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댓글논란과 철도노조 파업 등으로 연말까지 혼란스런 정국이 이어지면서 다사다난했던 2013년 한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해를 정리하면서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를 통해 나라 돌아가는 상황과 국민의 정서를 대변해 온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2.7%인 204명이 ‘도행역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한다.

‘도행역시’는 중국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에 실려있는 고사성어.
초나라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평왕에게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되어 초나라를 공격했다. 승리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기 위해 죽은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꺼내 채찍 300대를 내리쳤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가 그의 행동을 질책하는 편지를 보내자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吾日暮遺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답한데서 인용한 말이다.

2013년 대한민국의 시대상황을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 ‘도행역시’ 라는 고사성어로 대신한 교수신문은 "현 정부들어 역사를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 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는 금년 한해동안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교수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 정부들어 ‘새마을’  ‘공안’  ‘독재’ ‘신386’ 등 유독 구시대적 개념과 언어, 인사들이 정치,사회 전면에 자주 등장하곤 해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있고, ‘소통’ ‘화해’ ‘평화’ 라는 단어 보다는 ‘불통’ ‘종북’ ‘파업’ 등의 말들이 매일같이 난무하면서 OECD국가중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국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도행역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교수들의 심정이 사뭇 이해가 간다. 

이명박 정권 말기인 지난해 이맘때 교수신문은 2012년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을 선정하면서, 2013년을 맞이하는 희망의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을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새정부가 들어선 올 한해 ‘제구포신’ 보다는 오히려 ‘묵은 것들이 새것을 제거’ 하는 한 해가 됐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바라건데, 갑오년 말띠 해엔 제발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 '전미개오'(轉迷開悟=올 한 해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 처럼 미망에서 돌아나와 깨달음을 얻고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 해를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