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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성(古城)의 돌을 빼서 제방(堤防)을 쌓을 것인가?(‘광주광역시 담양군 행정구역 개편’논란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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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4  15: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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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록(소설가)

민선 5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와 담양군의 통합(광주광역시 담양군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지역의 핫 이슈로 떠올랐었다. 나도 한 때는 통합 문제에 대해서 찬성했었다.

통합 이야기가 촉발되던 무렵, 이 일에 앞장서고 있던 어느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홍보 문건(전단지)을 만드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의 전화였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우리 담양군이 장성이나 정읍 등지와 합쳐져 광역으로 개편된다고 하는데 이것만은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광주로 편입되는 것이 여러 모로 낫겠다고 생각했다.

광주는 담양과 동일 생활권으로 정서적으로 가깝지만 정읍은 너무 생소했다. 그리고 규모로 봤을 때 우리가 정읍에 흡수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담양이 정읍에 흡수되다니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서 그러느니 차라리 광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광주로 편입되는 것을 쌍수로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광주로의 편입은 ‘최선(最善)’이 아니라, ‘차선(次善)’이라고 생각했다. 안 할 수만 있으면 안 하고 담양 자체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정부 차원에서 강제로 통합시키는 줄 알았다.

2009년 통합 이야기가 대두되었을 때 나는 내심으로 불만이 있었다. 통합이라고 하는 중대한 문제를 군민 전체가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정치인이나 추진위원들이 통합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2009년, 처음 통합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도 있다. 왜냐하면 당시는 통합 찬성의 목소리가 컸고, 이를 반대했다가는 지역의 장래를 망칠 사람으로 매도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나의 오해일 수도 있다.

통합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지역을 사랑하는 충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통합 논의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만약 반대편을 지역의 장래를 망칠 세력이라고 단정한다면 ‘논의’는 이루어지 않고, ‘논란’만 증폭될 것이다. 논란은 대립과 갈등만 야기할 뿐, 지역 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 당시 나는 광주-담양 통합은 김효석 의원이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는 줄 알았다. 국회의원이 입법 발의하여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되면 되는 줄 알았다. 당시 담양지역 신문은 김효석 의원에게 이에 대해 공개 질의를 했고, 김 의원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해서 논란의 열기가 시들해졌다.

그동안 나는 이 논란이 끝난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민선6기 선거를 앞두고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시들했는데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논란이 뜨거워지는 것일까? 사실 이런 문제는 서둘러서도 안 되고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물론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 볼 수 있다.
먼저 광주광역시 시장과 전라남도 도지사가 논의하여 결론을 내린 다음 중앙정부와 협의하면 된다. 그런데 전라남도 지사가 담양군을 광주광역시에 떼어 줄 리는 만무하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실현 가능성은 ‘영 퍼센트’다.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 역시 가능성은 ‘영 퍼센트’다. 전라남도가 반대하는데 입법 발의를 할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주민투표에 붙이자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해서 통합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결론은 아무 효력이 없다.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 단계에서 볼 때 이 문제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 군수도 재량권이 없고, 주민투표의 결과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법적, 제도적으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의 순서가 잘못 되었다. 법적, 제도적으로 가능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합만 주장한다면 많은 사람의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추진위원회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논의 자체를 하지 않을 뿐이다. 통합은 의지(意志)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법적, 제도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그런 법적,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런 논란이 계속된다면 지역민들 사이의 갈등은 증폭되고, 지역발전에 쏟아야 할 에너지는 가치 없이 소모되게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했을 때 그때 가서 진지하게 논의하면 된다. 현 단계에서의 통합 논의는 너무도 무의미한 일이다.

통합이 하루아침에 담양을 뚝딱 잘 살게 해 주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닐 것이다. 통합되면 번성(繁盛)하고 통합이 안 되면 담양이 쇠락(衰落)하고 만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분법적 발상이다.

광주광역시 담양군이 되었을 때, 미구에 자치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군 통합과 광역시 내의 구와 군의 자치권을 폐지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새누리당도 광역시의 내의 구와 군의 자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발의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2018년부터 시행되게 될 것이다. 이로써 현재 대구광역시 달성군 등 광역시에 편입된 군의 자치권은 폐지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광역시장이 군수를 임명하고 당연히 기초의회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담양은 지명(地名) 천 년의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된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힘써 해야 할 일은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나가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21세기의 중요한 브랜드가치다.

장구하게 흘러온 물줄기를 하루아침에 바꾸어서는 안 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고성(古城)의 돌을 빼서 제방(堤防)을 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담양은 당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만의 것은 아니다. 천 년 전에 살았던 선조들의 땅이었고, 앞으로 천 년 후에 태어날 후손들의 땅이기도 하다. 우리가 섣부르게 통합을 논의할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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