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소설가 문순태 작가(72) 가 첫 시집 <생오지에 누워>를 펴냈다.
소설가로 더 잘 알려진 문순태 작가가 시를 쓰고 이번에 생애 첫 시집을 낸 것에 대해 그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는 “애초부터 해왔던 일이며 이제부터 시도 소설처럼 쓰고 싶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사실 광주고등학교 재학 때 동급생이었던 故이성부 시인과 함께 김현승 시인에게서 시를 공부했던 문순태 작가는, 고3 때 이미 자작詩가 전남일보에 입선됐을 정도로 시에 재능을 보인바 있다. 그는 대학시절 ‘현대문학’지에 시 <천재들>을 추천 받았으나 돌연 시작을 포기하고 소설로 길을 바꾸었다.
그 후,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됐으며 <징소리>,<철쭉제>, <생오지 뜸부기>,<걸어서 하늘까지>, <41년생 소년>, <타오르는 강> 같은 작품들을 발표해 소설가로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그는 시를 포기하고 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울퉁불퉁한 세상을 보기좋게 쟁기질하기 위해서 였다.” 고 말했지만, 실은 6.25의 소용돌이를 겪고 나서 궁핍과 외로움으로 뒤엉킨 자신의 삶의 실타래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그의 고백이다.
문순태 작가는 2006년 광주대학 교수직에서 정년을 하고 광주를 떠나 50여년 만에 고향 담양으로 돌아갔다. 무등산 뒷자락 깊은 골짜기 생오지 마을에 터를 잡고 사는 동안, 소설 대신 자꾸 시가 씌어졌다고 한다. 오랜만에 흙을 밟고 ‘소리풍경 세상’ (saund scape)에서 살다보니 시적감흥에 흠씬 젖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향에 돌아온 지 7년 만에 2백여편의 시를 썼는데 이번 첫 시집에 80여편을 골라 수록했다.
 <생오지에 누워>는 1부 어머니의 향기, 2부 생오지에서,  3부 무등을 보며, 4부 그리움은 뒤에 있다, 5부 길을 걸으며, 로 꾸며졌다. 1.2.3부는 생오지에 와서 쓴 시이고 4.5부는 교직에 있을 때 틈틈이 썼던 것들이다.
문 작가는 첫 시집을 낸 소감에서 “이제 논밭에 곡식 대신 꽃씨를 뿌리겠다”는 말로, 앞으로 시 창작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작가의 오래된 문우(文友)인 송수권 시인은 <생오지에 누워> 해설에서 “문순태의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들은 유랑의식이 아닌 보수 전통 토착민으로서 이 땅의 흙 속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다. 이 흙의 가슴 속에 바로 어머니가 있다.” 면서 문순태 시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는 어머니는 “모친회귀의 원형적 이미지이며 이 이미지는 시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전반에 뿌리 내리고 있다.” 고 전했다.
따라서 <생오지에 누워>는 바로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 또는 고향의 연가이다.   
송수권 시인의 언급처럼 <생오지에 누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사모곡이며 뜨거운 고향 연가이다. 그의 어머니는 2년 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6.25 직후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도부장사를 해서 그를 대학까지 보냈다. 그는 젊어서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고 했다. 어머니를 매장한 날 문 작가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 통장을 넘겨주었는데 애면글면 모은 400여 만원이 들어있었다. 그는 차마 이 돈을 쓸 수가 없어 고심 끝에, 밤을 새워 <어머니의 향기>(시집에 수록)라는 시를 써서 마당 한쪽 오석에 새겨두고 오며가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다독인다고 한다.
문순태 작가의 시는 번뜩이게 기교가 넘치지도, 언어의 절제와 함축으로 미학적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세련되고 빛나는 시어를 골라 사용하지도 않는다. 어머니 세대에서 두루 썼으나 이미 사라져버린 토박이말을 애써 찾아내어 생명을 불어넣고, 육자배기 가락의 질박한 표현으로 향토적인 정감을 한껏 잘 살려내고 있다.
그는 시를 포기할 때 김현승 선생을 찾아가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김현승 선생이 “시처럼 소설을 쓰라.”고 했다면서, 이제 그는 “시를 소설처럼 쓰겠다.”고 한다. 시를 소설처럼 쓰겠다는 것은 시 속에 이야기를 담아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 권의 소설적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압축, 서술하기 위해 되도록 감정진술을 억제하고 서술적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번 <생오지에 누워>는 어머니나 생오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이들 시에서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기능을 배제하고 언어의 사물화와 시적진술에 비중을 두었다. 어머니나 고향이 객관적 진술의 대상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의식을 서술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 심진숙 문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