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주신 이 땅이 엄청난 농약을 사용해 죽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유기농을 시작하면서 일일이 풀을 매고 있어요. 힘들게 일한다고 아내에게 핀잔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학주 한국유기농업협회 서산지회장(49)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30여전 흙과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땅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마음자세를 초지일관 지켜오고 있는 이 회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벼농사를 지었는데 초기에는 주면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생활에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유기농법은 가까이 있지 않고 멀리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5000여평 논농사를 지으며 농약을 살포하지 않고 논에 나가 잡초와 피를 뽑아주곤 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어요. 그래서 저도 말을 했죠 생명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번 보쇼,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몇명이 유기농을 시작했어요”
이 회장은 강조한다. "보통 농군들은 작물이 왕성하게 자라지 않으면 비료를 주고 싶고 병충해가 붙으면 안달이 나 약속을 어기고 마는데 그래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며 "수년간 유기재배를 하다보면 적은 농토에서 품을 적게 들여 수량은 적더라도 가격이 비싸고 판로가 확보된 유기농법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된다는 것"
또 그는 유기농에 대해서 농사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마저도 친환경적일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본 마인드의 바탕 없이 유기농법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 과거의 농법대로 되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친환경농자재인 죽초액과 쌀겨를 사용해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벼농사를 짓고 있다.
바람이 많은 서산시의 특성상 도복에 강한 주남벼 종자 소독부터 죽초액을 활용해 실시하고 있는 것을 비롯 이앙 후 3일 이내 300평당 80kg의 죽초액과 대나무숯, 쌀겨를 펠릿으로 자가 제조해 동력 분무기를 활용해 살포했는데 올해 벼의 작황이 등숙률이 좋고 낱알 입자수도 10% 이상 증수됐을 뿐만 아니라 물바구미, 벼잎혹파리 방제에도 탁월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
또한 죽초액을 엽면 시비한 결과 4종복합비료 효과를 거두어 질소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되어 경제적으로 이익일 뿐만 아니라 성장을 촉진, 하우스 육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죽초액 자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또 "멸구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논이 대부분이다" 며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는 논에서는 멸구의 천적인 논거미가 멸구를 박멸, 별도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먹이사슬을 이용한 자연농법이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양배추, 수박, 브로콜리 등 원예작물에도 죽초액을 엽면 시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놀랄 정도여서 이제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주변 농가들도 죽초액 매니아가 됐다는 것.
이 씨가 담양산 죽초액을 농사에 이용하게 된 것은 2년 전부터다. 그전에는 목초액을 활용했는데 유기농 전문가로부터 목초액은 그 재료 자체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이 이씨의 마음을 자연스레 죽초액으로 바뀌게 했으며 자신의 선택에 100% 만족하고 있다.
여기에 조규선 서산시장의 친환경농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과 농협 등 농업관련 기관의 관심에 비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의식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힘들게 친환경농법을 하지 않고 관행농법을 고수해도 농가소득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농민들이 농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며 속이 타는지 캔맥주를 들이킨다.
이 회장은 단언한다. "친환경농법은 기존의 일반농법에 비해 힘들고 까다롭다. 친환경농법은 집단화해야 그 효과가 큰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농업용수의 문제가 무엇보다도 집단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주변에서 화학농약을 사용하면 오염된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농법은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꽤나 힘들고 일손이 많이 들어간다.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 3~6회의 풀 뽑기를 해야 하고 또 외부로부터 화학농약이 유입되지 않도록 꽤나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학주 회장은 "어차피 쌀은 개방할 것이고 개방했을 때 차별화된 쌀을 생산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별화한 쌀 생산은 친환경농법밖에 없더라고요. 또 친환경농법이라야 오염 안 되고 좋은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하고 친환경농법을 하게 된 동기와 당위성을 재삼 역설한다.
멀리서 온 이들에게 점심 한끼 대접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됨을 아쉬워 하는 농군 이씨로부터 인정 넘치는 농민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대나무바이오농법이 서산 들녘에서 땀흘리는 이씨를 굳건히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