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길고 길던 겨울이 지나고 우수경칩이 지나 새봄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먼 산에 개나리 진달래 아지랑이 쑥 캐는 아낙네,
뜰 앞에는 매화나무가 곧 꽃을 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야! 봄이 왔구나. ‘화작작(花灼灼) 조남남(鳥喃喃)’ 이라 꽃은 찬란하게 피고 새는 재잘거리며 우지짖는 봄.....
봄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꽃동산을 만들어낼까.
그래서 어떤 이가 봄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봄을 찾지 못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는 이런 한시가 있습니다.

“진일심춘불견춘(盡日尋春不見春)
종일토록 봄을 찾아 나섰지만 봄은 보지 못하고
망혜편답롱두운(芒鞋遍踏隴頭雲)
신발이 다닳도록 이산 저산 논두렁 밭고랑을 두루 돌아다니다
귀래흡연매화취(歸來吸撚梅花臭)
피곤한 몸 이끌고 집에 돌아와 매화가지 움켜쥐고 꽃향기를 맡아보니
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
매화가지 끝 꽃 향기 속에 봄이 있음이 충분 하구나!“

이렇게 깨달았다 합니다.
이 매화 향기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이 향기는 근본에서 보면 온 곳도 간 곳도 없다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시절인연과 아울러 대지의 축축한 흙(地)과 실개천에 흐르는 물(水)과 따뜻한 봄기운(火)과 동지섣달 설한풍이 아니라 적당한 훈풍(風)으로 여러가지 원소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인연 작용이 심심미묘(甚深微妙)하게 작용하여 매화나무라는 가지 끝을 향하여 아름다운 꽃향기가 발산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생활도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직장 학생 장사 노동 농사 공업의 각분야에 각자의 행복을 향하여 아름다운 향기를 찾아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밖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위의 시에서 읊조렸듯이 행복과 소원성취의 해답은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멀리 보이는 신기루나 아지랑이가 있는 듯 보이지만 만질 수가 없듯이 가까이에서 찾을 때, 하나에서 출발하여 밖으로 열 가지 일을 성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 하겠습니다.
첫째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러 가지 인연을 항상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둘째로 매사에 큰일이나 작은일에 서두루지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성사시키며
셋째 자녀교육은 태교에서부터 아내나 남편 자녀에게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가정에서부터 행복을 창조하며
넷째 하루에 10분정도만이라도 매일 한결같이 자아를 관조한다면 거기에 바로 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복잡다단한 세대에 자기라는 것을 망각한 채 밖으로만 내달리다보면 공허하고 허탈하며 힘만 허비하는 헛수고만 낭비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천만번 흘러가도 근본은 고요하니 흐르른 곳마다 자기를 챙긴다면 기쁨과 슬픔에 속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넓고 넓은 화장세계(꽃으로 장엄한 세계)에서 자기가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매화향기를 품어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