매들이 손님으로 찾아왔다. 고기를 얻어먹기 위해 주변을 맴돌며 묘기비행을 연출한다. 고기 한 점을 높이 던지자 잽싸게 날아와서는 공중에 떠 있는 고기를 낚아채서는 다시 높이 날아오른다. 이 대목에서 최화삼 의원이 장난끼가 발동한 듯 돌멩이를 주워 하늘높이 던지자 매들은 잠시 고개만 돌리고 다가갈 생각조차 않는다. 많이 속았던 탓일까? 아무튼 고기와 돌멩이를 구별하는 탁월한 혜안 탓에 최의원의 장난은 별로 재미를 못보고 끝을 맺었다.
이곳의 양고기 요리는 허르헉이라 불리우는 몽골전통음식인데 잘게 썬 양고기 위에 깨끗한 자갈을 덮고 감자를 섞어서 장작불에 달군다. 뜨겁게 달궈진 자갈이 고기와 감자를 익히며 특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화음의 진수 보여준 민속 공연
연수 5일째, 일행은 현지 여행사에서 조성중인 통나무 팬션 단지를 찾았다. 1년 넘게 걸려 겨우 허가를 얻고 드넓은 대지를 임대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이곳은 몽골의 다른 곳과는 달리 나무가 많고 주위에 강이 흐르는 등 천혜의 요지였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일행은 오래된 나무다리 앞에서 차를 멈추고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이 다리는 192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판 곳곳이 뜯겨져나가고 삐걱거리는 등 보존상태가 엉망이었다. 현존하는 목조 교량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얼마 전 네셔널지오그라피誌에서 촬영을 해 갈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몽골정부 당국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일행이 다리를 건너는 시각에도 일부 주민들이 톱과 망치를 숨겨놓고 일행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료가 부족한 이곳 주민들이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다리 상판을 뜯어가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조성중인 팬션단지를 구경하고 다시 버스에 오른 일행은 울란바토르시 외곽에 위치한 극장을 찾아 몽골 전통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이곳에서는 몽골 전통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해 민속 악기를 연주하고 춤과 요가, 탈춤 그리고 몽골 특유의 이성(異聲) 창법으로 민속가요를 들려줬다. 공연 중 야탁 독주가 있었는데 그 악기는 우리의 가야금과 너무 비슷했다. 가야금이 12줄인데 반해 야탁은 줄이 13개라는 것 외에는 음색이나 연주법이 대동소이했다.
특히 공연 중 민속악기로 합주한 모짤트 교향곡은 압권이었다. 재래식 악기로 현대음악을 연주한 것도 그렇지만 독특한 악기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절묘한 음의 조화는 화음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공연은 끝났지만 이성 창법에 매료된 최화삼 의원의 입에서는 계속 몽골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상태라면 며칠 후엔 담양에서도 이성 창법으로 몽골 가요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몽골 전통 민속가요가 수록된 CD를 사서 선물하고는 열심히 연습할 것을 주문했다.
유통의 중심 재래시장과 도매시장
연수 마지막날이자 6일째, 일행은 숙소인 보야지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 도매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울란바토르 기차역 주변에 위치해 있어 기차가 도착하는 시각에 맞춰 잠깐 문을 열었다가 금새 문을 닫는 시장이다. 수십 개의 자그마한 점포에서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모든 상품이 도매금으로 판매되는 곳이다.
한국산 에쎄 담배 한 보루에 9200원밖에 안 할 정도로 물건값이 싸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한국상품들과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흥정을 벌이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60∼70년대의 남대문 시장 모습이 떠올랐다.
광주에서 식당을 하다 몽골로 이주해왔다는 한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말고기 요리로 점심을 마친 일행은 몽골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재래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재래시장은 개인이 운영하는데 규모가 각화동 농산물공판장 3∼4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점포들이 입주해 있다. 취급하는 상품들도 각양각색으로 농산물로부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숫자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특이한 것은 이 시장에 들어가려면 1인당 500원씩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시장 측은 하루에 300만원이 넘는 입장료 수입을 올린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입장료를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정 진 의원이 건너편 너른 대지를 임대해 입장료를 안 받는 시장을 하나 만들면 손님을 몽땅 끌어 올 수 있겠다며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정말 웃기고 있다'는 소리를 연발했다.
재래시장 밖 주차장에는 여기 저기 걸레를 들고 다니는 세차업자(?)들이 눈에 띄고 무선전화를 들고 다니며 돈을 받고 전화를 걸어주는 이동식 공중전화업자들도 많이 있다. 또 낱개로 담배를 파는 장사도 눈에 들어오고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들고 다니며 파는 사람도 보였다.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느낌의 시장이었지만 인구도 얼마되지 않는 나라에서 한 곳에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 아직은 재래시장이 이 나라 유통의 중심인 것만은 확실했다.
몽골에 심은 한국, 그리고 한국인의 얼
재래시장을 벗어난 일행은 울란바토르 대학을 방문했다. 울란바토르에는 180여개의 크고작은 대학이 있는데 울란바토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이 두 군데 있다. 울란바토르 시립대학과 한국인이 설립·운영하는 울란바토르 사립대학이다.
일행이 방문한 곳은 한국인이 설립한 울란바토르 사립대학이다. 이곳은 1993년 10월에 울란바토르 한국어학교로 인가를 받아 운영하다가 1994년 5월에 한국어 단과대학인 울란바토르대학을 설립했다. 그 후 2002년 한국어학과를 중심으로 영어교육과, 가정학과, 경영학과, 국제통상학과, 산업정보디자인과 등을 신설, 정원 840명의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 몽골을 대표하는 사학으로 성장했다. 총장은 한국인 선교사인 윤순재 목사이고 교수는 한국인 17명을 포함 70여명으로 대부분이 선교사인 교직원들은 월급을 학교에 반납하고 이를 장학금으로 활용해 울란바토르 사립대학 중에서는 최고의 장학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행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강당을 비롯한 강의실 곳곳에서는 학생들이 며칠 후에 열릴 학교축제 때 공연할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열심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말을 잘하고 잘 알아들어 기분이 좋았다. 가이드인 볼가 양은 모교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다닐때는 건물도 허름하고 이렇게 좋은 시설들이 없었다며 후배들이 부럽다고 했다. 울란바토르 대학교 졸업생은 타 대학 졸업생에 비해 취업률이 높고 특히 한국어학과와 산업정보디자인과 졸업생은 자신이 직장을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필 일행이 학교를 방문하기 전날 서울여자대학교 총장과 교수들이 이곳을 방문, 양 대학간 자매결연식을 갖느라 총장은 서울여자대학교 방문단과 테렐지 국립공원에 갔다가 서둘러 오고 있지만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일행을 영접하던 김재선 교수가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며 자신이 대신 학교소개를 했다. 또한 몽골 정부에서 의대와 법대를 신설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몽골에서 신망 받는 대학교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소개를 마치자 박춘식 의장은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이야기를 꺼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인의 얼을 심는 울란바토르 대학 교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 가이드를 맡고있는 볼가 양을 통해 이 학교 졸업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 돌아가면 몽골을 위해 많이 도와달라는 김재선 교수의 부탁에 박의장은 "우리도 고국에 돌아가면 여러분의 수고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일조 하겠다"고 말하고 "담양과 몽골간에 상호 교류나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도움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한국인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기자는 현지 가이드인 볼가 양의 주선으로 몽골 국영 텔레비전(MN-TV) 기자이자 앵커인 '바트자야' 양을 만나 몽골에서의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수흐바토르 광장 한켠에 자리한 '버드와이저'란 카페에서 만난 '바트자야' 기자는 갸름한 체구에 예쁜 얼굴이었다. 울란바토르에서 기자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3년간 유학을 하고 돌아와 국영방송 기자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3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고 하며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앵커라고 소개했다.
기자는 최근 몽골에서 발생한 일련의 한국인 관련 범죄행위를 소개하면서 무척 조심스런 반응을 전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지난 3월 발생한 헤어누드 촬영 사건과 최근에 발생한 비자발급 사기사건이다.
헤어누드 촬영사건은 한국 모 모바일 회사에서 몽골 현지 여성들을 모델로 채용해 누드를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몽골법에 따라 구속됐다고 한다. 섹스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국민성을 갖고있는 몽골이지만 매춘이나 포르노는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이 사건은 신문·방송 할 것 없이 몽골언론으로부터 지탄을 받았으나 다행히 현지 교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위상이 실추되는 적잖은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비자발급 사기사건은 한국인 송모씨가 한국에 가기를 희망하는 몽골인 100여명을 상대로 저지른 사기행각으로 일부 피해를 당한 몽골인들로부터 한국인이 증오의 대상으로 부각될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역시 몽골 내부에서는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바트자야' 기자의 설명이었다. 몽골인들은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어리석다는 분위기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몽골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심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몽골인들에게 한국은 형제의 나라이자 가장 선망하는 나라라고 했다.
'바트자야' 기자는 또 몽골이 많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발전이 더딘 이유로 적은 인구와 인재유출을 꼽았다. 몽골은 지금 저출산 추세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고등교육을 마친 인재들은 앞다투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인적자원이 고갈된 상태라며 이점이 몽골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부언했다.
기자가 이번 연수단 중에 몽골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기업체의 대표가 같이 왔다고 하자 '바트자야' 기자는 같은 몽골인으로서 꼭 부탁을 하고 싶다며 "몽골인들을 형제처럼 따뜻하게 보살펴 줄 것과 그들의 임금이 한푼이라도 더 고국인 몽골로 송금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애국심이 강한 여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가난하지만 정이 많이 든 나라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기 위해 저녁 11시쯤 일행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4일간의 몽골여행은 우리 일행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 금쪽같은 시간들이었다. 비록 일정상 정해진 토론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혹은 식당에서 식사 후 가진 자유토론 시간을 통해 일행은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GNP 500달러에 불과한 세계적 빈국에서 2년전부터 환경보호 정책이 수립되고 국토 곳곳을 녹화하기 위한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새삼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몽골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별도의 자동차세를 물리지 않는다. 그러나 출고된지 3년이 지난 차량에게는 100만원에 달하는 환경세를 물린다. 이 세금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울란바토르 시의 주변 환경을 살펴본 우리 일행으로서는 환경세가 목적에 부합되게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가지에 청소를 하는 미화원은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으며 거리 곳곳은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등 청소와는 담쌓고 살고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이 워낙 빈약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으면서도 적어도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만은 높이 평가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한 국가나 작은 지역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필수적이며 인재의 유출을 막고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나 지역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됐다.
일행이 궁금해하던 대나무 산지는 아쉽게도 몽골에서는 찾지 못했다. 추운 기후 탓인지 토양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몽골에서 대나무는 누구도 모르는 식물이었다.
체류 중 우리는 몽골인이 우리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먼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고 언어·문화적인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버지를 '아버'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홋호멍게(몽고반점)라고 불리는 신생아 엉덩이에 나타나는 푸른색 반점도 우리와 동질감을 느끼게 해줬다. 결혼식에 연지를 바르고 족두리를 두르는 신부의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지대의 아름다운 장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 그리고 어머니의 나라로 부르는 몽골, 우리에게 쉽게 지울 수 없는 깊은 감명을 심어준 몽골은 지금 서서히 칭기스칸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우리에게 칭기즈칸은 몽골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의 조국에선 지난 4백여 년 동안 칭기즈칸이란 이름을 거론조차 할 수 없었다. 이는 그간 몽골을 통치하다시피 한 청나라와 옛 소련이 그를 싫어했고, 몽골인의 자주의식이 되살아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 물결이 강하게 불어닥친 후 몽골은 지난 90년 공산주의를 포기했다. 최근에는 몽골 고유문자의 부활과 더불어 8시간 짜리 칭기즈칸이라는 블록버스터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보드카나 새로 지어진 술 이름도 칭기즈칸이라 명명되기도 한다.
칭기즈칸은 옛 영화를 꿈꾸는 모든 몽골인의 희망이자 개혁의 또 다른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