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돼 하와이의 미군 포로 수용소에서 복역했던 2700여명의 명단과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모씨(광주시 치평동)는 선친 양정용(81년 작고, 봉산면 와우리)씨로부터 받은 강제징용자 명단을 자치행정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접수처를 찾아 신고했다.
하와이 한인포로 명부에는 조선 13도부로 기록되어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강제징용자의 이름과 본적지가 적혀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나 사할린 등으로 끌려간 징용자 명단은 수차 공개됐으나 하와이에서 포로생활을 한 징용자 명단 공개는 생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명단은 일제 강제 징용돼 일본군에 배속된 뒤 종전 뒤 연합군에 포로로 잡힌 한국인들이다.
그러나 60년간 보관하면서 훼손, 마모로 인해 2000여명의 포로 명단만 남아있지만 표지에 태극기 그림과 독수리 마크 및 ‘자유한인보(사진)’라 뚜렷하게 한글로 적힌 표지를 포함해 하리 에스 트루만 대통령, 이승만 박사, 더글라스 맥아더 대장, 존 아르 혼지 중장, 우로이 부런트 소장, 우로바르씨 우리챠드슨 중장의 사진 등이 차례로 실려 있는 등 미군이 한국출신 징용 포로들만 별도로 관리해 온 사실을 뒷받침 해주는 내용들이 다수 기록돼 있다.
또 한국포로수용소 주보계에 의해 발행된 것으로 표기돼 있어 포로 수용소내 한인들만의 별도 조직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준 하월 대위와 인쇄에 도움을 준 라일 머슨 일등병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같은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당시 발행을 맡았던 주보계는 정간사를 통해 “향후 잡지를 발행하지 않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게 됐다. 포로생활을 한 것에 대해 의기 소침하지 말고 고향에 가면 선진 외국 문화를 많이 접한 경험 등을 토대로 열심히 생활하자”고 밝혔다.
포로수용소의 책임 관리자로 추정되는 준 하월 대위는 고별사에서 “귀환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고향에 돌아간 뒤 자유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고별사를 남겼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열망했던 맥아더 장군 메시지 등도 담겨 있다.
명부에 기재된 대부분의 명단에는 주소지가 군,읍·리까지 적혀 있었고 일부 명단은 번지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향후 일제 강제 징용자 파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통사는 한국의 근대역사가 400페이지에 걸쳐 수록돼 있으며 조선 경성 남대문 사진, 이승만·윤치호·김옥균 등의 사진 및 경복궁의 경회루·덕수궁·근정전·원구단 사진, 총리대신 이완용 사진을 비롯 이등박문, 사내정의, 대원군 등 다수의 사진이 실려 있다.
한편 양씨는 42년 강제 징용돼 남양군도 이름 모를 섬에 배치돼 혹독한 전투와 중노동을 강요당했고 온갖 핍박과 멸시와 금수 취급을 당하면서 일본군들이 인육을 먹던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는 등 인간 이하의 생활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남양군도 제도에서 폭격을 당해 미군 포로가 된 후 하와이 오하후섬내 호놀룰루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46년 1월 생환하면서 이 명부를 한국에 가져왔고 지난 1981년 강제동원으로 인해 받은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기 전 아들에게 이 명부를 맡긴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양씨는 “가친이 살아 생전 이승만 박사가 찾아와 한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복 돋아 줬으며 ‘미군들도 한국 포로에게 협조적이었다’는 말을 자주 해 한국통사 1권과 함께 남긴 유품(자유한인보)을 소중히 보관해 왔다" 며 " 이 자료가 강제 징용됐던 분들의 피해사실 규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도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자료가 국가기록원 등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부가 더욱 열심히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