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자랑을 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무엇부터 말해야 할 정도로 고민이지만 가장 큰 자랑거리는 주민간의 두터운 신뢰와 화합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마을은 이농현상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신생아 출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젊은 농군들이 많아 마을일을 척척 처리하는 것도 다른 마을에서 부러워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매주 토요일 딸기 출하가 없는 날이면 연화촌 주민들은 하나둘씩 아침을 해결하고 마을 공동집하장에 어김없이 모여든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부부간에 팀을 구성해 배드민턴 라켓을 잡고 경기에 임하다보면 어느새 등줄기에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로 한여름 비닐하우스에서 일 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탄탄히 다지며 경기가 없는 팀들은 응원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상대의 전력 탐색(?)에 몰두한다.
"아따, 빨리 오쇼! 아짐이 늦게 온 통에 경기 진행이 늦어 부렀소."
"그나저나 지난주에 우승한 김 감사는 어떻게 됐는디"
"아짐 모르것소. 김 감사 집사람 보쇼, 이겼다고 아들한테 딸한테 전화하고 좋아하는 것 안보이요"
"어쩔수 없구만 술 좋아하는 김 감사 술로 보내서 이기는 수밖에"
배드민턴 경기장 한켠에 마련된 다과장에 둘러앉은 주민들의 대화 속에서 승부는 뒤로한 정겨움이 묻어난다.
또한 어린 아이들은 탁구대에 옹기종기 모여 집안을 대표하는 선수로 변신, 탁구공에 열중하는 것이 마치 국제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감지 할 수 있으며 방과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배드민턴 구장을 족구장으로 탈바꿈시켜 경기를 통해 정을 나눈다.
이에 뒤질 세라 나이 드신 어른들도 새벽 4시만 되면 마을 건강관리실에 옹기종기 모여 겨우내 움츠렸던 근육을 풀기 위해 간단한 맨손 체조부터 런닝머신을 비롯한 각종 운동기구를 이용하면서 점차 강도를 높여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다지는 등 연화촌 주민들의 삶은 체육을 통한 마을 화합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히 농한기면 의례 벌어지는 그 흔한 고스톱판도 이 마을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간혹 먹기 내기라도 판을 펼쳤다가는 마을 어르신은 물론 아낙네와 어린 자녀들의 따가운 눈총을 이겨내기 힘들어 판이 깨지기 십상이며 전통 민속놀이라고 여겨지는 윷놀이도 금기시(?) 여길 정도로 도박에 대해 냉정할 정도로 엄격하다.
이처럼 도박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려웠던 시절 화투짝을 손대다 자식들 결혼 밑천이나 학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키웠던 소나 논밭을 노름꾼의 손에 넘겨주었던 아픈 과거를 다시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요즘에는 1년 365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농업에 종사하느라 차분히 엉덩이 붙이고 않아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연화촌 마을사람들이 이처럼 화합하고 우의가 돈독한 것은 같은 성을 가진 집성촌도 아니지만 올바른 정신을 갖고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소신을 펼칠 수 있도록 언제나 뒤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삶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웃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이며 시부모를 공양하는 효부로서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아낙네의 바른 심성과 남다른 생활력이 있었기에 연화촌이 담양을 대표하는 富村으로서의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이곳 주민들은 매년 봄이면 연례 행사처럼 노년층과 청장년층으로 구분해 단합대회를 가지고 있는데 청장년층의 경우 관광버스에서 탈피, 자신들의 트럭과 승합차에 준비물을 싣고 가서 축구, 족구, 발야구 등 운동 경기를 통해 격의 없는 마을 단합을 다질 때면 마을에 남아있는 어르신들은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노년층 단합대회시 그 임무를 교대하는 등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고 있다.
최경남 이장은 "오늘의 연화촌은 마을 주민 모두가 흘린 땀과 노력의 결정체이다" 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