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쌀의 해'이다. UN이 한 해를 전부 하나의 작물에 기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쌀은 세계인구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쌀재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주된 생활활동이며, 주요한 소득원이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생활을 지켜온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런 까닭에 UN은 올해 '세계 쌀의 해'의 공식슬로건을 '쌀은 생명이다-Rice is life'로 정했다. 현재와 미래 세대들이 쌀로 세계의 기아와 빈곤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여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쌀 행사를 한다. 로마에서 쌀 기념 사진전, 태국에서는 쌀을 위한 락 콘서트도 연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술대회, 문화행사를 연다.
올해 우리나라는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10년 유예되었던 쌀 시장 개방문제가 턱 밑에 와 있기 때문이다. 벌써 호주, 아르헨티나는 공식적으로 협상하자고 신청했다.
곧, 미국, 중국, 태국등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는 5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 9월말까지 협상하지 못하면 무조껀 전면 쌀 관세화가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쌀 전면 수입자유화이다. 올해 쌀 협상은 지난번 칸쿤 각료회의 합의 실패로 협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협상 대상국 사이에도 이해가 다르다.
중국은 관세화를, 미국은 관세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늘려 관세화 유예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의무수입량으르 환화해 주는 대신 쇠고기 수입량의 증가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다들 우리나라에 얻은 이익을 잣대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미국이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 관세화 유예기간동안 별로 쌀 수출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을 통해 시중에 불법 유통된 캘리포니아 쌀이 상당한 인기를 얻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 쌀 시장 경쟁에 자신이 생겼다.
관세화 대신 의무수입량을 늘리고 대만과 같이 민간 수입을 일정부분 허용하라는 식으로 밀고 나갈 태세이다.
그래서 정부는 몇 개월 전부터 '관세화 유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상대방의 요구들을 고려하면서 실리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라고 협상자세를 바꾸었다. 관세화 유예가 관세화보다 유리할지 속단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협상대상국은 협상과정에 들어가면서 의무수입증량, 민간수입 허용등 관세화연장 대가를 당연히 추가적으로 요구해 올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의무 수입한 쌀을 가공용에 한해 공매하고 나머지 물량은 재고로 관리를 해왔다. 국영무역방식으로 시장을 격리하여 많은 소비자들은 전혀 쌀수입 낌새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쌀 협상의 결과(그것이 관세화던, 관세화 유예던 간에), 내년부터 우리나라 대형할인점이나 일반 수퍼마켓에서 외국쌀을 판매할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소비자를 두고 국내쌀과 외국쌀과의 직접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 '세계 쌀의 해'는 농민들에게 '시련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쌀 개방에 대한 피해는 결국 우리 지역의 몫이다. 최악의 지옥도를 그려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