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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은 선거법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한다신동호(전남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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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8  1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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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분유회사(갑)가 대리점(을)에 물량 밀어내기로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면서 우리 사회 도처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갑을관계의 폐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자연계에도 갑을관계는 있다.

자연의 갑을관계는 순환적이다. 작은 나무가 세월이 지나 큰 나무가 되고 그 큰 나무가 다시 작은 나무를 위해 자리를 내어 주듯이, 을이 세월이 지나면 갑이 되고 갑은 다시 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갑을관계가 수평적 상생의 관계로 자연스레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 세상의 갑을관계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는 강자인 갑이 유리한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인 을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착취하는 불평등하고 수직적 지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은 선거법에도 이러한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군수와 군의원 선거의 경우 현행 선거법은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기간과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각각 60일과 13일(합 73일)로 못 박아 선거운동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 이전에는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신인의 경우에는 출마의사조차 자유롭게 표현할 수가 없어 선거법을 지키면서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다. 반면 현직 후보자의 경우는 각종 군정 및 의정 보고와 활동을 통해 유권자와 항시 접촉하면서 자신들을 알리며 업적을 홍보하고 있다.  

갑의 신분인 현직에 비해 을의 신분인 정치신인은 절대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약자이다. 1948년 미군정하에서 치른 제헌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선거운동 기간이나 방법 등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박정희 정권 때 규제 중심의 선거법을 제정하였고, 그 후 정권 연장을 위해 집권당에 유리한 쪽으로 개정해 왔다.

그나마 2004년 당시 총선에 출마한 정치신인들의 노력으로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기간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일방적으로 정치신인들에게 불리한 악법이다. 기득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놓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에게 절대 유리한 현행 선거법을 스스로 바꾸자고 나설리는 없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바꾸는 일은 정치신인과 진보적 유권자가 함께 나서야 한다. 견제와 개혁은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선거법 개정의 핵심 방향이어야 한다. 대부분 선진국은 항시적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규제와 단속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사전 선거운동 단속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선거운동을 규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와 후보자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행처럼 극히 제한된 선거운동기간과 방법으로는 후보자가 자신의 정치적 소신, 철학, 가치관 등을 유권자에게 알릴 수가 없다. 유권자 역시 새로운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 왔으며 공직자로서의 사회적 의무는 다했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충분히 비교하지 못하고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무작정 반대를 위한 투표, 누구를 낙선시키기 위한 투표를 불러와 결국은 선거로 인한 지역 내 갈등과 대결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이다.

유권자와 후보자가 서로 소통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후보자는 평상시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유권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유권자는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후보자에게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 소통하게 해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온 국민이 소망하는 새로운 정치가 정치신인을 약자로 만드는 규제와 단속 위주의 현행 선거법 개정으로부터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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