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길씨(30, 반룡리)는 지난해 12월 살을 에이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오관열, 59)의 건강만을 생각한 채 신장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수술 경과가 좋아 아버지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가장 자랑스러운 표창을 받았다”며 환하게 웃는다.(사진)
그러나 오씨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담양고를 졸업하고 어렵게 입사 한 LG전자 물류센터를 다니며 넉넉하지 않은 집안을 도우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오씨의 아버지가 신장 이상을 느낀 때는 수십년 전 농사일에 지쳐 있던 오씨는 자주 얼굴이 붓고 피곤을 심하게 느꼈다. 오씨는 “과로 때문이려니…”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았으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병원을 찾은 오씨는 “신장이 치료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이식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마땅한 신장 공여자를 찾지 못한 오씨는 투석을 하며 삶을 이어갔다. 매주 3회씩 투석하던 오씨에게 차남인 남길군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가 들려왔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눈길로 이끌어주신 아버지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오씨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던 끝에 자신의 신장을 기증키로 결심했다.
그러나 검사 일정이 직장생활과 겹쳐 갈등에 휩싸였다. 회사를 그만두면 청년실업 시대에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기 보기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알면서도 오씨는 회사 대신 병원을 찾아 아낌없이 아버지를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
부자가 나란히 건강을 되찾기 위해 서로 의지하며 그동안 못 나눴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이들에게는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 였으며 그들만이 공유 할 수 있는 기쁨이 되었다.
남길군은 "저도 무척 고민했고, 아버지 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겠다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라 이제는 신장 투석의 고통을 겪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오씨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해온 아버지의 몸에서 사랑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오씨는 이번 신장 이식이 없었으면 혈액 투석의 어려움 등으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는 형편이었다.
아들을 볼 때마다 오씨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며 “집안이 어렵다 보니 아직 회복도 안 된 몸으로 새 직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들이 안쓰러울 뿐”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남길씨의 어머니도 "남편이 아들 걱정으로 수술을 많이 망설여 마음이 아팠지만 성공적으로 끝나 무척 기쁘고 父子가 나란히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너무 고마워 힘든 농사일도 쉽게만 느껴진다" 며 "남길이가 얼른 건강을 회복해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일자리를 찾고 가정을 이뤄 손주 녀석을 안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씨의 애틋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오는 7일 담양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제33회 어버이날 행사에서 남길군은 카네이션보다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수술부터 회복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보건소 방문보건팀 주미경씨는 “남길군이 여러 가지로 걱정도 되고 여러 번 병원을 오가느라 불편하기도 했을 텐데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 부끄러움과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