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미국에서 지원한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쑤어 끼니를 해결했다. 땀과 오줌 냄새가 베인 옷을 입고 다녀도 그러려니 했다. 지금은 먹는 것 입는 것 모두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현재의 삶에 대하여 만족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이 어렵게 생애 처음으로 20평 규모의 내 아파트를 장만했을 때 무척이나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50평 아파트에 살다가 불가피하게 20평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사람은 크게 낙담한다. 자기 인생이 너무도 비참해졌다고 느낀다. 같은 크기의 아파트라도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이다. 나의 현실에 맞는 만족의 잣대가 상황과 보는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사촌이면 무척 가까운 혈육이다. 당연히 사촌이 잘되면 내가 잘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사촌을 친척이라기보다 하나의 비교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배가 아픈 것이다.
코믹영화 ‘이장과 군수’는 초등학교 때 그래도 똑똑하였던 학생은 이장이 되었고, 좀 뒤쳐진 친구는 군수가 되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보다 공부를 못 했던 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든지, 내 자식보다 잘나지 않은 친구의 아들이 잘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금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데 왜 남과 비교를 해서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 것일까. 왜 나와 상관없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조조는 중심인물이다. 이 소설 속에서 조조는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지만 그를 보는 우리는 간사하다, 훌륭한 지략가다, 기가 막힌 처세술을 가졌다는 등, 보는 견해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조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누르고 중원을 통일한 영웅임은 틀림없다.
조조는 늘 변화무쌍하고 막힘이 없다. 용서를 모르는 냉혹함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영웅의 관대함을 보인다. 쇠고집으로 일을 그르치다가도 예측불허의 지혜와 현명함으로 일을 반전시켜 버린다. 교활한 눈으로 상대를 꿰뚫어 보다가도 순박하고 맑은 눈을 보이기도 하며 시문에 능통하여 감성적인 유희를 즐기는 호색함도 보여준다.
그런 조조가 관도대전에서는 배신한 장수의 기습 공격으로 죽게 되었을 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큰 아들 조앙을 사지에 버려 죽게 한 일도 있었다. 장수와의 싸움에서 자기가 죽는다면 수많은 장병들의 생명을 지킬 수가 없고 복수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판단아래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는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조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매우 똑똑한 양수를 계륵(鷄肋)사건으로 죽였다. 양수는 너무 똑똑해서 조조가 후계자로 생각하는 조비와 조식의 다툼에 끼어들기도 하여 장차 후계구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봐 미리 제거해 버린 것이다. 원소와 내통한 자들의 이름이 적힌 서한을 불태워 없애버리고 죄를 벌하지 않은 사례는 중원에 새롭게 떠오르는 지도자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러한 조조의 모습을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백성과 부하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도자의 모습일까. 자신의 원대한 꿈을 달성하고 승리에 눈이 어두운 냉혹하고 교활한 지도자의 모습을 우선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재를 찾아내어 중용해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그리고 숱한 모략과 권모술수에도 흔들림이 없이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가는 영웅의 모습으로 보는 것일까.

이제 수많은 인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절이 다가왔다. 그 사람에게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잘한 일도 있고 보기에 따라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불가피하게 단점을 부각시키고 깎아 내려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샀을 때처럼 배가 아프다든가 억지로 상대를 흠집 내어 나의 존재가치를 높이려고 한다면 결국은 모두 아픈 상처만 남기고 진정한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오나라의 병법을 이끌었던 군사다. 싸워야 할 상대는 월나라다. 만약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고 큰 바다를 건널 일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태풍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 한다면 오히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의 적대감을 버리고 서로 도와 마치 한 사람이 배를 젓는 것처럼 협력할 것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吳越同舟는 적의를 품은 자들이라 할지라도 목표가 같다면 자연히 서로 돕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출전하는 모든 인재들은 담양을 사랑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목표가 같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조조를 놓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우기거나 교활한 간신배로 몰아 부치는 편견과 고집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월동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