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과학기술계가 역동적으로 움직임이 눈에 나타나고 있다. 먼저 아인슈타인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과학의 해'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의 날(달)을 맞아서 '사이언스 코리아 1주년'의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고 2005년을 '물리의 해'로 지정하여 온 가족이 과학을 흥미롭게 즐기면서 배워가는 장을 마련하고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 촉진을 위한 '2005 가족과학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주말이면 방영됐던 마징가Z, 로봇 태권V, 은하철도 999등 추억속의 만화영화들이 생각난다. 몇 달 전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면서 나에게 아크릴판을 잘라달라고 부탁하고서 고장 난 로봇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결론은 연발발사로봇의 제작이었다. 만 7세의 어린아이가 풍부한 상상력을 접하며 도대체 이런 발명 욕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결국 작품은 실패하고 말았으나 텔레비전의 어느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착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에 대한 대중들과 아이들의 관심과 자극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조상들의 과학기술지식
과학의 날은 일제시대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조선”이라는 이름의 과학잡지를 창간하고 과학기술보급회를 창립한 김용관 선생께서 찰스다윈의 사망일에 맞추어 1934년 4월 19일을 과학의 날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한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선생께서 역설하셨던 “다같이 손잡고 과학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분기하자!” 의 구호는 아직까지도 그 설득력을 잃지 않은 것 같다.
과학계몽운동은 민족계몽운동으로 이어졌고 1968년 과학기술부의 설립은 그 날을 기억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조상들의 과학기술지식은 원시시대 고인돌 축조에서 세계문화유산에 올라있는 고건축물 및 첨성대·석빙고·세계최초의 금속활자 및 거북선 등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학기술의 전성기 세종 때는. 장영실의 측우기, 이순지의 천문도서 칠정산 등 자랑거리가 수없이 널려있으며 후기에 접어들어 유학·실학자들의 사상에서도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기(氣)가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한 서경덕의 이론은 근대 물리학의 ‘에너지보존 법칙’과도 유사한 투철한 과학정신이 엿보인다.
이지함·이익·홍대용·정약용·박제가·최한기의 사상에서도 놀랄 만한 과학적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의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전은 한국인의 남다른 과학기술 유전자(DNA) 덕분일 것이다.
장남감은 망가뜨려라
어른들은 당신의 자녀에게 영재가 되길 원한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을 초월한다. 호기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집념이 어른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상상력의 발전소로서 그 재능을 키워 나가야만 영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끼워 맞춤이나 조립놀이기구를 조립하는 어린아이에게서 생각할 수 없는 모양의 작품이 나오는가하면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그들만의 상상력이 존재하나 우리 어른들은 쉽게 이해 할 수 없다.
우리어른들도 자라면서 상상 속에서 마징가Z를 만들어 보았을 것이고, 맥가이버 같은 능력자가 되어보길 기원했을 것이다. 어른들은 변덕에 휩쓸리기 쉬우나 아이들은 만화영화속에 나오는 이런 능력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어린아이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고 어른들의 몫이다. 물론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최근 과학관련 교구의 매출액이 급신장을 보인다고 한다. 장난감과 과학기기는 많이 망가뜨리는 아이일수록 과학적 탐구정신이 남다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책을 파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나 장난감을 조립하면서 고장 나게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두개의 고장난 장난감을 하나의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900년 서울-인천간 최초의 전화연결에서 비롯된 정보기술은 100년이 지난지금 머지않아 이동전화가 통역을 대역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며 유비쿼터스의 발전에 따라 전세계가 하나로 묶일 것이다. 21세기는 융합기술의 시대로 기술들의 융합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미래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NT(나노기술)와 BT(바이오기술)의 만남 나노바이오융합기술 등은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인류에게 과연 어떤 희망을 던져줄 것인지 어른들의 길잡이가 그 향후를 좌우할 것이다.
과학과 대중문화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군사적 목적에서 대부분 발전해왔다. 상대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고 상대보다 더 빠른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의 힘을 발휘하는 21세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도 2008년 대입부터는 이공계 지원생에 대해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심층면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우리의 과학 교육은 교실에서 진행되지만 우선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개발해주거나 또는 일부과학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과학자들도 대중 속에 접근하지 못하고 장벽에 막혀서 연구 활동을 진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학의 대중화는 바로 나부터 시작인 것이다.
모방송사의 지미뉴트론에서와 같이 지미의 놀라운 발명품들은 어른들이 집안의 낡은 물건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아이들은 폐품으로 위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과학의 생활화가 이루어진다면 엔리코 페르미의 정신으로 과학이 다시는 생각 없는 대중문화의 골짜기에서 잠자코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부의 상징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축통화인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에는 앞면에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초상이, 뒷면 오른쪽에 독수리 문양이, 왼쪽에는 피라미드가 있다. 화폐란 그 시대의 상징성과 예술성을 담고 있다. 최근 과학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 제작될 10만원권 지폐에 노비출신의 과학자 장영실(蔣英實)의 초상을 넣자는 건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을 모든 국민들에게 주지시키고 출생에 의해 만들어 지던 과거의 신분제도가 요즘 금전에 의해 형성되는 세태에 대해 경고를 주자는 의미로 생각된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논리적 사고’와 ‘실험정신’이다. 서양 근대과학의 발전은 논리적 사유가 경험에 입각한 기술 발전과 접목됨으로써 가능했으나.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논리적 사고에는 강점을 보이면서도 현실에 대입하려는 실험정신이 부족했기에 열매를 맺지 못한 부분도 상당수 일 것이다. 민족의 과학적 전통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실패의 역사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비과학적 태도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기술의 강국이라지만 정치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 문제 등에서는 여전히 비이성·비경험 논리가 판치고 있다. 진정한 ‘과학입국’을 위해선 사회 구조 전체가 과학적 DNA로 무장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