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하는 광경을 목격한 나무꾼이 벗어놓은 선녀의 옷을 감춘다. 날개 달린 옷을 잃어버린 선녀는 나무꾼을 만나 아들 낳고 딸 낳고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딸들이 자랄 때에 어머니로부터 '남자는 다 도둑놈'이란 소릴 듣고 자랐으며 아버지들 역시 그 도둑놈에게 잡혀 갈까봐 딸 단속을 유난히도 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예쁜 선녀도 나무꾼이 나타나면 해야 될 과업이 있었다.
첫째는 나무꾼을 위해 밥짓고 빨래하고 둘째는 아이 낳고 기르는 일, 셋째는 노부모 봉양하는 일이었다.
날개 달린 선녀 옷을 아이 셋 낳을 때까지 감춰놓고 있었던 것은 이런 과중한 업무가 언제든 선녀로 하여금 하늘로 올라가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아이가 생겨버리면 정말로 체념하고 자식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사는 것이 우리들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반면 이혼율은 매우 높아진 우리 사회가 된 것은 감춰졌던 날개 달린 선녀의 옷이 너무 일찍 주어져서가 아니다. 그동안 인류사회는 남녀의 분업이 확실히 행해졌던 과거의 사회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따라서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바깥일이라는 구조가 깨어진지 오래 이고 집안 일만을 위해 선녀들이 길러지지 않게 됐다.
또한 교육의 확대로 집안의 선녀들이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고 능력개발의 기회를 평등하게 누리게 됐다. 그 결과 남녀 불균형을 이루었던 대학의 진학률 역시 딸과 아들의 구분이 없어질 정도로 바뀌었다.
이로인해 선녀들의 능력개발과 아울러 개발된 능력을 발휘하는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각계각층에서 선녀들이 잠재웠던 능력을 발휘하느라 날갯짓을 한다.
개중에는 일이 너무 좋아 산으로 목욕을 하러 갈 시간이 없었기에 나무꾼을 만날 리 만무한 선녀도 많았고, 나무꾼을 만난들 2세를 만들 것에 대해선 꿈도 꾸지 못한 선녀가 많아졌다.
왜냐하면 2세를 낳아 기르느라 그동안 개발해온 능력을 사장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과거처럼 나무꾼에 의존하며 모든 걸 포기하며 살 수 없는 세상이 됐고 빼앗긴 선녀의 옷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능력발휘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오늘날처럼 모성비용의 부담이 커진 이 시대를 사는 선녀들에게 예전처럼 많이 낳아주길 기대할 수 없게 됐다.
1960년 1명의 가임여성이 6명의 아이를 낳았던 시절과는 너무나 다르다. 선녀의 능력을 출산육아만이 아닌 새로운 능력의 소유자로 인정하고 발휘하도록 돕는 사회가 돼야 밝은 인류사회가 될 것이다.
도끼자루를 들기만 하면 나무꾼이 선녀를 데려갈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남자(나무꾼)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자신의 딸이 나무꾼에 잡혀가지 않기를 잘 감시하며 교육하는 아빠들은 많으면서도 자신 스스로가 아내에 대해 무식한 나무꾼이 아닌지를 점검하는 남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