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나와 파리시내에 있는 생태공원을 둘러보았다. 파리시내는 역사적인 건축물, 조각상들의 박물관이기도 했지만 다양한 생태공원 또한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었다.
폐선 부지를 이용하여 공원 및 상가를 조성해놓았고, 각 공원들은 수생식물, 관목, 잔디광장, 과실수 등으로 균형 있게 배치 해놓았다. 또 보기 흉한 경사지에는 각종 꽃으로 장식 해 놓아 공원의 볼륨을 살려놓았다. 서구 유럽 어느 곳에서도 같은 모습 이였지만 장애자를 위한 특별히 배려를 한 시설들이 눈에 띠었다. 또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 것은 대나무로 조경을 해놓은 공원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리의 생태공원들은 영국과는 또 다른 면이 보였다. 영국 공원들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 쌓여있고 자연 그대로를 잘 살려놓은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파리 생태공원은 상당히 인공적이었다. 우리 일행 중 도시전문가들에 의하면 공원에서 일본냄새가 많이 풍긴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이드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양인은 일본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구 유럽 등 세계에서는 일본이란 나라를 상당히 우러러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일본인들을 우습게 본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와 일본사이와 비슷하게 영국과 프랑스가 앙숙관계란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연합군일원으로 독일군과 싸워 프랑스를 해방시키는데 일조를 한 영국보다는 침략한 독일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서로 앙숙관계인 나라는 있다. 특히 인접한 국가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 같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아픈 상처를 많이 주어왔던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요즈음 일본 내에서는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어 한국인에 대한 선호도가 역대 최고조라고 한다. 세계화의 시대에 접어들어 우리나라도 일본에 대한 아픈 과거는 씻어버리고 객관적으로 일본을 평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는 파리 마지막 행선지인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시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뒷동산에나 해당되는 129미터의 완만한 구릉으로 되어있다. 몽마르뜨는 순교자의 언덕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그 언덕 상층부에는 생피에르 성당이 웅장하게 아직도 남아있다.
몽마르뜨 언덕이 유명해진 것은 근대미술의 발달을 촉진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면서부터. 고호등 유명한 화가들이 이곳에서 인상파, 상징파, 입체파 등의 발상지를 이루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는 파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에펠탑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언덕한쪽 편으로는 기념품 판매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또 한편에서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많이 모여 있다. 현재의 몽마르뜨 언덕에는 예술가들은 별로 없고 관광객과 순례자들 그리고 파리의 빈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파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파리 외곽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신도시 ‘라데팡스’에 들렸다. 파리 중심부에 있는 고색 찬란한 오래된 건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중심부에는 대규모 신축건물들이 들어설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라데팡스로 우수한 현대 건축물이 많이 들어서게 되었고 현대 건축가들의 건축전시장이 되었다. 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하이테크를 사용한 '그랑 다르슈'라는 건물을 비롯하여 미래를 향한 실험적인 아름다운 건축물도 눈에 많이 띠었다.
파리는 우리나라의 직할하천 정도의 강폭인 세느강(생각보다 좁았음- 한강의 1/3수준))을 사이에 두고 중세이후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우고 정결한 아름다움과 우아한 고전미를 그대로 간직 한 채 보존해왔다. 그리고 그들의 전통문화에 많은 민족과 교류하여 다양한 문화를 생성 시켰다. 그래서 파리는 고대의 문화에서부터 현대와 미래가 숨쉬는 도시로서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고 최첨단의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것에 새로움을 덧붙여 파리라는 멋들어진 도시를 만들어낸 프랑스인들의 살아있는 지혜는 우리가 본받고 배워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프랑스 하면 예술이나 패션 등의 나라로만 알고 있지만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농업강국임과 동시에 광, 공업 , 서비스업 등 1, 2, 3차 산업이 고루 발달한 세계 5대선진국 중 하나다. 또 프랑스는 전 세계에 만연된 미국문화로부터 가장 강하게 자국문화를 보호하고 있을 만큼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스위스로 가는 유로열차에서 본 프랑스 농촌풍경은 영국과는 사뭇 달랐다. 영국은 끝없이 이어지는 목초지와 숲 밖에 볼 수 없는데 비해 프랑스 농촌은 검붉은 속살의 흙이 겉으로 드러났으며 밀밭과 포도밭 등이 광활하게 펼쳐져 우리나라 농촌모습처럼 훨씬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유로열차는 아쉬움 속에 프랑스를 뒤로하고 스위스 로잔으로 향했다. /박철홍(군정책협력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