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값진 성공은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한 사람의 '성공'을 재산과 지위로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다. 한뼘의 땅도 없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귀농을 결심한 전갑식, 김미화 부부(월산 광암리, 46, 44)의 삶을 잠시 엿보면서 역경을 딛고 조금씩 일궈내는 삶이 주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김씨는 중국 아줌마로 불리운다. 겉모습에서는 여느 시골 아낙처럼 풋풋함이 묻어 나오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연변 사투리는 잠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들 부부의 첫만남은 남편 전씨가 직장생활을 하던 97년 중국 연변에서 였다. 15살되던 해부터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던 남편 전씨는 직장상사의 추천으로 연변에서 자신의 평생 배필을 만나게 됐고 그 다음해인 98년도 귀국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IMF 경기한파로 직장을 잃은 늦깍이 신혼부부는 귀농을 결심하고 99년도 전씨의 고향인 월산면 광암리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부부가 가진 것은 부모님이 물려준 허름한 시골집 한채 뿐이었다.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었다.
"막막했습니다. 고향에 내려오긴 했으나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놀릴 수 없었던 남편은 조경회사에 취직했고 김씨는 생명부지 타지에서의 새 삶을 준비했다.
"시간이 지나 주민들이 타지에서 고생한다며 친형제처럼 잘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에 딸기모종을 키워 파는 일이 눈에 들어 왔고 땅을 빌려 모종을 키웠습니다." 한국말을 배워가며 키운 딸기모종과의 인연으로 남편을 설득 1200평의 논을 빌려 하우스 3동을 시작했다. 1년에 임대비로 2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했고 시세탓에 수입은 좋지 못했으나 부부는 "비록 빌린땅이었지만 하얀꽃이 핀 딸기밭 고랑을 걸을때면 정말 행복했다."고.
그렇게 시작한 딸기농사는 전씨부부의 노력으로 꾸준히 성장, 논 1800평을 마련했다.
"꿈만 같았습니다. 여기가 내 땅이구나 생각하니 이제야 내가 농사꾼이 되는구나 싶더라구요"
논을 구입하고 하우스 철재가격때문에 시설확충이 어려웠던 부부는 철거를 조건으로 중고 철재를 구입, 인부 하나 쓰지않고 하우스 3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현재 전씨 부부는 총 3000평 면적에 하우스 7동과 남은 땅을 이용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또한 무너질 듯한 집을 허물고 새 보금자리를 장만했다.
"처음 어려운 여건들로 자포자기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런 어려움들이 저희 부부를 지금까지 쉬지않고 일하게 해준 원동력인것만 같습니다." 큰 성공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는 땅이 있고 하나 둘씩 영글어 가는 작물들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부부는 마을 주민들이 큰 도움이 됐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저는 만족합니다. 해보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처음 고향땅을 밟을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 가야죠" 라고 말하는 전씨로부터 행복이 묻어난다.
현실에의 만족은 발전을 방해한다는 말이 있다. 좀더 높은 곳을 향하고 너 나은 미래를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만족'은 부족함을 받아드리고 하나씩 채워나갈때의 만족이 아닐까. 모든걸 다 이룬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성취감보다 부족한 가운데서 조금씩 채워나가는 이들 부부의 농촌생활이 부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전 트렉터를 샀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전씨의 표정에서, 중국에서 양초공장에 다녔던 때보다 농사일이 '재미지다(?)'고 말하는 부인 김씨의 미소에서 묻어나오는 행복은 큰 성공과 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친구들의 자녀들에 비해 올해 큰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드디어 학부모가 된다는 부부는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농사 한번 멋들어지게 짓고 싶다"며 비닐도 떼지않은 새 트렉터를 바라본다. 들녘에서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부부의 행복들녘을 누빌 날을 기다리면서. /김필식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