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제준비로 많은 군민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말없이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축제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저희 담양은 축제의 준비과정부터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민간중심과 함께 지역주민의 참여, 지역문화의 역량 확대라는 커다란 원칙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축제는 이제 지역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지역을 잘 가꾸고 알리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전개되었을 때 그 의미가 한층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현재 저희 담양의 축제는 이러한 부분에서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각 마을별로 50미터씩의 새끼를 꼬아서 모아진 새끼줄로 커다란 줄을 만들어 고을 줄다리기를 전개하는 모습은 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오래된 민속을 복원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가져왔던 대동단결과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오늘에 재현하고 되새겨보는 것은 개인주의와 이기심만이 팽배한 우리 시대에 있어 매우 뜻깊은 일인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주민들의 소망을 담아 대나무 소망등이 걸리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4300등이 넘게 걸리고 있는데 이러한 주민참여의 활성화는 저희 축제의 자랑이자 핵심입니다. 이는 야경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대나무 공예품의 새로운 용도로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엔 더욱 대대적으로 세워 놓고 있는 솟대와 오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솟대는 우리 식으로 대나무로만 제작하여 담양의 모든 관문에 축제를 홍보하고 드디어 담양이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목적으로 세웠습니다.
사실 솟대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인데 멀리 삼한시대에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솟대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하는 샤마니즘적인 요소가 결합된 것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에 급제할 때마다 하나씩 세우기도 했다고 하니 우리 민족에게 있어선 길상의 상징이었던 것이지요. 또한 솟대의 어원이 삼한시대 신성구역이었던 소도의 경계에 세웠던 장대를 솟대라 했다고 하는 설이 있는 걸 보면 신성구역의 경계표시로써 기능하였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통이 일제의 침략과 해방 후 서구문화의 무분별한 수용 속에서 훼손되고 의미가 퇴색해져 버려 이제 우리에게 낯설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천년동안 우리 민족의 애환과 희망을 한데 모아 액운을 막아내고 신성한 구역으로서의 마을의 위상을 세워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솟대와 장승, 서낭과 조탑, 당산 등의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오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는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오방기를 보면서 상여가 나갈 때 쓰이는 만장과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 합니다만 이는 우리 민속을 잘 모르고 하는 말씀입니다. 고구려 시대의 벽화를 보면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 중앙에 등사(황룡)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쓰였던 것입니다. 이 또한 도교적인 사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지녀 왔던 고유의 우리 민속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감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이라도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사리면서 다시 동양의 사상과 문화에 대해 심취하고 있는 그네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되새겨 볼입니다.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가장 역사적인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민속을 만들어 나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일번지 호남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저는 우리 축제가 그러한 일들에 커다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잘못 각인되어 있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우리가 향유해왔던 아름다운 우리 전통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볼 일입니다. /이규현(대나무축제 집행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