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과 외국인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은 90년대 초 정부에서 적극 추진한 ‘농촌총각 결혼프로젝트(연변처녀-농촌총각 짝짓기사업)’를 진행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도시 남성들도 가세하고 있는 추세이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우리사회에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사회적 배경으로는 남아선호사상이 초래한 성비불균형으로 인해 남성수는 많은 반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해야하고 자녀도 낳아야 하고 부모도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탈피하지 못한 남성들 중에서 한국여성과 결혼할 경제적, 문화적 여건이 충족되지 못함으로써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길거리마다 ‘00나라 처녀와의 결혼알선’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돈을 매개로 하는 인신매매적 성격의 결혼시장이 형성되는데도 한국총각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용인되는 사회분위기 탓도 크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국가 여성들이 가족의 빈곤을 해결하고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생존과 꿈을 펴는 대안으로서 한국남성과 결혼을 선택해 이주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필요에 의해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이주 외국인여성들이 건강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못하다.
외국인여성들은 결혼 생활과정에서 언어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 돈주고 사온 소유물 취급하는 인격모독, 경제적 빈곤, 이웃의 편견과 몰이해, 배타적인 시선, 자녀출산과 양육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이들의 문제를 지지해줄 지원체계가 전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현재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 외국인폭력피해자를 위한 상담서비스가 유일하지만 통역서비스가 가능한 언어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에게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조차 정보제공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해 이용이 저조하다.
결혼으로 이주한 외국인여성들의 부적응문제는 결코 개별가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들이 결혼생활에 잘 적응해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고 지역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한국어 교육과 문화적응 교육이 필요하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우자와 가족들에게도 소양교육이 필요하다. 자녀출산과 양육을 위한 지도, 생활상담, 국적별 모임 지원을 통해 생활과정에서 겪게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다르다=틀리다’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이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 우리 이웃이라는 시각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