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2005학년도 도립 남도대학 전문학사 학위수여식이 열린 담양문화회관 앞.
졸업생과 가족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한켠 계단에 걸터앉은 사진사 A모씨는 짐을 챙겨 자리를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오늘 작심을 하고 대학 졸업식장을 찾아 왔지만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학 졸업식장의 감초와도 같은 사진사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신세대 졸업생들이 대학 졸업식장의 사진사들의 자리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20년 넘게 사진을 찍었다는 A씨는“오늘 아침부터 와서 진을 치고 있지만 한장도 찍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가서 사진관 일이나 해야겠다”고 맥없이 말했다.
대학 졸업식장 등 각종 행사장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대부분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일을 겸업으로 하는 이들이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가게 일을 만사 제쳐두고 한 몫 챙기기 위해 이곳 저곳 찾아다니지만 요즘은 벌이가 영 시원치 않다.
이날 사진사 B모씨도 졸업식장 한켠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담배만 연신 피워 물고 있지만 그마저도 귀찮은 듯 했다.
“이전에는 졸업식장 한번 오면 적어도 20컷 정도는 찍어서 수입이 짭짭했죠. 그런데 이제 하루 5컷도 찍기도 힘들어요. 다 저 디지털카메라 때문이죠”
부모와 함께 누나 졸업식을 찾은 대학생 C모씨는 사진사들의 카메라 만큼이나 값이나가 보이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가족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C씨는“사진사에게 찍으면 값도 비싸고 직접 찍는게 마음에 든다”며“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도 널리 보급됐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는 이들이 많아서 사진사들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C씨가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삼각대까지 갖춘 디지털 카메라로 졸업생 가족의 모습을 앵글에 담고 있었다. /김필식 記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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