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주간신문 데스크시각 '고향사랑운동 공무원이 나서라' 라는 글은 공무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 또한 공무원의 한사람으로서 그 글을 읽고 상당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 역시 우리 애들과 집사람이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광주에서 생활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애들 학교 문제 때문이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를 기반으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애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내가 담양군청에 들어올 때 애들은 중학교 1, 2학년이었다. 내 욕심만으로 온 식구를 담양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큰애가 현재 중3인데 그 애부터 중학교를 졸업하면 담양에 소재하고 있는 고등학교에 보낼 것이며 올해 안으로 온 식구가 담양으로 옮기려고 한다. 담양을 떠나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을 광주에 소재하고 있는 고등학교로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우리 애들을 고등학교만큼은 담양에 소재하고 있는 고등학교로 보내려고 하는 것은 내가 현재 담양군청에 근무하는 것이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먼저 애들에게 담양이 자기들에게도 결코 떠날 수 없는 고향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다.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광주에서 학교를 다녀서 담양은 단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 아버지의 고향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다니게 된다면 이 생각은 완전 고정되고 담양을 직접 겪고 알게 될 날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군청에 들어와서 담양소재 고등학교 명문화 추진을 위해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담양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광주에서 다닌 것 못지 않게 교육의 질이나 대학합격률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광주소재 고등학교 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하고 더 낫은 것으로 보였다. 물론 아버지인 내 생각만으로 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애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충분히 받아들이고 납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 담양군 공무원들이 생활지를 광주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문제이다. 군민들 또한 모두 자녀들 교육문제 만큼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여 주고 눈감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광주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간신문에서 쓴 대로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그 중 한가지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공무원은 일반 군민들보다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공직자로서 지켜야 될 것도 많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도 일과시간이 끝나면 일반 군민과 똑같은 시민으로 돌아갈 뿐이다. 가끔은 실수도 하고 더러는 술도 먹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이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정도로 큰 사건이 아니라면 군민들도 조금은 눈감아 줘야 한다. 군청에 들어와서 다른 공무원들과 이야기 해본 바에 의하면 이러한 것들이 담양에 거주하는 자신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 후에 담양에서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퇴근 후에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군민들과 어울려 군정에 대해서 토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참 뜻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많은 공무원들은 담양에서 살고싶은 마음들을 갖고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주간신문에서 쓴 대로 지역경제가 파탄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담양군청에 근무하는 3/2 가 넘는 공무원이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명분 없는 일이다.
특히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은 그들의 막중한 직책에 비추어 담양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자녀교육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고위 공무원들이 먼저 담양으로 돌아와서 부하직원들을 담양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또 그 공무원들이 담양을 떠난 많은 주민들을 되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광주 북구에만 해도 담양사람들이 몇 만 명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만 담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주택경기부터 시작하여 담양의 경제는 되살아 날 것이고 담양은 생동감 넘치는 새로운 도시로 몰라보게 변할 것이다. 거리상으로나 편의시설 등 여러 면에서 광주 북구와 담양은 별 차이가 없다. 맑은 공기나 사람이 살아가는 질적인 생태적인 면,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광주 북구보다 담양에서 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아파트 시세만 해도 같은 돈이면 담양에서 사는 것이 새 건물에서 몇 평수 더 넓게 살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담양군청과 담양군민이 북구나 광주지역에 살고 있는 담양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홍보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공무원들이 담양에 들어오지 않고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에게 무조건 담양으로 들어오라고 할 수는 없다.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은 담양군청, 지역언론 뿐만 아니라 담양의 모든 군민들이 앞장서야 한다. 물론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더 앞장서야 하는데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담양으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한 운동'은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반드시 되돌아오듯이 진정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고향을 위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겠다는 사명감 속에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실 거주 공무원에 대해 급여와 인사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고향 살리기 운동에 공무원이 앞장설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기 바란다"는 주간신문의 대안 제시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만 자칫 미봉책에 그칠 수도 있다. 진심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한 공직자로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사명감으로 그들이 되돌아와야만 '담양으로 되돌아오는 운동'은 성공을 거두고 갈등 없는 지역사회와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