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해를 맞이하여 쌀 축제는 고사하고 우리 농업인의 목을 졸라매게 될 쌀 재협상이 진행되는 추이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아야만 했다.
연말까지 타결 시한을 정해 놓고 진행되어 온 쌀 재협상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관세화로 넘어가느냐 관세화 유예를 고수하느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이지만 WTO의 DDA 협상이 선결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관세화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유리한 조건으로 관세화 유예를 관철시키려고 협상팀은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지난달 19일 워싱톤에서 미국과의 제6차 협상이, 어제는 중국과의 제6차 협상이 각각 마무리됨에 따라 관세화 유예의 기본골격이 마련되었고 이젠 정치적인 선택만 남아있다.
알려진 바로는 관세화 유예기간 10년, 저 관세 수입량(TRQ) 비율은 8%, TRQ 중의 민간수입 허용비율은 10% 정도 수준에서 낙찰될 전망이다. 여기서 TRQ 비율은 최대치이며 2005년의 4% 이상 수준에서 출발하여 10년 후에 8%까지 수입해야 한다.
반면에 민간 수입비율은 최저치이며 최대치는 아직 타결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20%를 넘지 않을 것 같다. 민간이 수입한 쌀은 백화점이나 슈퍼에 진열되어 우리 쌀과 경쟁하게 될 것인데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국내 쌀값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에서는 수입쌀이 외면당하고 있지만 우리의 요식업체에서는 값싼 외국쌀을 구입하지 않을 까 걱정하고 있다. 비빔밥, 곰탕, 갈비탕에 넣는 밥의 경우 고품질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쌀 소비량의 20% 정도를 외식업체에서 처리하고 있으므로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DDA 농업협상이 타결되어 관세화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관세화유예를 포기하고 관세화로 넘어가야 할 텐데 이때의 조건이 까다롭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이번 협상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것이다. 관세화 유예를 받아들이던 아니면 곧바로 관세화로 넘어가던 간에 쌀 농가의 소득을 지지하고 안정시키며 동시에 쌀농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총 농가의 80%가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쌀 소득이 농가소득의 25% 그리고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쌀 시장이 교란되면 사회혼란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수매를 통해 생산자가격을 지지하고 방출량을 조절하여 연중 쌀값을 안정시켜 왔지만 WTO 체제하에서는 이를 더 이상 지속시킬 수 없는 처지이며 정책효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므로 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처지이다.
정부측에서는 소득안정은 직접지불제로, 비축은 공공비축제로, 수급조절은 시장기능에 맡기고, 규모화, 고품질화로 쌀 산업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기본방침을 제시했다. 여기서 핵심은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소득보전직불제이다. 정부가 소득을 보전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을 목표가격으로 제시했다. 이 목표가격은 과거 3개년 시장가격 평균치와 논농업직불금을 합친 금액으로서 가마당 17만원으로 설정했다. 물론 생산자단체에서는 2003년 가격만 적용해야지 왜 소급했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게 되는데 100% 전액 보조할 것인가. 그보다 낮은가에 따라 생산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차액을 전액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매년 농가 수취가격이 점점 하락하며 이렇게 되면 농가소득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1ha 내지 3ha 규모로 경작하는 기간 쌀 전업농이 쌀농사를 비관적으로 전망하여 포기하게 되고 쌀 농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가격은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최저 보장가격이 된다. 즉 얼마를 생산하던 가마당 17만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가격에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농가는 생산을 지속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