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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환수 교수의 손자병법(95)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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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25  13: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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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이 마차를 타고 켄터키 주를 시찰하러 가던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수행하던 대령이 위스키 한잔을 얼음에 타서 권했다. 링컨은 성의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대령이 건네는 담배 한 개피 마저도 정중하게 사양했다. 당시 누구나 흔하게 즐기던 술과 담배를 왜 링컨은 거절했을까. 그것은 링컨이 9살 때 어머니와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링컨은 중한 병을 앓고 계셨던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인 금연과 금주에 대한 약속을 평생 지키면서 살았다. 이후 링컨은 항상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팔머스틴이라는 수상이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우유 통을 깨고 울고 있는 소녀를 목격하였다. 소녀에게 다가 간 수상은 “얘야 내가 지금은 돈이 없지만 내일 이 자리에 와서 우유 통 값을 줄 테니 울지 말거라”며 위로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각료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팔머스틴 수상은 소녀와의 약속을 지키고 돌아와 각료회의를 계속 이어 나갔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불렀다. 작은 것이지만 어른이 어린이에게 약속을 지켰고 강자가 약자에게 지키는 약속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 한비자에는 증자가 돼지를 잡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 나서자 우선 떼어 놓겠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이런 말을 했다. ‘얘야, 울지 말고 들어가 있어라.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구워 주마.’ 그런데 증자의 아내가 돌아와 보니 증자가 정말 돼지를 잡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증자 부인에게 증자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무리 아이라도 거짓 약속을 하면 안 된다. 아이는 지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부모를 의지하며 배우고 부모의 가르침을 따른다. 어머니가 아이를 속이면 아이는 어머니를 믿지 않게 되어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다.’며 비싼 돼지를 잡았다.
 
지금 여러분들이라면 한번 한 약속이니 무조건 돼지를 잡아야 한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진짜 잡으려고 한 약속으로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잡는 사람을 정신 이상이라고 볼 것인가. 높은 식견을 가진 증자이니까 무조건 약속을 지키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지식인이라도 돼지를 잡아 주는 것보다 더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바꿔서 달래야지 무식하게 끝까지 돼지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무식하게 약속을 지킨 또 다른 고사가 있다. 증자와 같은 노나라 사람인 미생(尾生)의 이야기다. 어느 날 그는 다리 밑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냇물이 불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약속 때문에 냇물을 피하지 않고 교각을 잡고 버티다가 떠내려가 죽었다. 약속이 죽음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인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렇지만 전쟁에서 약속은 없다고 손자병법은 말한다. 無約而請和者, 謀也 즉 약속한 바가 없는데도 약속한 화해를 청하는 것은 뭔가 모략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또 攻其無備 出其不意, 항상 전쟁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 적을 이완시키고 그러다가 대비가 허술하면 기습적으로 치라는 것이다.
1941년 12월에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을 때도, 6.25전쟁 때 북한이 민족의 평화를 꺼내놓고 대한민국을 기습 남침하였을 때도 그렇게 했다. 약속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지켜야하는 것이지만 적에게는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무기에 불과한 것이 전쟁터의 약속이다.

지켜지는 아름다운 약속이 많을 때 이 사회는 건강하다. 정치가 약속을 지킬 때 이 사회는 아름다운 신뢰의 사회가 된다. 그러나 국가 간의 약속은 손자가 말한 것처럼 지켜질 수 없는 전쟁터의 약속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자는 信(약속을 지킨다)도 지나치면 愚(미련한 짓)가 된다고 하였다.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인지. 나는 남에게 무조건 약속을 지키라고 말할 자격은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나부터 주변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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