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때부터 장구를 쳤으니 50년은 족히 넘었제. 옛날에는 장날마다, 마을에 뭔 행사가 있을때마다 이곳 저곳으로 불려다니며 장구를 치고 풍물놀이를 했는디 요샌 축제나 큰 행사때만 가끔 볼 수 있어서 아쉽기는 허데.
지금은 사물놀이패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김덕수와 나랑은 한 살 차인디 어릴 때 전라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시장 저잣거리에서 그 친구 자주 만났었제. 내가 장구를 계속 했으믄 그 친구보다 유명인사가 될 수도 있었을 꺼여"
그 옛날, '장구(장고杖鼓)의 달인' 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숨은 보물이 담양에 있었지만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통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희미하게 잊혀져 갔던 이가 있으니 월산의 노종남씨.
현재 월산농협장으로 있는 바로 그 노종남씨다.
노 조합장이 그 옛날 순수 우도농악 '담양설장구' 달인으로 전라·충청도까지 이름 꽤나 날렸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당시 전라·충청을 통틀어 장구의 최고 고수였던 죽산 공병만 先生(죽산매구 3대계보)의 수제자 유상철 명인(유명철 남원시립국악원장·남원시무형문화재의 父親)으로부터 6살 때부터 장구를 배웠다고 하니 한창 장구를 쳤을 젊었을 때 潭陽에서는 유명한 장구쟁이 였으리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연히 장구 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리하며 추임새, 율동까지 한눈에 장구의 고수였음을 알아볼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 전혀 보지못한 순수한 담양産 장구라는 게 매력이 갔습니다. 죽산매구팀원들이 배우고 전수 받아 우리 것으로 보존할 생각입니다."
김종혁 죽산매구 '상쇠'(담양민속놀이보존회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노 조합장의 장구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옛날 공연사진을 통해서도 역력히 느껴졌다.
"어릴 때 어른들에게 이끌려 저잣거리에서 장구를 치고 다니면 재미있고 즐겁기는 했는디 사람들이 꼭 광대나 약장수 취급을 했어. 22살 땐가. 인자 대접도 못받는 장구는 그만허고 공부를 해야 것다고 생각혀서 그만뒀제. 어언 30년이 넘었네. 아예 장구를 안친건 아니고 가끔 마을행사때 놀긴 했어. 지금도 '장구'만 잡으믄 뭔 일인지 몸이 펄펄 날아. 장구 칠때믄 만사 다 잊고 몰입허제. 천성 아니것는가. 후배들이 배우고 싶당게 가르켜는 줄것이구만"
노 조합장이 어려서 배웠고 청년기까지 이곳저곳 초대받아 놀았던 장구는 우도농악 중 우리 담양의 특색이 가장 독특하게 잘 남아있는 설장구 여서 더더욱 전수·보존의 가치가 높고 의미가 깊다고 한다.
부디 우리 지역 소중한 민속과 전통이 후진들을 통해 더 많이 발굴되고 전수·보존되길 빌어본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