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나 인간의 본능은 여건 좋고 환경 좋은 곳에서 삶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30년동안 우리 것,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 두루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녀 보았지만 담양 같이 좋은 곳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담양에 들어서면 사통팔달 잘 뚫린 교통망과 대나무의 푸른 내음같은 청순한 느낌이 좋고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정자문화가 어느 고장보다 많아 마음에 편안함과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어느 누구나 몇십년을 살던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새로움과 낯선 변화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 고뇌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살던 곳을 옮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에서 몇십년을 생활하다 담양에 둥지를 틀고 담양댐 아래 송학민속체험박물관을 개관한지 불과 1년 남짓, 소위 돈 안되는 문화사업을 하다보니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담양군을 비롯 군민들의 많은 격려와 성원속에 이제 어느정도 민속체험박물관의 틀을 갖추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궁동 예술의 거리에 고미술·골동품 전문점 '송학당'을 아직 운영중에 있어 광주와 담양을 오가는 형편이지만 가끔 예술의 거리에 들릴때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담양 자랑을 자주 하다보니 어느덧 나도 담양사람 다 된 것 같고 그곳 예술인들에게도 담양으로 와서 예술활동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비록 내 고향은 아니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담양의 경치와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고 언젠가는 담양에 나의 꿈을 실현하리라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어느정도 이룬 것이 바로 '송학민속체험박물관' 이다. 군수님을 비롯한 관련부서 군 공무원,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성원속에 어느덧 송학민속박물관도 우리 담양의 대표적 문화체험 명소가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더 좋은 여건을 마다하고 왜 굳이 담양으로 들어가려 하느냐는 아내의 불평과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담양에 터를 잡은 지금, 아직 박물관을 운영해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담양호 아래 담양관광 최적지로 꼽히는 곳에 박물관 터를 잡아 앞으로 문화사업쪽으로도 전망이 밝으리라는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다. 훌륭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유산, 그리고 인심 좋은 담양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고 맑은 공기와 깨긋한 물을 간직한 산자수려한 담양이 좋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담양에 들어온 후 자신을 '산소같은 남자'라 소개하는 분을 만난적이 있다. 그분을 보면서 "그래 바로 담양이 산소같은 고장이야"하는 느낌을 많이 가졌다. 요즘 나는 주윗분들에게 입버릇처럼 "산소가 많이 배출되는 대나무 고장 담양, 맑은 공기와 밤하늘이 유달리 빛나는 담양에서 살아 보라" 권유한다. 내가 운영하는 박물관 직원 20여명도 모두 담양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할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담양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담양댐 아래 송학민속체험박물관을 만든지 1년 이라는 짧은 세월속에 이제 나도 누구보다 담양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