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의 물을 먹고 민주주의의 숨을 쉬고 있다. 다수가 인정하는 공정한 룰에 의해 지배되는 보편 타당성의 윤리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공동혁신도시와 관련된 흐름을 보면 결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공동혁신도시는 광주와 전남이 상생 발전하는 초석이어야 한다. 입지 선정에 모든 지역민이 수긍하고 갈채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도시 선정에 정략적 선호나 의도적 선택이 있을 수는 없다. 개인의 영달이나 한두 사람과의 밀약 따위는 더더욱 있어서는 안된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지역을 염두에 두고 특정 지역에 유리한 자료만을 제공하고 반대 지역의 약점만을 들추며 그 의도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
공동혁신도시와 관련된 몇 가지 사안들을 살펴보자.
첫째, 이번 공동혁신도시 선정에 있어서 사회적, 지역적 공론화 작업이 전혀 없다는 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공론의 장이 만들어 짐으로써 해당 기관과 주민이 타당성을 이해하고 비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혁신도시 선정과정에서는 모든 것이 봉쇄되고 있다. 방송사에서 마련한 TV와 라디오 토론회에 당초 참석을 약속했던 전라남도와 나주시의 불참으로 네 차례나 방송 이틀 전에 무산시켰다. 이것은 지역민을 우민화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간단히 말해서 주민들은 몰라도 된다는 식이다. 아니면 지역민 몰래, 시끄럽지 않게 추진하는 것이 일을 마음대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다.
반면 선정위원회에는 오직 전남도와 해당 지역이 내놓은 자료만을 가지고 평가를 하도록 했다. 상대방의 자료를 상호 검토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계기를 없앴다. 특히 전남도에서는 대외비 형식으로 특정 자료를 입지선정위원들에게 배포, 외부누출을 전혀 금지토록했다. 전남도가 몰고 가는 이런 폐쇄적, 의도적 추진 과정은 5공화국 시절에나 볼 수 있는 과정이다.
둘째, 혁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에 대한 현장 검토나 분석 없이 위치를 어떻게 선정한다는 발상인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신도시의 개발은 개발의 효과와 개발비 부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담양과 나주와의 비교를 잠시 살펴보자. 나주시는 해당 면적의 40% 가량을 배밭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배 생산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구릉지역 금천면 일대를 혁신도시로 가꾸려면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보상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나주의 상징적인 특산품인 배 주산지가 사라짐으로써 지역적 손실이 우려된다. 보상이 용이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담양의 경우엔 해당 지역이 배산임수형의 전원형 면적이 농지에 해당해 나주에 비해 3분의 1도 들지 않는다. 게다가 얕은 계단형으로 산과 들판, 풍부한 용수까지 구비돼 미래형 도시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셋째, 이번 혁신도시는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균형 개발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현재 광주와 남악 신도시를 잇는 구간은 호남지역에서 개발의 최대 특혜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나주는 그 길목이고 무안은 기업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며 해남과 영암은 S프로젝트와 J프로젝트의 구심점이다. 가만히 두어도 자동적으로 살만한 고장으로 변하게 돼있다.
반면 이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영광과 장성, 담양, 곡성, 구례 지역은 철저한 개발 소외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개발 여파의 블랙홀을 형성함으로써 낙후와 폐촌을 면할 수 없다. 전남도는 바로 이러한 점들을 거시적,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한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모든 선택들이 지역민들에게 당위성을 인정받아야하지만 특히 이곳에 입주할 기관으로부터도 긍정적 평가를 얻을 수 있어야한다. 만약 해당 기관으로부터나 해당 노조로부터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혁신도시건설은 원초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나는 어떤 일이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정당한 절차와 공평한 과정 위에서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는 것도 잘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