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살려주기를 갈망했던 우리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참수를 시켜 그들의 악랄한 목적달성의 희생물로 만들어버린 이번 김선일씨의 충격적인 비보에 할 말을 잃고 삼가 고인의 영전에 명복을 비는 바이다. 이번의 사건은 김선일씨의 비극만이 아니고 우리 국민 어느 누구라도 그 곳 그 시간에 갔었더라면 똑같은 비극을 당했을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온 국민의 충격이고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김선일을 죽인 것이 아니고 한국인을 죽였다는데 의미를 두어야 하고 나 자신이 그런 비극을 당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오금이 저려드는 것이다. 왜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비극을 당해야 하는가. 그것은 곧 미국의 우방으로서 미군을 지원한 죄가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가 아무리 평화 유지군으로써 갔다 할지라도 미군의 요청에 의해 지원된 국가이기 때문이라면 김선일씨는 미국이 죽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이라크전쟁에 대해서 또 파병에 대해서 미국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라크전은 미국의 침략전쟁이었다
원래 미국이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느니,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느니 하여 사찰을 하며 철권 독재자인 후세인을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로 정해놓고 그를 제거하는 전쟁의 명분까지는 우방인 우리로서 나무랄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치자. 사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 노릇을 하는 것도 세계평화를 수호하자는 데에는 마다 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들의 속내는 항상 너무 불량한 짓거리가 보이기 때문에 약소 국가들도 무조건 들어줄 것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한번씩 저항을 해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평화를 위하여 침략을 했었다면 그만큼 때려부수고 찾아봐도 핵무기나 대량 살상무기의 그림자조차도 찾지 못했다면 철수하면 될 일이지 왜 거기 눌러앉아 우방국들을 오라 가라 도와 달라 강요하는가. 바로 이점이 침략전쟁의 입증이 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우방국가들에게는 망을 보라 해놓고 석유라는 단 꿀을 계속 빨아가고 미국에 유리한 중동 정책의 재편에 질서를 확립시키는데 확고한 틀을 마련하고 물러나겠다는 계산에서 전후 복구라는 미명 아래 그들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이것의 정리를 하지 못한 가운데 그 진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혼란을 겪고 있고,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계산하는데 석유로서의 보상을 목표로 아직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음이다.
미국이 이러한 자국의 욕구를 채우는데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하며 기다려야 하는 그 자체가 전쟁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며, 세계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데도 기인한다 하겠다. 이라크인들은 결코 미국의 의도대로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그들이 의식한대로 세계강국으로서의 도덕성에 신뢰는 이미 상실한 국가이다. 포로문제만 하더라도 세계여론의 지탄이 된바 있지 않는가. 그와 같은 비도덕성이 이번과 같은 울분 어린 테러리스트들을 출현시키는데 많은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들 테러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감마저도 든다. 오죽하면 피살된 김선일씨가 말했듯이 미군이 다룬 포로의 잔학상을 사진으로 가지고 오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가히 입증이 되고 남을 일이다.
추가파병보다 미국의 철수를
6.25 한국전쟁 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비록 그것이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측면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할지라도 도움을 받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도 지난날 월남 전쟁에 파견되어 도와준바 있으며 이라크전쟁도 제마부대가 이미 파견되어 있지 않는가.
이번 김선일씨 같은 비극도 그들은 방어해 주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에게도 추가 파병을 거부할 빌미가 생기게 된바 이런 기회를 통해서 버텨 볼만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이번 테러들로 하여금 24시간이라는 시한부 보도를 접한 우리 대통령의 추가파병 강행이라는 말을 꼭 했어야 옳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시간을 다툰 절박한 목숨 앞에 그 선언을 한다해서 파병을 하고 안 한다 해서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닌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 시간에 굳이 파병강행을 선언했어야 했느냐에 대해서는 하나의 문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정컨대 물론 그들은 이미 살해하기로 결정해놓고 한 짓으로는 보인다. 왜냐하면 일개 주택의 이사도 24시간 안에는 안될 말인데 거대한 군비 군수를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철군하라는 것부터 짐작을 할 수 있는 일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란 하고자 하나 참아야 할 말이 있고 참아야 하나 해야 할 말이 있으되, 그 시간적 완급과 선후를 잘 조율해야 하는 위치가 공인된 자들이 숙고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오기스럽게 그 시간의 발표가 그렇게도 급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바이다. 원래 인간사가 안될 때는 여기 저기서 잘못된 것만을 지적하기 마련이나 작금(昨今)의 추가 파병은 우리에게 그 거부의사의 빌미를 제공받은 이때에 추가 파병은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이번만큼은 옳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히려 세계여론의 방향을 미국을 이라크로부터 철수 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미국은 또 어느 나라와 언제 전쟁을 할지 모를 만큼 도울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세계는 조용해진다
도둑이 창고를 열고 그 내부의 목적물을 훔치려 갔으나 목적물이 없을 때는 나오면 되듯이 그토록 문제삼았던 핵무기 및 대량살상 무기가 없었으면 지금쯤 철수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는 한 이라크의 문제는 더 악화되고 분열되어 테러 및 암살 등으로 지금까지 희생됐던 사람만큼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이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혀 놓으려 할 것이고 이라크인은 이라크인대로 그들에게 맞는 자를 내세우려 하기 때문에 그들간의 괴리에서 빚어진 이라크 국민들의 갈등과 감정은 더욱더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징조로서 미국을 지원한 국가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극악무도한 살상 행위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우리 국민은 또 다른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이라크는 물론 해외 동포들의 안전에 세심한 안전 관리망 구축이 절실하다 하겠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를 수호하고 인류의 행복을 원한다면 약소국가들을 들쑤셔 연기를 피우지 말 것이며, 수많은 나라의 지원을 강요하기 전에 미국 스스로의 응큼하고 못된 욕심을 버리고 이라크에서 자기네 한 나라만 철수하게 되면 세상은 조용 해 질 것이고 온 세계에 비극의 칼바람은 사라질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