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인터넷 시대다. 클릭 한번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손쉽게 대화할 수 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공간과 시간적 개념을 넘어 지구의 모든 인류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공동발전을 모색하는데 일조했다.
여느 농업인 못지않게 농업인과 시장체계, 그리고 전문적 기술지향을 위한 행정기관의 삼합을 강조하는 군농업경영인회 김정섭(44, 창평면 해곡리) 부회장.
지역농업발전을 위한 농업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현재 진행형이다. 창평면 해곡리가 고향으로 노부모를 모시고 20여년의 세월을 흙과 함께해 온 김씨의 꿈을 푸른줄기를 뽐내는 감자밭 속에서 잠시 들여다 보았다.
김씨는 광주에서 과일 유통업을 했다. 부모님의 일을 도와 농사일을 배워온 그는 85년에 귀농, 현재 수박과 감자 2000평과 수도작 7000평을 경작하고 있다.
"큰 토마토 1000평으로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 그저 잘 짓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유통업을 중단하고 생산자로서 농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씨는 현재까지 다양한 작물을 시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는 해곡리 주민들이 인정하는 일등 농업인이다.
'연결관계'- 김씨와의 대화에서 수없이 마주친 단어다. 유통업이란 경력때문인지 그가 주장하는 농업인들의 유대감, 시장, 그리고 그 중간 조율을 담당하는 행정의 역할을 숨 쉴틈 없이 설명하는 김씨는 학창시절 이야기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나간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기말시험에서 제가 속한 학급이 꼴찌나 다름없다며 수학점수가 좋은 학생은 친구들 수학공부를 돕고, 국어실력이 좋은 학생은 국어를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끝내신 후 선생님은 교실 중간에 앉아 학생들의 힘으로 풀기 힘든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주셨습니다. 최선의 방법으로 말이죠."
선생님이 학생들의 경쟁의식을 잠시 묻어두고 학급성적이란 대의(大義)를 위해 상생의 길을 찾았으며 그 유대감을 통한 발전과 교실 중간에서 좋은 방향을 찾아준 담임의 역할이 지금 농업현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학창시절 자신의 일화를 통해 역설했다.
농업인들간의 정보의 공유, 판로개척, 기술적 차원에서의 행정의 지원과 비전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
김씨는 "현재 농업의 어려움은 농업인간의 정보공유가 어렵다는 점과 행정의 대안없는 무책임한 농업정책의 추진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친환경농업을 실례로 김씨는 "농업인 누구나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식은 깨어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한 의식의 변화와 행정의 권고로 많은 농업인들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친환경농작물 생산으로 부농의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만약 모든 농업인들이 친환경농작물을 생산한다면 시장에서의 차별성은 떨어질것이고 그렇다면 그 판로 걱정은 누가 해야 합니까? 소비량은 정해져 있는데 말입니다."라고 반문한다.
그는 "가야할 길을 알려주었으면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지날 수 있게 탈것도 제공해 주고 길도 넓혀야 한다."며 "판로와 시세안정 등 농업인들이 가야하는 길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줄 의무가 농업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하면 일등할 수 있다'는 권고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혜로운 중간자의 역할임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시설원예는 과포화 상태"라고 단정짓는 김씨는 첫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시세 걱정을 해야하는 작금의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로 튼실한 농업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김씨만의 의견이 아닌 전 농업인의 소망임을 증명하기 위해 농업경영인회 부회장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부인 유현자(44)씨와 3자녀를 두고 있는 김씨의 표정에는 김씨가 꿈꾸고 있는 농촌이 공동발전을 위해 그물처럼 촘촘한 '농업네트워크'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부농(富農)이라는 대어(大漁)를 낚을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김필식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