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을이나 골짜기나 들(野)의 지명에 붙여진 소위 옛땅 옛이름에는 대부분 지리, 지형(풍수지리포함),사건(事件),또는 특성이나 독특한 풍속등 인문학적 내지 인문지리적 요인들에 의해서 붙여진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그 이름의 형성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은 대개 어원(語原)으로 봐 큰 유서(由緖)를 발견할 수 있고 예언같은 성격이 다분히 스며 있음을 볼 때 옛것을 알면 새로운 것으로 추리되어 어떤 것을 찾아 낼수도 있다.
옛땅 옛이름을 조사해 놓은 책들이 있다. 그 내용은 어원은 전혀 없고 현재에 불리우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생성요소를 밝힐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대치리(大峙里)에 난데 없는 대조(大鳥)마을이 생겼는데 이 대조등(大鳥嶝)은 고기명(古記名)이다. 이 지명은 옛날부터 한새몰이다. '몰'은 마을로 마슬->말(몰)->마알->마을로 이변음화(易變音化)하여 한새몰로 불리어 왔다. 지금 담양읍으로 편입된 회룡리(回龍里)는 생촌(生村)인데 생말(생몰)로 불리워진 것과 같은 것이다. 아까 '한새몰'에 느닷없이 큰 마을이 생긴 것은 기갑학교의 토지징발로 인한 이주(移住)였지만 장차 마을이 생성된다는 예견(豫見)이 숨어 있었으니 그 어원으로 보아 조상들의 지혜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옛이름의 어원을 밝힌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원을 밝힌다는 것은 바로 역사성의 회복작업이라 생각한다. 어원을 밝히자면 근원적 연구자료가 되는 서적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곧 문법적으로 구개음화(口蓋音化), 이변음화현상(易變音化現象), 고어사전(古語辭典),사투리사전쯤은 있어야 하고 고문(古文)을 섭렵해 두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필요성을 딱히 인식하고 뜻있는 분이 나서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시급한 일이 있다. 요즘은 나뭇꾼이 없다.나무꾼들은 산골짜기(谷地)이름을 다 알고 있는데 그 이름이 잊혀져가고 부르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저 골짝' 하고 가르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골짜기라도 다 그 지역의 지리적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후세에 바르게 전해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어디고 지점이나 땅에 이름이 없는 곳은 없으니 그 어원을 밝혀두면 새로운 것을 얻는 큰 지식이 될 것 이다. 이일은 담양군내의 일에 한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