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휴양지로 꼽던 몇몇 섬들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섬들도 수십 미터씩 이동했다고 하니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코어, 딥임팩트 등은 우주와 지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그러나 이번 동·서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의 재앙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주라는 조물주 앞에서 우리 인간은 무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이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이공학을 한다는 필자를 포함한 무기력한 우리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씁쓸함과 아울러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이 난민구호와 피해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쓰나미(tsunami)가 발생한지 여러 날이 지난 지금 AP 통신에 의하면 사상자가 2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고 실종자로 분류한 7만 여명을 사망자로 규정한 인도네시아에서만 16만 6천 여명으로 사망자를 집게하고 있다. 가족과 집을 잃은 슬픔 그리고 각종질병과 싸우는 현지인들에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쓰나미의 어원과 파괴력
연말연시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린 지진해일은 쓰나미(tsunami: 津波)라 불린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루터를 덮치는 큰 파도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바다와 관련된 재해, 방어대책 등은 일본이 정리를 잘 해놓고 있기에 이 단어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쓰나미는 해저지진이나 해저화산 분화 등의 요인에 의해 해저가 융기 및 침강에 의해 지진발생과 진동으로 바닷물이 밀려났다가 갑자기 높이 10∼15m 높이로 되돌아오는 현상이다. 쓰나미의 위력은 1960년에 칠레(Chile) 부근에서 발생한 강도 9.7의 지진으로 알아보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 지진의 원인은 나스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의 경계면에서 나스카판이 꺼져 가라앉아 일어난 역단층운동으로 단층의 어긋남은 20m를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발생한 해일은 전태평양에 영향을 미쳐 하와이(15시간 후)를 거의 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도로 덮쳐서 61명,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일본 연안(22시간 후)에서 119명 등 총 5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학계에서는 칠레대지진은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던 지구의 자유진동이 처음 관측된 점에서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높이 10∼15m의 쓰나미가 이 정도의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영화 딥임팩트와 같이 높이 400m 짜리 해일이 미국 동부지역 뉴욕 같은 도시를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아시아에서 발생한 해일의 높이가 고작 15m짜리 해일의 위력이 호텔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자동차까지 구겨 놓았는데 한마디로 영화 속의 해일이 덮치면 필자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뿐이다. 해저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은 해수가 상하로 진동하고, 그것이 대규모의 파동(波動)이 되어 외부로 퍼진다. 중력가속도를 g(9.8m/s2), 수심을 h(m)라 하면, 지진해일의 전파속도 v (km/h)=11.3√h가 된다. 이때의 파동은 심해에서는 파고(波高)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해안 근처 특히 해수욕장 등이 몰려있는 리아스식해안에서는 파고가 특히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예를 들어 파고가 10m이고, 속도가 10m/s이면, 그것이 물체에 충돌할 때의 압력은 5t/m2 정도의 파괴력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지진발생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먼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해일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가령 지진이 동해 북동부 해역(일본 북서근해)에서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지진해일은 80분에서 100분 후에 동해안에 도달함으로 적절한 경보 발표로 대비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폭설과 폭우가 있다.
3면이 바다와 접하고 있는 한반도 역시 지진해일의 안전지대만이 아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진과 해일 에 대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앞으로 걱정할 것은 폭설과 여름철에 다가올 폭우 등 자연재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길이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폭설은 기본적으로 교통망 마비를 불러오지만 시설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 등 농축산 폭설피해가 태풍이나 집중호우피해와 같을 정도이니 방심했다가 큰 피해를 낼 수 있다. 또한 풍수해는 단순재해와 달리 거의 동시에 성질이 다른 파괴력이 합세되어 격심한 재해가 된다. 풍수해는 주로 태풍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거친 폭풍과 파도로 연안에 해일해 ·파랑해가 발생한다. 또한 내륙지방에는 폭풍과 호우에 의해서 산사태가 나고 홍수를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아직도 생생한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가 대표적이다. 재해와 재난은 세계적으로 매년 커다란 인적,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국토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의 파괴, 공해물질의 증가 및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재해 재난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그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재해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평소에 철저한 안전의식을 갖게 하는 재해 재난정보의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범 국민적 안전문화실천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재난 없는 나라를 건설하자
매년 여름철이면 반기지 않는 손님이 마치 어린이 돌 잔치하듯 찾아온다. 이로 인해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실로 가슴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급격히 외형적으로 개발위주의 성장을 부추겨 왔다. 재해·재난행정도 어쩌면 과정보다는 결과를, 안전보다는 속도를, 현재의 절약보다는 미래에 부담을 지우는 듯한 업무수행을 하여 왔음을 느낀다.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자연재해와 인적재난으로 분리돼 있던 국가 재해재난 관리체계를 일원화한 재난전담 중앙행정기관으로 소방방재청이 신설된 것이다. 신설청은 재난유형별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하여 재난관리 프로세스별 조직으로 개편했다. 재해에 대해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어느 부서나 기관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기에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재해난에 대한 모든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총괄하고 소방방재청에서 주관되어야 한다. 현행 재난관리기구는 재난의 종류별에 따라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 여러 부처에서 분산 운영되어 재해·재난 발생시 때로는 부처이기주의로 신속, 원활한 복구·보상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둘재, 재난관리 전담기구를 전제로 한 `국가안전관리 정보시스템 설치'와 필요시 `아웃소싱'이 필요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시스템의 개발·보급으로 정책결정과 방향만 설정한 후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책임운용'만 하는 종합시스템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법령의 통합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재난 발생시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 재난관리법 등 개별법에 따라 보상·응급복구를 하여 왔으나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보상과 응급복구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법령정비가 시급할 것이다.
넷째, 국가차원에서 `안전 교육' 및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사후처리보다는 예측과 예방이 가장 소중하다. 주민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하여 반상회 등을 통한 "안전 예방을 위한 교육"과 배수펌프 및 전기안전시설 등은 점검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난행정에 시민참여 통로를 구축하는 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재난정책은 너무나 관 주도로 추진하여 왔다. 재난 발생시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주민인데 목숨과 직결된 이러한 중요한 재난관리 정책에 주민 참여통로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설계 취약시설 합동점검 피해조사 대책회의 등이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을 법령, 제도적 정비를 기초로 하여 불확실성의 미래를 확실성 있는 21세기로 열어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