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일자로 도교육청에서의 교육전문직 생활을 접고, 담양남초등학교로 교장 첫 발령을 받았다.
담양은 광주 인근지역으로 집에서 통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원 누구나 선호하는 곳이다.
나는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담양남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훌륭한 학교경영과 지역교육을 선도할 지도성을 겸비한 교육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교육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교육수요자 중심의 학교 교육활동을 펼치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권이 떨어진 현실을 변화시켜 진정한 교육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어떻게 쌓을 것인가?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지역사회를 위해 할일은 무엇인가?
나는 우선 내가 진정한 ‘담양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학교 관사로 이사를 하여 주민등록을 옮기고 자동차의 번호도 바꾸었다. 우리 아이들이 담양에서 사니까 교장도 담양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두 번째,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담양을 알기위해 퇴근을 하고 나면 간편복을 입고 읍지역 전부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이 내 할머니처럼 정겨웠고,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면 담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도란도란 이야기소리, 개짖는 소리, 어디나 다 내 고향 같이 아늑하게 느껴져 마음이 푸근하여 썰렁한 관사로 돌아오는 길이 마냥 행복하였다.
또한, 건강을 위해 추성경기장은 더없이 좋은 장소다.
“몇 바퀴 돌았소?” 하고 아무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붙여오는 아주머니들과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운동장을 땀이 나게 돌면 그야말로 인간냄새가 나서 참 좋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 보고도 알은체도 안하고 천정만 멀뚱히 바라보는 도시 시민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저녁에 관방천을 거니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아름드리 고목은 그 용태를 자랑하듯 천년을 휘감아 하늘을 덮고, 소리져 흐르는 냇물은 깊은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를 닮아 낮 동안 쌓인 세속의 먼지를 쓸어버리고, 희뿌연 수은등과 나무들이 물속에 어려 불기둥과 나무 그림자들이 어울어져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숨을 막히게 한다.
바람에 사그락거리며 들리는 댓잎 소리와 함께 불빛에 비친 고목들이 거대한 산 인양 눈앞에 다가올 때에는 신비한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암청색의 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별들이 동화 속의 어린 왕자인양 속살거리며 달려와서 많은 전설들을 이야기해 주는 담양의 밤은 꿈과 낭만을 키워 주기에 더없이 좋은 고장이다.
친구들이나 나의 친척들이 광주를 찾아오면 난 어김없이 그들을 담양으로 안내하며 면앙정, 소쇄원, 담양죽물박물관, 죽녹원, 관방천 등 곳곳을 구경시켜 준다.
그 리고 열심히 입에 침이 마르게 담양을 설명하며 자랑한다.
모두들 “담양사람 다 됐네.” 하고 놀란다.
난 그 말이 참 듣기 좋다.
담양사람이란 말에서 후덕하고 순수하고 맑은 심성과 대나무같이 강직한 정신이 나에게 전해오며 나 스스로 ‘담양인’인 것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